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계산에 따른 은퇴 번복, 정치인 불신 더 키울 것

이 전 총재는 2002년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책임 통감해야



‘대선연대 통신’은 정치칼럼 ‘유권자의 눈’을 통해 선거과정에 대한 대선연대의 평가와 시각을 제시하고, ‘진단과 대안이 있는 정책해부’를 통해 대선후보가 발표하는 정책과 공약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제공합니다. 이외에도 시민단체들의 주요 대선 활동 일정을 신속하게 안내하겠습니다.

[통신-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한국 정치의 퇴보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여러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전 총재인 이회창씨가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 우세 속에서 안정되는 듯이 보이던 대선 정국이 뒤흔들리고 크게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씨의 힘이 이 정도로 크다는 사실에 대해 이회창씨 자신도 놀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회창씨의 ‘대선 3수’에 한나라당을 비롯해서 여러 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씨를 도왔던 한나라당의 대다수 상임고문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비난까지 퍼부었다. 일부에서는 ‘경선불복’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이것은 잘못된 주장인 것 같다.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미 정치를 은퇴한 사람에게 ‘경선불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회창씨의 출마가 한국 정치의 퇴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회창씨의 출마가 지니는 문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선 전략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퇴보라는 더 큰 사회적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이회창씨의 출마는 어렵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한국 정치를 갑자기 뒤로 두 걸음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회창씨의 출마는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더욱 조장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불빛을 향해 무조건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오로지 권력만을 노린 정치꾼의 행태를 보여 왔다. 건국 60년이 되었어도 이처럼 한심스런 행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회창씨의 출마는 어렵게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정치개혁의 성과를 삽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두 번째 낙선을 하고 이회창씨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 정략적 계산에 따라 은퇴를 번복하는 행태는 그 자체로 크게 잘못된 것이다. 원로로서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새롭게 악화시키는 것은 참으로 개탄할 현실이다.

둘째, 잘 알다시피 2002년의 대선은 엄청난 부패로 얼룩졌으며, 이회창씨는 이에 대해 커다란 책임을 지고 있다. 비록 법적으로는 이회창씨가 직접 연루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후보였던 이회창씨를 지원하기 위해 재벌들이 엄청난 불법자금을 한나라당에게 제공했던 것이다. 2003년 9월부터 8개월 동안 진행된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823억 여 원과 113억 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황당하게도 현대와 LG는 ‘차떼기’ 수법을, 삼성은 ‘책떼기’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회창씨의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 변호사가 직접 ‘차떼기’ 차량들 중의 한 대를 운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셋째, 이회창씨는 너무나 심각한 시대착오적 사회인식을 하고 있다. 한때 그는 ‘대쪽’이라는 훌륭한 별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두 차례의 대선을 거치면서 그는 망국적 정경유착과 깊이 연루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그는 ‘극우전사’로서 대선에 나서고자 한다. 그는 “또 다시 ‘친북좌파’가 정권을 잡는 것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니까 이제 ‘반북우파’의 대표로서 정권을 잡기 위해 나선다는 것이다. ‘반북우파’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와 부패의 세력이 아닌가? 부패와 폭력을 능사로 아는 무능세력이 바로 ‘반북우파’가 아닌가? 정치인이 되면서 ‘대쪽’이 ‘파쪽’이 된 것인가, 아니면 ‘대쪽’은 오해한 것이고 원래 ‘파쪽’이었는가?

이회창씨는 1935년에 태어났다. 우리 나이로 73세이다. 고령화시대라고는 하지만 역시 원로에 해당하는 나이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하도 엉터리 짓을 하고 다녀서 정치인에게도 정년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그런데 이회창씨는 반민주적 냉전질서가 무너지기 전의 시대착오적 사회인식에 머물러 있으면서 이런 절박한 여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도전을 감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모름지기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시대착오적 냉전의 주술에서 벗어나 민주화, 지구화, 정보화, 문화화, 생태화 등의 시대적 흐름을 올바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회창씨의 출마와 그에 대한 높은 지지도는 민주화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본격적 민주화는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겨우 유년기에 접어든 민주화에 대해서 엄청난 공격이 퍼부어졌다. 반민주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세력도 민주화에 대해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었다. 그 결과 민주화의 가치나 의의 자체가 심각한 회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씨에 대한 높은 지지는 민주화가 반민주세력의 포위 속에서 ‘포위된 민주화’로 진행되어 결국 아직까지 ‘취약한 민주화’에 머물고 말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민주화와 관련해서 우리는 이회창씨의 출마 자체보다 그 사회적 조건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회창씨의 출마는 그에 대한 지지가 아주 높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그만큼 민주화의 성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생생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화의 성과에 대한 논의는 우선 반민주세력의 여전한 존속과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삼성공화국’이야말로 그 좋은 예이다. 이러한 전제를 명확히 하고 민주세력의 문제를 따지지 않는다면, 결국 ‘포위된 민주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취약한 민주화’마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정권의 민주화를 정치의 민주화나 사회의 민주화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민주화 이후의 보수주의에 대한 논의 위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검토해야 하며, 여기서 나아가 민주화의 민주화라는 영속적 민주화의 관점을 정립해서 ‘취약한 민주화’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회창씨의 출마를 계기로 우리는 민주화의 성과와 과제를 한국 사회의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다시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2007대선시민연대
2007/11/07 11:58 2007/11/07 11:58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olitics/trackback/20905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