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유권자 정치참여 원천 봉쇄 법안’ 즉각 철회해야
국회/17대국회 :
2007/04/19 13:37
유권자에 재갈 물리고, 선거 독점하겠다는 기득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
국회는 정치관계법 입법 위해 범국민적 논의에 착수해야
최근 한나라당이 발표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은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대폭 규제하고, 선거를 독점하겠다는 것에서 출발한 기득권적, 비민주적, 시대착오적 방안이다. 특히, ‘국가로부터 보조금 및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집회를 금지 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마저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인터넷에서의 선거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블로그나 미니홈피, 카페 등 개인공간에서도 실명인증을 받도록 하고, UCC 등 선거 관련 게시물을 퍼 나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 역시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나라당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이 같은 선거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국가로부터 보조금 혹은 지원금을 지원받는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 하겠다’는 것은 87년 민주화 항쟁이후 시민사회에 뿌리내린 자발적인 사회운동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것으로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발상이라 하겠다. 시민단체가 지원받는 일부 프로젝트 사업 지원금은 관변단체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단체운영비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인데도 끊임없이 이를 친정부로 매도하고 왜곡하는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나라당이 한번이라도 현대사회 통치의 핵심인 거버넌스의 기본 개념을 생각했다면 이 같은 주장을 할 수는 없다.
한편,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집회를 금지 하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애매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조항으로 인해 선거활동 규제의 폭이 대폭 넓어지고,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화 20주년을 맞아 한국사회를 다시금 반민주 시대로 되돌릴 생각이 아니라면 이 같은 주장은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카페 등 개인공간에서도 실명인증을 받도록 하고, 정당이나 후보자가 게시물 삭제나 소송 제기를 위해 네티즌의 정보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네티즌을 잠정적 범법자로 내몰아 선거참여를 위축시키고, 유권자를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기성 정치권이 선거를 독점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인터넷 언론과 포털 사이트의 규제 강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민주국가에서 유권자가 후보들의 비전과 정책, 자질과 도덕성을 평가하고, 지지,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한, 유권자가 후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한다면, 그에 대한 입증과 소명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후보자에게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환경이라고 하여 3,000만이 넘는 네티즌 시대에 이들의 눈과 입을 막겠다는 것은 독재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이다. 오히려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건강하고, 창의적으로 정치참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발표한 선거법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정 방향이 2002년 대선 패배에 대한 피해망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의 정치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거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모두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집권을 위해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도 침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사고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 과정은 민주주의 심화의 과정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수권을 꿈꾸는 공당이라면 선거법 개정을 지나치게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만 국한시켜 바라봐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발표한 선거법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감대를 얻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선거법이 특정 정치세력의 집권을 위해 존재하는 법이 아니라는 점을 각인하고 정치관계법 개정 과정에서 범국민적인 의견수렴과 논의과정을 거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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