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밥 67.5% 까치밥 16.5%, 대전 선택



(편집자주) 사이버참여연대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동안 각 지역 경선별 평가를 담은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관전기를 연재한다. 정대화 교수는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관전기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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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화 경선 관전기-광주>극적 이변, 그 이상의 혁명적 반전(03/17)

▲ 대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전 경선은 광주에 비해 상징성과 중요성이 크게 떨어지는 선거였다. 게다가 사실상 이미 1위가 내정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대전 경선의 결과 분석에 지나치게 무게를 둘 이유는 없다. 광주 다음날 치러질 대전 경선의 유일한 관심사는 이인제 후보의 득표 수준이었다. 상징성을 갖는 광주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반면 이인제 후보가 경선 개시 이후 연일 고전하는 상황에서 그의 고향인 대전의 반응이 관심을 끄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인제 후보는 연설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길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했다.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고 "한국의 가부장적인 마초들이 어머니를 강조한다"는 페미니스트들의 진단은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이후보는 어머니를 대전과 연관시켰다. 그에게서 대전은 "어머니의 품"으로 상징화되었다.

반면 이후보에 앞서 감나무의 까치밥을 예로 들어 연설한 노무현 후보는 부산보다 후한 대전의 인심을 강조하면서 "넉넉한 까치밥"을 당부했다. 노후보가 기대한 넉넉한 까치밥은 부산에서 받았던 35%의 지지율보다 조금 많은 37%였다.

그러나 대전의 까치밥은 그다지 후하지 않았다. 전체 선거인수 1,876명의 71.2%인 1,336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이인제 후보는 총 유효투표 1,325표의 67.5%에 해당하는 894표를 얻은 반면 네 명의 손님들이 나눠먹어야 할 까치밥은 32.5%에 불과했다. 네 사람의 까치밥 32.5%는 노무현 후보 한 사람이 기대한 까치밥 37%에도 못미치는 것이었다. 실제로 노후보는 219표를 얻어 37%의 절반 이하인 16.5%에 머물렀다.

대전 경선의 중요도와는 별개로 분석 역시 변수가 적어 매우 평이하다. 이인제 대세론의 복원인가, 지역주의인가 하는 문제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석의 논리상 먼저 지역주의 변수를 검토해보자. 대전 경선의 결과는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역주의 성향의 투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인제 후보에게 몰린 67.5%의 압도적인 득표율은 다섯 명의 후보가 경합한 상황에서는 몰표라 할 수밖에 없으며,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몰표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주의가 몰표 현상의 유일한 배경은 아니다. 이인제 후보측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인제라는 인물에 대한 높은 지지도가 몰표를 동반할 수 있다. 다른 후보를 압도하는 탁월한 조직력도 몰표를 가능하게 한다.

가정에 불과한 것이지만, 합법이든 불법이든 자금력이 풍부하다면 현실정치에서 더 많은 지지를 얻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드러난 몰표 현상을 무조건 지역주의로 단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 인물에 대한 지지도, 탁월한 조직력, 풍부한 자금력 등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미세하고 복합한 논의를 개진할 생각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인물에 대한 지지도와 지역주의적 성향은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그리고 조직력과 자금력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 정치에서 거의 동의어에 가깝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자. 그리고 조직력은 지역주의적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나의 특징적인 현상은, 후보 연설이 진행되는 도중에 인솔자들의 아내로 여성이 다수 포함된 상당한 규모의 선거인단들이 장내로 들어왔으며, 이들이 이인제 후보의 연설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거나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인제 후보를 연호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인제 후보측의 조직력이 강하다는 증거이거나 조직동원의 흔적일 수도 있다. 적어도 현장에서는 이인제 후보의 조직력의 우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물론 조직력의 우위가 지역주의의 증거라거나 자금력의 증거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특정 지역에서의 몰표를 무턱대고 지역주의로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며, 그러한 평가 자체가 지역주의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은 안경을 쓰면 세상만사가 검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가 아니라 인물에 대한 지지도라거나 조직력이라거나 자금이 풍부하다는 식의 설명 역시 턱없이 부적합한 논리일 뿐이다. 김영삼에 대한 영남의 지지, 김대중에 대한 호남의 지지, 김종필에 대한 충청의 지지는 모두 이들 인물에 대한 지지인 동시에 강력한 지역주의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대전 경선에서 나타난 몰표가 지역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도 인물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압도적인 지지도는 지역주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이인제 후보측은 설명이 다소 궁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에서 이인제 후보가 얻은 67.5%는 제주(25.6%), 울산(21.6%), 광주(31.3%)의 득표율을 2-3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인제 후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대전지역에서만 압도적으로 지지받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지역주의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에 대한 해석은 이 정도로 하고 이 문제는 다름 사람들의 토론의 주제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다만, 지역주의 투표 성향의 특성상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다. 92년 대선에서 나왔던 "우리가 남이가" 라는 표현이나 00년 총선에서 나왔던 '영도다리' 발언처럼 공개적으로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방법이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특정 지역에서 지역주의 투표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것 역시 지역주민들의 지역감성을 자극해서 지역주의로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지역주의란 이처럼 민감하고 폭발적인 것이다.

