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 개최



"사실 선거법은 단 세줄이면 됩니다.

첫째,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둘째, 정치 활동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형법에 따라 처벌한다.

셋째, 정치자금 등 돈과 관련된 범죄는 가중 처벌한다."

'농담'이라는 정대화 교수(상지대 정치학과) 말은 현 선거법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사전선거운동금지, 교사·공무원의 정당 가입 금지, 노조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 금지 등 수많은 규제 조항은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며 신진세력의 정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선거법, 정치자금제도, 정당제도 등 정치관계법 개정 방향에 대해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장장 네 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에서 1인 2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 노동계, 시민운동계, 학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참석한 토론자들 모두가 동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 정당대표로 박상천 민주당 정치개혁특위장과 강재섭 국회정치개혁특위장에게 참석을 요청했지만 모두 불참했다. 박상천 의원은 개인적 사정으로, 강재섭 의원은 '민주당에서 불참한다면 자신도 참석하지 않겠다'며 불참을 통보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모두 찬성

선거법 개정방향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손혁재 박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는 "1인 2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이 선거법 개정에서 가장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도입 방식과 시기에 약간의 이견이 있었으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동의했다.

김태일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현상인 지역주의에 가로막혀 각 계급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치 세력이 원내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소수 정치 세력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도는 의석수가 정당득표율과 일치하도록 하는 비례대표제 뿐이다. 따라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신진 정치인들이 정치에 진입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이다.

임명재 (중앙선관위 선거관리관) : 지난 99년 선관위에서 대선거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 이후 그 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선관위의 입장은 현재의 정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관위에 발표한 이번 개정안에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빠진 것은 내년도 대선과 지자체 선거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내년 지자체 선거의 경우 대선을 앞두었기 때문에 과열·혼탁 선거가 우려된다.

노희찬 (민주노동당 부대표)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여라나라에서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랫동안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온 만큼 의원 절반은 현재와 같이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하고 나머지 절반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바람직하다.

선거기탁금제도 폐지, 선거공영제 실시

송석윤 교수(성신여대 법학과)는 "정치자금의 문제는 정치적 영향력의 평등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정치자금법의 개정 방향으로 △당비납부제도 개선 △법인 및 단체의 후원금 납부 폐지 △2천만원인 선거기탁금액의 상한선을 낮춤 △정당에 대한 직접적인 국고 보조 폐지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태일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선거 기탁금 제도는 돈 있는 자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만든다"며 "국민의 평등한 피선거권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이 제도는 완전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자 난립은 기탁금제도보다 후보자 추천 강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희찬 민주노동당 부대표는 선거 비용의 문제를 지적하며 선거공영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당선에 혈안이 된 후보자들의 양심을 믿기 힘들다"며 "실제 선거비용은 선관위에 신고한 비용의 수배에서 수십배에 이른다는 것은 통설이다"라고 지적했다.

선거공영제 도입에 대해서도 모든 참석자가 동의했으나 손혁재 박사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해야 할 부분이 있고 실시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박사는 "후보 홍보 등 국민의 알권리와 관계된 부분은 반드시 선거공영제를 실시해야 하나 그외 부대 비용까지 공영제가 확대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당운영은 당원의 당비로

"현재 정치관계법에서 정당 설립을 어렵게 하는 조항은 없애야 한다"며 "정당은 자유롭게 설립하되 나머지는 정당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노희찬 민노동 부대표는 주장했다. 노 부대표는 "정당은 개인적 결사체이기 때문에 설립할 권한은 보장해야 하나 운영까지 국가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며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화 교수도 정당개혁의 구체적인 과제로 당원의 당비에 기초한 정당 운영, 국고보조금의 합리적인 배분과 엄격한 감시 등을 꼽았다. 정교수는 "국고보조금에 의존한 정당운영이나 선거운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원의 당비 납부율과 연계하는 매칭펀드(matching fund)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아울러 "국고보조금의 지급 못지 않게 합리적 운영이 중요하다"며 "국고보조금이 정당의 직원 임금 등 경상운영비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개정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전선거운동금지 조항의 폐지, 기업의 비지정 기탁금 제도, 선관위 권한 및 예산 확대 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특히 사전선거운동금지 조항에 대해 송석윤 교수는 "이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뿐 아니라 고비용정치구조의 주요원인인 동원형 정당구조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임명재 선거관리원은 "선관위에서는 후보자로 등록한 자가 자신의 정책에 대한 입장을 이메일, 전화, 명함 등을 통해 홍보하는 것에 대해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대화 교수는 토론회를 정리하면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에 대해 이견이 없는 만큼 이제는 개정 방향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정방식에 대해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령 국회의장 직속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든지 국민적 대표성을 띠는 기구를 통해 정치관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홍기혜
2001/06/07 00:00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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