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 5월 23일, 예정된 시각이 되자 참여연대 2층 강당에는 세 번째 ‘유쾌한 정치토크’의 참석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다음 날이 휴일이라 보다 가벼운 마음일 수 있었던 걸까? ‘한미FTA’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강당에 플래카드를 거는 동안 어느 분은 ‘유쾌한’ 정치토크가 아니라 ‘불유쾌한’ 정치토크가 아니냐는 말씀도 하셨지만―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먼저 발표자로 나선 이해영(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와 그림으로 한미FTA 협상일지와 한미FTA협상의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경우 상하양원이 TPA(무역촉진권한) 시한인 90일 내에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심의절차를 거치는 반면, 우리 행정부는 비준 동의안에 서명을 하고 나면 다른 절차가 없을 뿐 아니라 시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회의 비준 일정마저 예측 불가능한 현실은 또 어떤가? 미국 쪽 의 FTA 체결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하에서 16개 단계로 복잡하게 이뤄지는 반면, 우리는 정부가 시작하고, 국회가 비준하면 끝이다. 통상절차법이 하루속히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뒤이어 ‘한미FTA 졸속 체결 반대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 소속 김태홍 의원은 행정부에 비해 지나치게 미약한 국회의 힘을 지적하면서, 협정문이 공개되어 졸속협상의 구체적 근거가 드러나면, 현재 55명인 반대 국회의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권오을, 홍문표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내에는 당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의원이 상당수라 반대 열기가 끓어오르면 적어도 20여 명은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본격적인 수입을 앞둔 시점에서 공포의 대상인 광우병과의 인과관계를 집중 조명하여 대중의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을 제외한 모든 FTA는 좋다”는 김 의원의 발언에, 김래곤(참여연대 회원)씨는 현재 독점 자본이 미국을 우두머리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유럽이나 일본과의 FTA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김태홍 의원은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한테는 "NO"를 할 수 있으나, 대미 관계는 “NO"를 할 수 없는 일방통행 관계임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하였다. 어느 선진국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사례가 없으리만큼 미국의 태도가 제국주의적이고 모욕적이라는 설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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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위생검역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행정부의 정보독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닭이나 돼지를 갈아서 소에게 먹임으로써 일어나는 교차오염의 문제를 다 알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음은 물론 문제를 호도하고 있는 정부가 과연 우리의 정부인지 반문하였다.

그는 민간 전문가로서 한미FTA 공청회 등을 위해 국회에 자주 출입하였다. 그 드나듦 속에서 FTA가 행정부 위주의 통상독재로 넘어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정부 공무원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협상과정에서 철저하게 따돌려진 점을 문제삼았고, 아울러 다양한 시민사회세력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나갈 것을 주문하였다.

또한 얼마 전 결성된 광우병국민감시단이 빛을 보려면 각 지역별로 미국산 쇠고기 불매 운동을 벌여 결과적으로 광우병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전문가들이나 국회의원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며, 시민참여가 관건이라고 역설하였다.

협정문 공개 이후에 우리가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비준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박상표 국장의 말씀에, 힘을 합쳐 싸워 나가면 희망이 없는 것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미FTA에 좋은 점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는 상층 10%만을 위한 것으로 미국산 일본차, 골프채, 명품 화장품을 싸게 사고, 미국 대학을 더 쉽게 보내는 등 의 이점(?)은 있을지 몰라도 양극화는 점점 가속화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한미FTA가 체결되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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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경우 미국과 FTA를 추진하다 결렬됐으나, 미국이 스위스를 공격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고, 미국과 협상을 추진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라면서 한국사회는 이미 97년 이후 충분히 세계화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더군다나 우리 정부가 한미FTA의 가장 큰 성과로 선전하는 자동차 분야도, 이미 미국 현지에 현대차 등의 생산 공장이 절반 이상 들어서 관세 폐지에 따른 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데 이것을 정부가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한미FTA 반대단식농성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비범한 주부’ 신혜진씨는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지경인데, 주변의 사람들은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며, 지역 유권자들이 힘을 합쳐 지역구 국회의원을 압박하는 활동을 펼쳐나가자고 제안했다.

쉴 틈 없이 토론과 제안이 이어지면서 휴식 시간도 생략했던 이날 정치토크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막을 내렸다. 한미FTA 협정문 공개를 불과 이틀 앞두고, 국회 및 시민단체와 일반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듯 하다.
최재림 (의정감시센터 간사)
2007/06/06 00:06 2007/06/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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