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10일밖에 남지 않았다고요. 10일이요 10일....



아침부터 국회 법사위원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가 국회앞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호소하는 임차상인릴레이마라톤대회를 시작하고 국회 법사위 대기실에 도착했던 11시 30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북적거림은 '안타깝고도 서럽게도' 오늘 법사위원에서 많은 서민들이 고대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파산법, 주택임대차보호법등 이 논의되기때문이 아니다. 오늘 법사위에서는 검찰총장출석의 건과 교원정년연장의 건이라는 여,야가 현재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정쟁사안에 대한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강행처리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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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다를까, 오전에 있었던 정부가 제출한 민사집행법 등에 대해 법안심사1소위에서도 제대로 논의도 못하고 회의를 마치고 오후 1시 30분에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였다. 1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법사위 회의장에는 취재 및 사진 기자들, 의원 보좌관들,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및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는 400만 임차상인들의 간절한 염원인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조속한 논의와 제정을 바라는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전국임차상인연합회 등 운동본부 회원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한나라당의 윤경식 의원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참여연대에서 왔습니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입법 논의는 좀 해주십시오. 특히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빨리 일정을 잡아주십시오."

"예, 예 이번 국회 안에는 반드시 해야죠, 저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국회가 10일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주십시오."

"그래야 하는데 국회가 지금 이래서..."

"아무튼 의원님, 제발 빠른 논의 및 제정 부탁드립니다."

"예, 예"

한숨이 나왔다. 남은 법사위의원이 14명이므로 14번 이렇게 하자니, 기껏해야 면담 1, 2회한 의원을 복도에서 마주쳐서 이렇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입법만 된다면, 14명이 아니라 140명도 그렇게 할 용의가 우리에겐 있기 때문에 금방 힘이 났다.

국회 법사위 구성은 한나라당 7인, 민주당 7인, 자민련 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법사위원장(한나다당, 박헌기)실에 모여있던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이 단체로 법사위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을 위해서 많은 애를 써주고 있는 최연희 의원에게로 갔다. 의원들에게 말씀을 드릴수도 없는 상황을 상정해서 각대봉투에 임시로 제작한 피켓을 가슴에 들고 최연희 의원(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색적인 간이피켓에, 다른 정쟁사안으로 분주한 국회의원들에게 간절히 민생입법의 조속한 논의 및 통과를 호소하는 모습이 이채로운지 사진기자들이 연방 플래시를 터트렸다.

"의원님, 저희들이에요, 잘 아시죠?"

"그럼, 참여연대를 왜 모를까!, 너무 걱정 말게, 어떻게든 이번 국회 안에는 (민생입법을) 해보자고"

"그러게 말씀입니다. 그러려면 어서 저 싸움을 끝내시고, 빨리 하셔야 될 것입니다, 정말로 애가 타고 애가 타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알겠네, 알겠어. 자꾸 (농담으로) 협박하면 못 만들어"

"그러실 리가 있나요, 잘 좀 해주세요"

휴, 또 한 의원을 맞이했다.

아는 취재 및 사진 기자들이 지나갔다. 다들 국회가 이래가지고 민생법안 논의는 어떻하냐면서 '울상 짓는 우리들을' 위로해주고 갔다.

그때 한나라당의 이주영의원이 지나갔다. 우리는 그만 그 이를 놓치고야 말았다. 얼마나 아쉽던지, 의원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호소해야 하는데, 그것을 놓치다니 말이다.

그래도 계속 기다렸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지금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은 원래 강행표결처리하지 않기로 했던 교원정년연장건과 검찰총장출석건을 민주당과 합의 없이 표결을 강행하기로 결정하고 회의장에 나타났던 것이고, 민주당의원들은 본관 1층 원내총무실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순간, 표결을 강행하면 정국이 급랭할텐데... 그렇게 되면 이번국회 내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주체할 수 없는 근심에 몸서리를 처야 만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 법사위의원들 7인이 회의장으로 단체로 오고 있었다. 우리는 천정배 의원, 송영길 의원, 조순형 의원, 함승희 의원 등을 차례대로 맞이하고 인사하고, 입법을 호소하자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고 지나갔다. 그러나 정국이 지금 격돌하고 있고, 파행으로 가고 있는데 저 답변들이 지켜질까 참 씁쓸하기만 했다.

