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②-유권자의 눈] 이명박 후보의 금산분리 폐지 공약은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려 나라경제 망치자는 것
유권자운동/2007대선시민연대 :
2007/10/24 12:00
금산분리가 국제적 관행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
이명박 후보는 ‘금산분리 폐지 공약’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
‘대선연대 통신’은 정치칼럼 ‘유권자의 눈’을 통해 선거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와 시각을 제시하고, ‘정책해부’를 통해 대선후보가 발표하는 정책과 공약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시민단체들의 주요 대선 활동 일정을 신속하게 안내하겠습니다. |
재벌도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이명박 후보의 주장은 국민 돈을 재벌총수에게 맡기는 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자본(예를 들어 은행)이나 산업자본(예를 들어 일반 기업)이 상대방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통상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약칭하여 ‘금산분리’라 한다. 영어로는 이를 ‘은행업과 상업의 분리(separation of banking and commerce)’라 한다. 금산분리 원칙이 작동할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산업자본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함으로써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이 금지되고, 동시에 재벌 등 산업자본이 금융기관 특히 은행의 주식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는 것도 금지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이유는 금융의 역할이 기업의 투자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인데 기업과 금융이 하나의 주체로 결합된 경우 이러한 평가 및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경제에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외환위기 직전에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평소의 꿈이었던 자동차 산업에 뛰어 들어 부산 부근의 해안에 공장을 짓기 위해 가라앉는 개펄에 강철 파일을 박기 시작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매우 무리한 투자였다. 그러나 아무도 회장님의 ‘고독한 결단’을 꺾을 수 없었다. (원래 기업이 효율적이라면 이런 결정을 할 리 없다. 이런 의미에서 그 당시 삼성은 매우 비효율적인 기업이었고 이것은 총수 1인 경영체제라고 하는 왜곡된 지배구조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금융 역시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 자동차에 뒷돈을 댄 많은 금융기관들은 다른 계열사의 지급보증을 믿고 그대로 돈을 빌려 주었다. 설마 삼성 같은 재벌이 망할까하는 ‘대마불사’의 신화도 일익을 담당했다. 결국 비효율적인 삼성과 비효율적인 금융기관이 합작한 이 투자 사업은 삼성 자동차의 부도라는 차가운 현실로 돌아 왔다. 이 때 만일 삼성이 은행을 가지고 있었다면 삼성 자동차의 부실 규모는 현재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삼성 자동차는 긴급자금 수혈에 의해 조금 더 버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종말의 순간만을 늦출 뿐이지 비극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재벌체제의 유지와 승계라는 매우 특수한 한국적 상황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재벌체제는 총수 일가가 매우 작은 지분을 투자하고도 거대한 규모의 자산을 지배하는 매우 왜곡된 지배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이 때 이런 지배를 가능토록 하기 위한 한 가지의 수단이 남의 돈을 이용하여 자신의 지배력 유지에 사용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고객 돈을 지배력 유지에 동원할 수 있는 경우 총수는 그야말로 작은 지분만으로 거대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삼성의 경우 삼성에버랜드라는 산업자본이 삼성생명이라는 금융자본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은 또 삼성전자라는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을 실질적으로 몇 번씩 어기면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이 금산분리 원칙 폐지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후보의 금산분리 완화 주장에는 분석도 대안도 없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 후보측은 은행 소유와 관련하여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외국인 비중을 줄이고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이 후보측은 재벌이 은행을 사고금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과 대주주간의 거래 제한을 강화하고 벌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며 자기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후보측의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도 않고 논리적 타당성도 결여하고 있다. 먼저 내국자본이 외국자본에 비해 제도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이 후보측 스스로가 인정하듯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굳이 법규정상으로만 보면 외국인은 3대 금융업종을 영위하는 회사가 아니면 은행을 인수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내국인보다 인수자격이 더 제약되고 있다.
두 번째로 은행과 대주주간의 거래를 제한하고 벌칙을 강화하는 방안은 이 후보측이 시인하듯이 이미 은행법 제35조에 다 규정되어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것이 추가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는 없다.
세 번째 보완책으로 거론한 자기 계열사 의결권 제한은 이미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다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이것 역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지난 2004년 하반기에 이 규정을 강화하려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을 때 한나라당은 매우 강경하게 반대했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과연 그 때의 당론을 철회하고 입장을 변경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금산분리를 완화할 때의 문제점은 이미 시행중인 정책으로 보완하겠다’는 내용이 되고 말아 사실상 아무런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최근 이 후보가 주장하는 금산분리 완화는 문제의 심각성이나 보완책 마련에 대한 고심 없이 재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금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삼성이 2005년부터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작업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공개된 점과 이번 참여정부에서 삼성은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금산법 등 산업과 금융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실정법과 충돌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의구심은 단순한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과 계열사 주식 맞교환 약정을 맺은 후 주식인수를 포기하고 이 주식을 헐값에 이재용에게 넘기는 상식 이하의 거래를 감행했다. 물론 삼성생명은 기관경고를, 임원들은 문책 경고를 받았다. 이 후보는 대주주와의 거래 제한 위반에 대해 벌칙을 강화한다고 입으로 주장하기에 앞서 과연 자신의 휘하에 이런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질문 : 제목이 국제관행을 문제 삼았으면 해외 사례를 되어야죠
국제관례가 어떤지 해외 사례를 들어주셔야 되지 삼성 얘기만 하다말면 뭐합니까
과연 금산분리가 전세계 공통 기조인가요 궁금해서 문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