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및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좌경시비에 대한 참여연대 논평
1. 김대중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밝힌 재벌개혁 및 국가보안법 개정 의지 표명에대해 한나라당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색깔시비를 제기하고 나섰다. 재벌체제야말로 IMF 경제위기를 초래케한 근본 원인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 이순간에도 재벌이 경제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재벌이 개혁되지 않으면 제2의 경제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가 국내외적으로 누차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 경제위기 극복의 사활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재벌개혁문제를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건설적 비판과 대안 제시가 아니라, 정략적 차원에서 색깔논쟁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인 행태에 대해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과거 집권당으로서 경제파탄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를 반성하고 재벌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커녕 오히려 재벌의 논리를 옹호하며 재벌개혁에 색깔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국가경제와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2. 우리 헌법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전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와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119조)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정부가 국가경제의 건전하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재벌개혁정책을 취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권한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재벌정책을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오히려 부당내부거래와 문어발식 확장, 계열 금융회사를 통한 시중자금 독식등으로 시장의 기능을 무력화시켜온 것은 다름아니라 재벌이다. 또한 불법,편법 증여, 상속을 통해 조세정의를 유린하고, 소유지분과 무관하게 경영을 전횡함으로써 주식회사제도의 원리를 부정하고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쳐온 것도 재벌과 총수일가이다. 이런점에서 재벌개혁은 왜곡된 시장질서를 정상화하고. 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와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며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3. 또한 재벌총수에 대해 부실경영과 불법행위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하고,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주식회사제도하에서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재벌측은 김대중 정부의 재벌정책이 재벌해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김대중 정부가 총수일가의 왕조적 지배라는 재벌의 전근대적 소유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비관련 다각화된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구조를 경쟁력있는 독립기업단위로 재편하는 재벌해체를 재벌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분명히 해야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재벌해체는 총수 지배구조를 해체하는 것이지 개별기업을 공중분해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정당과 신한국당이 집권당인 시절에도 업종전문화정책등 재벌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시도가 결국 재벌의 저항과 정경유착으로 인해 좌절되었다는 점이며, 그것이 결국 IMF 경제위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4. 한나라당과 재벌측은 시장경제원리를 들어 재벌개혁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성장해온 것이 아니라, 정경유착에 기초하여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지원을 통해 육성되어져 왔다. 한마디로 재벌은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이런점에서 과거 정권의 재벌육성정책의 타당성 문제를 떠나 재벌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은 정당화하면서, 재벌을 개혁하기 위한 시장개입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모순된 태도이다. 재벌해체만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주의적인 것이라면 전후 일본의 재벌을 강제로 해체시킨 맥아더도 사회주의자란 말인가
5.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개정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색깔시비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가보안법은 과거 독재정권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악용되어, 수많은 양심수를 양산시켜온 구시대의 대표적 악법으로 폐지되어 마땅한 법률이다. 국가보안법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유엔인권위원회와 국제사면위원회등 국제사회에서 조차 여러 차례 지적이 있었으며, 특히 이번에 개정이 거론되고 있는 찬양,고무죄(7조)와 불고지죄(10조)는 헌법에 보장된 사상, 표현, 양심의 자유를 유린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마땅 하다는 것이 국내외 인권단체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
부모가 자식을 고발하지 않았다는 반인륜적 이유로, 같은 민족의 통일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좌경용공의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이 조항들은 시대의 퇴물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 폐지에 색깔론을 시비하는 것은 한나라당 스스로가 시대의 퇴물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한나라당이 구태의연한 색깔시비를 철회하고 보다 선진화된 정책정당의 모습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