구시대적 행태 줄었지만 ‘정책국감’ 역부족
국회/17대국회 :
2005/10/18 13:24
연중 상시국감 제도 도입으로 국정감사 본래의 취지 살려야
‘삼성공화국’에 대한 국회차원의 견제와 감시 시도, 긍정적으로 평가
17대 국회 두 번째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이번 국감에서는 정쟁 및 색깔시비, 폭로 등 구시대적 행태는 현저히 줄었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정교한 문제제기와 대안 제시, 그 과정을 통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 등 ‘정책국감’의 의미를 온전히 구현했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국감 초 피감기관과의 부적절한 술자리에서 드러난 의원들의 해이해진 자세, 수준 미달 질의, 운영상의 폐해,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태도 등 정책국감의 걸림돌이라 할만한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국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 집중적으로 삼성과 관련된 현안들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치외법권’이었던 삼성에 대해 국회가 견제와 감시를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참여연대가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다뤄져야할 정책과제로 선정한 주요 이슈들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경제 분야] 삼성공화국에 대한 국회의 견제와 감시 시도, 긍정 평가
이번 국정감사는 ‘삼성국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 집중적으로 삼성과 관련된 현안들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무엇보다 이번 국감을 통해 그 동안 각종 불법과 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늘 ‘치외법권’에 있었던 삼성에 대해 ‘국회가 견제와 감시를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이건희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것, 금산법 개정 경위나 그 내용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도 의미 있다 하겠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삼성과 관련하여 △삼성캐피탈의 대환대출의 불법처리와 금감원의 봐주기 논란, △삼성 상용차 분식회계와 예보의 직무유기 논란, △삼성자동차의 분식회계 논란, △이건희 회장의 삼성자동차 개인 입보 논란 및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보유를 합법화해주는 재경부의 금산법 시행령 제정 추진 논란 등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었다. 국회는 앞으로도 이러한 이슈들이 국감 시기의 일회성 문제제기로 끝나지 않도록 피감기관에 추가적인 자료 요청과 근거 있는 해명을 요구하고, 그것에 근거해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사실 확인 작업들을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세 분야] 재벌들의 신종변칙 증여에 대한 과세 논란
국세청 국감에서는 세수 결손 문제에 대한 해법 논란이 벌어졌다. 자영업자 소득파악으로 상징되는 과세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들에 대해 집중 질의되었고, 열린우리당 박영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등은 재벌들의 ‘편법 증여’에 대한 과세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였다.
② [국회, 정치 분야] 국회사무처, 정책개발비 100억원 일괄지급 경위 해명 불투명, 고액기부내역 공개제도 개선 방안 못 찾아
국회 사무처 국감에서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100억원의 불투명한 배분과정에 대해 일부의원들이 면피성 질문을 하거나 오히려 사무처를 두둔하고 나선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행자위에서는 고액후원자 공개제도의 부실운영은 외면하고, 부실 신고한 고액기부자 보호에만 급급하여 고액기부내역 공개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다가서지 못했다.
[반부패 분야] 퇴직공직자 직무관련 기업 취업 점검 미흡, 공무원 단체 수익사업 운영 특혜 여전
한편, 퇴직공직자의 직무관련 기업 취업으로 인한 이해충돌 문제는 여러 이슈에 묻혀 제대로 짚어지지 못했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4급 이상 공직자의 재산등록사항 비공개하여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보유에 따른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공무원행동강령과, 비위면직자취업제한 제도가 각각 시행 2년과 4년에 이르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점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올 국감에서도 공무원 단체의 수익사업 운영 특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가청렴위원회 국감에서는 청렴위가 민간부문의 공익제보자 보호대책 마련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③ [평화, 국방 분야] 국방개혁, 한미연합전력 구조개편 과정, 이라크 파병 실태 등 국민 알권리 충족 못시켜
향후 2020년까지 진행될 예정인 정부의 국방개혁 작업, 향후 한 세대를 규정할 한미연합전력 구조개편 과정,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이라크 파병 실태 등 국가적 현안에 대해 그에 걸맞은 문제제기와 공론화를 시도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절실한 반면, 의원들의 활동은 이러한 기대와 객관적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편, 국방위원회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방부는 “검토해 보겠다.” 또는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대답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식의 단답형 답변으로 일관해 정책국감에 상응한 행정부의 책임성 있고 준비된 국감을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통외통위 국감에서는 북핵 6자회담 결과와 남북교류협력기금운용문제, 그리고 탈북자 및 북한인권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안들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는 일례로 6자회담 결과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높이고, 교류협력기금운영개선책과 같이 정부의 제도개선을 유도해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중복질의로 일관하거나, 몇몇 현안 외에 실제 다뤄져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특히 북핵문제 해결이나 동북아 안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일본의 로카쇼무라 핵재처리 공장 가동 계획이나 미래 한미동맹 재편 등에 대해서는 거의 질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반도와 동북아 군사동맹 재편에 대한 국회의 무대응과 무관심은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국감에서 핵심적으로 빚어진 운영상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이번 국감 평가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국감 첫날부터 피감기관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져 의원의 명예와 윤리의식을 실추시킨 대구 술자리 사건이다. 술자리에 참석했던 법사위 소속 7명의 의원을 모두 국회 윤리특위 회부하여 사건 진상을 가리고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과 향응을 나눈 것에 대해 엄벌해할 것이다.
재벌 총수를 포함하여 상당수의 증인들이 국감장에 불출석하여 국정감사를 무력화시켰다. 증인의 불출석 문제에 대해 분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 국감에는 채택된 일반 증인 179명 중 37명(21%)이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핵심 현안에 대한 감사를 위해 반드시 진술이 필요한 재벌 총수 등 기업인들이 대거 출석하지 않아 국감의 내실화를 심각히 저해했다. 여야는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현행법에 따라 고발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고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올해도 피감기관의 이유 없는 자료 제출 거부와 누락 등으로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의원들의 터무니없이 방대하고 중복된 자료제출 요구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피감기관이 근거 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다.
1년에 한번, 불과 20일 동안 3-400개가 넘는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것은 구조적, 필연적으로 부실 국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올해만 하더라도 피감기관의 수는 461개에 달했다. 20일간 461개 피감기관을 감사한다고 할 때, 각 위원회 당 평균 피감기관 수는 27개 (법사위 57개, 과기정위 47개, 교육위 44개였음), 한 피감기관 당 질의 답변 시간은 약 3시간, 의원 1인당 답변을 포함해 질의 시간은 평균 9분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행히도 여야가 국감 평가 과정에서 ‘연중 상시국감’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발 빠르게 국감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자신들의 평가와 대안제시가 단지 국감 끝에 여론을 의식하여 내놓은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국회의 의정활동 강화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임을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다.
▣ 별첨 1. 2005년 참여연대 국정감사 평가보고서
▣ 별첨 2. 2005년 국정감사 일반증인 명단 및 출석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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