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경선관전기-광주>이변,그이상의 혁명적 반전
유권자운동/2002대선유권자연대 :
2002/03/19 10:36
광주 경선은 국민경선의 실질적 '중간평가'
(편집자주) 사이버참여연대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동안 각 지역 경선별 평가를 담은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관전기를 연재한다. 정대화 교수는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관전기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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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후보가 최다 득표한 것이 발표되자 노사모 회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이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광주 경선 행사가 시작될 무렵 사회를 맡은 김경재 의원은 국민경선을 일러 "시청율 1위의 정치혁명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입성수가 구성수라고 했던가, 3월 16일 오후 6시 투표는 '혁명'의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 경선에서 한화갑 후보의 1위 선전이 '이변'이 아니라 '의외'였고 울산 경선에서 김중권 후보의 2위 선전 또한 '의외'였다. 이것은 대다수 민주당 관계자들과 언론인들이 동의하는 평가였다. 그런 반면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1위는 '의외'의 결과가 아니라 극적인 '이변'이었으며, 사실상 그 이상의 혁명적 반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민주당이나 5명의 후보측, 그리고 취재기자들 누구도 노무현 후보의 1위를 입밖에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화갑 후보가 1위를 차지한다는 전제하에 노무현과 이인제 중 누가 2위 자리를 차지하느냐, 표차가 얼마나 나느냐에 관심을 가졌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사회적 질환이나 병리현상을 해소시켜준다고 일전에 말한 바 있는데, 잘 정비된 정치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지금 진행중인 민주당의 국민경선이 원칙적으로 그런 사례의 하나로 지목될 수 있을 것이다. 경선 과정이 완벽한 것도 아니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다시 거론하기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평가하자면, 제주와 울산과 광주를 거치면서 목격한 선거과정은 야합이나 결탁이나 음모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없고 그 맛을 낼 수도 없는 역동적인 정치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광주 경선은 사실상 울산 경선이 끝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제주와 울산을 거쳐 한화갑과 노무현 후보가 각각 1위를 한 상태에서, 그 결과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이 꺾이면서 노무현 후보가 종합 1위를 한 상황에서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하는 것이 그 이후의 경선의 전개과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울산 경선 이후 김근태 후보가 사퇴하면서 노무현 후보에 대한 간접적 지지 이상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수뢰혐의를 받고 있던 유종근 후보가 사퇴하면서 후보가 5명으로 압축된 것도 관심을 고조시키고 경쟁의 강도를 높인 간접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은 광주 경선이 국민경선의 실질적인 중간평가 혹은 중간선거에 해당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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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설 차례를 기다리는 5명의 후보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민주당이 전국적 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상 호남의 지지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광주가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 때문에 광주에서의 지지는 민주당의 공식후보의 자격을 부여하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주의의 이념을 신봉하는 개혁적인 정책을 펼치는 후보라면 80년 광주항쟁의 중심지인 광주에서의 승리를 단순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울산 경선에 이어 광주 경선을 치르면서 울산의 선거결과와 광주의 선거결과가 영남과 호남 민심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울산에서 승리한 노무현 후보가 광주에서 선전함으로써 이인제 대세론을 누르고 노무현 대안론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냐, 제주와 울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었던 이인제 후보가 광주에서 승리함으로써 대세론의 복원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한화갑 후보가 고향인 광주에서 승리함으로써 '호남후보 부적격론'을 불식시키고 가능성 있는 후보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일부 언론에 보도되었던 것처럼 5명의 후보들이 광주 경선에 기울인 열정은 대단한 것이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거의 모든 선거역량을 광주에 집중했으며, 특히 광주시민과 선거인단을 향한 후보들의 연설은 열정과 감정과 호소가 절절히 배어있었다. 모든 후보들은 목이 쉴 정도로 열정적인 연설을 했으며 참석자들 역시 박수로 화답했다. 이러한 광경은 광주가 국민경선의 중간선거이자 회심의 승부처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다른 측면에서 광주 경선에 참석한 사람들의 규모나 열기 역시 특별했다. 염주체육관에 모인 사람들의 규모는 선거인단 규모 1941명의 2배를 넘는 4000명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었다. 선거인단 규모만큼의 참관단이 참석했다는 뜻인데, 자발적 참석자가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 후보 진영에서 경선을 위해 지지자를 대거 동원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선거 결과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 복원은 일단 광주에서는 실패로 돌아갔다. 한화갑 후보가 고향에서 권토중래하려던 계획도 일단 무산되었다. 반면 이인제 대세론을 누르고 노무현 대안론을 유지한다던 노무현 후보 진영의 '현실적' 목표치는 기대 이상으로 달성되어 이인제 대세론을 노무현 대세론으로 질적으로 전환시켜 버리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선거인단 1941명의 81%인 1572명이 참가한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투표자의 38.9%인 595명의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현장에 있던 민주당 관계자들, 취재기자들, 그리고 정치분석가들의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토론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로 "재주는 한화갑 후보가 부리고 돈은 노무현 후보가 챙기는", 즉 한화갑 후보가 1위를 하고 노무현 후보가 2위를 함으로써 실제로는 2위를 한 노무현 후보의 대안론이 강화되는 결과에 대한 토론이 압도적이었다.