특별히 법안심사1소위장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처리에 적극적인 함승희의원과의 짧은 대화를 실어본다.

"함의원님, 저희들 참여연대에서 왔습니다"

"아, 그래요, (아는 얼굴들이라 반갑게 웃음으로)

"빨리 법안심사1소위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논의좀 잡아주세요"

"아, 그렇게 해야되는데, 지금 상황이 이러니, 원..."

"국회에 얼마 안 남아서 정말, 너무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요, 일정을 잡아야죠. 예"

개별적으로 보면 1,2의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법사위 의원들이 입법에 적극적인데 막상 입법이 안되고 있는 현실이라니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다. 법안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최병국, 김기춘의원 두 의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의원들과 최소 인사라도 나누고는 우리는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돌아오는 길에 오전에 개최했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호소하는 서울시내 임차상인 릴레이마라톤대회를 마치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 20여명의 임차상인들이 국회밖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이제 국회 청원과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청원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 그동안 그렇게 많이 제출했던 청원이 무슨 소용이 있었던가 또 한번 회의가 밀려온다. 그러나, 그래도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엇이든지 우리는 해야하므로 하기는 해야할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이 글을 쓰는 순간 국회소식이 들어왔다. 교원정년연장건과 검찰총장출석건이 민주당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민련만으로 강행표결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 심지어는 교사의 60%넘게도 교원정년연장을 반대한다는데, 민주당과의 합의도 어기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국회를 파행으로까지 몰아가면서 강행표결을 하는 것인지 정말 실망스러웠다. 또한 검찰총장은 여러 정황상 자중할 것이지 쓸데없이 발언을 일삼고 다녀 안그대로 벼르고 있는 야당을 자극하여 강행표결까지 (결과적으로) 유도하는지 개탄스러웠다.

실망과 개탄도 잠깐, 이런 상황에 너무 걱정이 돼서 배달된 신문가판을 보니 모든 신문들의 헤드라인이 "국회법사위에서의 표결강행 및 두 안건 가결"기사였다. 헤드라인이나 해설기사에는 어김없이 "정국급랭, 국회 문닫나!"를 전망하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아, 어떻게 되는 것인가! 법사위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줄기차게 약속했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이번 정기국회내 처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400만 임차상인들의 생존권보호는 올해에도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마음을 다잡았다. 내일부터 또 국회에 상주하리라. 싸운 것은 싸운 것대로 두고, 일단 법안심사1소위는 개최해서 어서 빨리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논의해라고 호소하고, 촉구하리라. 그리고 참여연대 차원에서, 상가임대차보호운동본부 차원에서 국회앞에서 노상에서 단식철야농성이라도 들어가리라. 더 이상 기다릴수도 없고, 더 이상 국회의 민생외면에 당하기도 싫고, 여기서 끝장을 내리라. 400여만명의 임차상인과 서민들의 염원이 이기는가, 273명의 민생외면꾼들이 이기는가! 개인적으로 애써주었던 의원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 싫어졌다. 각각의 헌법기관들이 당리당략과 정쟁에 휩싸여서 전혀 제대로 된 입법기능을 발휘 못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입법에 적극적인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 말만은 전하고 싶다. 12월 8일 정기국회가 마치는 날까지 11월 29일(목)부터 정확히 10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10일밖에 남지않았다고요, 10일이요, 10일, 10..........
안진걸
2001/11/28 21:59 2001/11/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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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우리의 마라톤이 입법의 승전보로 이어지길

    Tracked from 민생희망본부 2003/03/15 19:11  삭제

    서울시내 임차상인 릴레이 마라톤 대회 28일 현재,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입법지연으로 임차상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입법지연에 대한 국회에 대한 규탄 및 조속한 입법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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