다음 쟁점. 대전 경선의 결과는 이인제 대세론의 복원으로 평가되는 것일까? 대전 경선 현장에서 많은 이인제 지지자들은 그렇다고 강조했다. 대전 경선을 기점으로 초반의 부진을 극복하고 오직 1위만을 향해서 전진한다고 했다. 반면 경쟁자인 노무현 지지자들은 충청지역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절하했다. 지역주의적인 투표성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충청지역을 벗어나면 재반전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제 대세론의 복원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따른 일시적인 반전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논리상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기는 하겠지만, 일단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16차례 경선의 1/4 수준인 4차례의 경선만으로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진실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전체 선거인단 규모의 9%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는 선거인데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개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래의 결과를 속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근태와 유종근 후보의 경우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다만, 추상적인 수준에서 일정한 가능성의 범주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첫째, 대전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의 압승과 압승의 요인을 감안할 때 경선 초반에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주의 변수가 경선 과정에 추가로 개입될 여지가 커졌다는 사실이다. 지역주의 변수의 강도는 앞으로의 경선에서 각축하는 주요 후보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특히 3월 23일 충남 경선과 30일 경남 경선이 주목된다. 앞의 것은 이인제 후보에 대한 몰표 현상의 지속 여부를, 뒤의 것은 노무현 후보에 대한 경남 민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주의 변수에 대한 가치 평가와는 별개의 문제로,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지역주의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겠느냐 하는 문제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이인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역풍일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경선 현장에서는 이인제 후보가 얻은 압도적 승리가 오히려 본인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관전평이 많이 나왔다.

이유는 광주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상황이니 만큼 자칫 영호남과 충청지역의 대결구도로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이 96년 총선에서 JP의 충청도 '핫바지론'에 기인한 지역주의적 고립화와 유사한 고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JP의 고립화와 다른 점은 총선에서의 지역주의적 고립화는 고립된 지역에서의 높은 지지와 당선 가능성을 증가시키지만, 대선에서의 고립화는 그 지역에서의 높은 지지 때문에 오히려 전국적인 득표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실패를 자초한다는 점이다.

셋째, 대전 경선의 결과는 단기적으로 '이인제 대세론의 복원'으로 평가되지만 복원된 대세론은 지극히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4차례의 경선 과정에서 이인제 대세론, 대세론의 부정, 노무현 대안론, 노무현 대세론 등으로 선거결과가 극심하게 요동치는 불안정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대전 경선의 결과만으로 대세론의 복원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일단 복원된 대세론이 장기 지속성을 갖는 안정적인 대세론일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잠정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인제 후보의 약진이 힘을 얻는다면 이인제 후보의 주도권 아래 이인제 대세론과 노무현 대안론이 각축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지만, 노무현 후보의 대안론이 힘을 얻는다면 노무현 후보의 주도권 아래 노무현 대세론과 이인제 대세론의 진실 공방의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공방의 진위 여부는 4월 5일 대구 경선과 4월 6일 인천 경선을 지나면서 검증되지 않을까 한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
사이버참여연대
2002/03/19 10:36 2002/03/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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