다른 한편 노무현 대안론의 강화라는 시나리오를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면서 "재주는 한화갑 후보가 부리고 실상은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이 부활하는" 시니리오가 일정한 심정적 지지를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갑 후보가 정치적 고향에서 거부되고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이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결과로 나타났으니, 선거결과를 접하는 사람들의 느낌이 놀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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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
첫째로, 노무현의 득표가 사실상의 개혁연대 혹은 4자연대의 모양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후보에 대한 김근태 진영의 직간접적인 지지 경향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게다가 한화갑 후보의 부진과 정동영 후보의 낮은 득표가 노무현 후보의 높은 득표와 상호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노무현 후보의 595표에 대한 다른 세 후보의 결과론적인 기여가 있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이것을 두고 '후보에 의한 연대'가 아니라 '선거인단에 의한 사실상의 연대'라는 평가도 나왔다.
둘째로, 민주당 국민경선을 조직과 바람의 대결이라고 가정할 때 조직의 힘이 초반부터 바람에 의해 압도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경선 과정이 진행될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실시된 경선 결과가 전체적으로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당원이나 대의원이 아닌 선거인단의 참여를 촉발하고 선택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원과 대의원에 대한 조직동원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셋째로, 울산과 광주는 영남과 호남의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지만, 두 지역의 경선을 통해 노무현 후보가 영남과 호남을 동시에 아우르면서 영남과 호남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하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남북과 부산·대구, 전남북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지 주목된다.
넷째로, 그러나 하나의 가설인 '노무현 대세론'이 안정성을 획득한 상황은 결코 아니다. 당장 대전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134표 차이로 앞설 경우 종합 1위 자리는 바뀌도록 되어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의 지지기반을 침식하면서 표를 얻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선 시작 이전에 거론되었던 '이인제 대세론'이 크게 침체되었을 뿐 아직도 이인제 후보의 기반 자체는 일정하게 건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의 격화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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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제 후보 ⓒ 오마이뉴스 |
첫째, 2000년도 8·30 최고위원 경선자금에 대한 김근태 당시 후보의 고해성사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권노갑 전 고문의 발목을 잡아버렸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중요한 선거 쟁점인 '이인제-권노갑 선거동맹'을 만약 사실로 인정한다면 권노갑의 공식적인 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이인제 후보의 조직적 득표력의 저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화갑, 김중권 후보의 경선 초반의 의외의 선전이 이인제 후보의 조직 득표력을 잠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무현 고문의 득표에 간접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으로 대표되는 동교동 구파의 위축과 한화갑 후보로 대표되는 동교동 신파의 약진이 조직에만 의존하는 이인제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한나라당과의 가열되는 정쟁 관계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이른바 '빌라게이트'에서 나타난 귀족정치 분위기에 대한 노무현 후보의 서민정치 스타일이 노무현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정치자금에 대한 고해성사를 통해 결과적으로 권노갑 전 고문의 발목을 잡은 김근태 후보의 전격 사퇴가 정치권에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키면서 김근태와 노무현의 연대를 현실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개혁연대의 가능성을 수면 위로 부상시킴으로써, 그것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흐름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인제 후보의 선거부정과 도덕성 문제도 이인제 진영에는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노무현 후보가 제기한 정통성이나 정체성 문제와는 무관한 것으로, 울산 경선에서 확인된 향응제공과 금품살포 및 이에 대한 당 선관위의 공식적인 경고 조치, 그리고 이인제 후보의 울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운환 전 의원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조성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당내 세력관계 및 후보들간의 관계 역시 경선결과에 작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인제 대세론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경선에 참여한 후보그룹들의 반이인제 경향은 이인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인제 대세론의 침체를 틈타 당내 분위기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광주 경선까지 오는 과정에서 이인제 후보에게 닥친 여러 악재들이 노무현 후보의 선전에 작용했다면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일단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질 대전, 충남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종합 득표수에서 이인제 후보가 당분간 1위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전, 충남지역에서 이인제 후보의 예상되는 높은 득표가 다른 지역에서의 득표력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며, 충청지역에서의 높은 득표가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만큼 영호남 및 수도권에서의 득표력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강세가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제주, 울산, 광주에서 형성된 뜨거운 대립구도 및 노무현 1위의 선거결과는 대전, 충남, 강원을 거치면서 대립강도가 완화되면서 조정국면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다음 3월 말 4월 초에 이어질 경남, 전북, 대구, 인천, 경북 등을 거치면서 선거의 흐름을 구체화하고, 4월 하순에 집중된 선거인단 비율 50%를 차지하는 부산, 경기, 서울을 거치면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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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는 노무현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3강 구도일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을 깨고 광주 경선에서 노 후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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