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경선관전기-전북>전북, '극단'은 없었다
유권자운동/2002대선유권자연대 :
2002/04/02 23:10
동상이몽의 경선 대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편집자주) 사이버참여연대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동안 각 지역 경선별 평가를 담은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관전기를 연재한다. 정대화 교수는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관전기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정대화 경선관전기
<경남>경남에의 '음모론' '색깔론'
이인제의 고뇌에 찬 결단 (03/27)
<강원>태백산맥 넘은 '돌풍' (03/25)
<충남>바람 맞선 승부수 '음모론' (03/24)
<대전>지지도인가 지역주의인가 (03/18)
<광주>극적 이변, 그 이상의 혁명적 반전(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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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 사람은 대안론으로 승리를 마감한 후 '개혁적 정계개편'을 꿈꾸고, 다른 한 사람은 다음 기회를 기대하면서 '아름다운 마감'을 준비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새로운 승리의 가능성을 찾아 '신비의 세계를 탐구'하는 동상이몽의 경선 대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북 익산의 경선 결과를 이렇게 요약 정리하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언제나 그렇지만 평가는 네티즌들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익산 경선이 민주당 국민경선의 성격을 명백하게 전환시켰다는 사실이다.
동상이몽의 정치가 현실화되는 상황이라면 세 후보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같은 침대에 누워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한 방향의 꿈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가급적 개별 후보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는 정치적 대의를 표방한 집단행동에 '각개약진'이 포함된 이 그림이 어떤 양상을 보이며 자기전개과정을 설계해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경선 여덟 차례를 현장에서 밀착 관찰하면서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다이나믹한 것이고 얼마나 흥미진진한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다. 단 한 번의 지루함도 없고, 단 한 번의 상투적인 예측도 허용하지 않는, 그리하여 얼치기 정치학자와 정치평론가와 기자들을 번번이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유권자들의 역동성을 보면서 민주주의가 죽어버린 '절차'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대중의 삶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대중의 역동적인 삶', 오직 그것만이 유일하게 진실인 것이다.
전북 경선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상당한 관심과 역량을 집중했다. 나름대로의 득표기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제주, 광주, 강원에 이어 또 하나의 객관적인 평가지역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후보는 같은 호남권 안에서 광주 경선의 바람을 기대했고, 이인제 후보는 전북의 조직표와 인접한 충청지역의 바람을 기대했으며, 전주 덕진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정치적 연고지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그랬기 때문일까? 전북 선거인단들은 질적으로는 지지의 성격을 밝히면서도 양적으로는 어느 후보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표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풍성한 호남평야의 아량을 베풀었다.
'황금분할'로 표현된 노무현 756표에 34.3%, 정동영 738표에 33.5%, 이인제 710표에 32.2%의 지지상황은 인위적으로는 연출할 수 있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도민들은 작은 차이지만 광주에 이어 전북에서도 노무현에 대한 선호도를 끊지 않고 이어주었으며, 어려운 조건에서 선전하면서 '경선 지킴이'를 자임하는 지역 출신 젊은 정동영에 대한 돈독한 관심과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것은 전북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처음으로 꼴찌를 기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대안론의 급부상과 대세론의 붕괴라는 '정치적 파죽지세' 상황을 감안한다면 3위의 이인제 후보가 얻은 710표는 매우 값진 것이며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노무현의 돌풍이라는 저널리스틱한 분위기에 정신을 빼앗겨 이인제의 조직력과 저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전북에서 이인제 후보는 1위와 큰 차이가 없는 710표를 얻어 '사퇴파동' 전후의 후유증을 해소했다는 긍정적 측면과 삼자대결에서 꼴찌를 했다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맛본 셈이다.
최근 경선의 흐름이나 여론조사 결과로 평가할 때 노무현 후보는 기대 이하의 득표를 한 반면 이인제 후보는 기대 이상의 득표를 한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표가 줄면서 정동영 후보의 표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것은 전북지역에서 이인제 후보의 조직표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거관계자들에 의하면 노무현 돌풍의 영향을 받던 흐름이 며칠 사이에 바뀌어 경선 직전에 표 나누어주기 바람이 강하게 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심좋은 전북이 격화되는 경선 대결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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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후보ⓒ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런 결과 때문인지 경선장 주변에서는 전북지역이 모든 후보를 승리자로 만드는 절묘한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노무현에게는 대안론의 지속을 허락했고, 정동영에게는 지역 출신으로서의 자부심과 '경선 지킴이' 역할에 대한 평가를 주었으며, 이인제에게는 경선에서 이탈하지 말고 심기일전에서 재도전할 것을 당부했다는 설명이다. 경선장 표현을 빌자면 '색깔론' 때문에 화산의 분화구를 걷는 듯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는 경선상황인데, 전북이 이 살얼음판 경선의 '판깨기'를 막았다는 것이다.
연설이 시작되자 노무현은 광주의 위대한 선택을 강조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은 없다, 패배론에서 벗어나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함께 가자"고 선거인단을 격려하면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92년이나 97년과 달리 영호남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두가 환호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그는 마산에 이어 익산에서도 페어 플레이하고 경선에 승복하자고 강조하면서 이어질 이인제 후보의 공격을 예방하려는 듯 '음모론'과 '색깔론' 및 흑색유인물 살포에 대해서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는 작심하고 공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전북과 논산이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의 어머니 이야기를 가볍게 언급한 다음 연설의 대부분을 노무현 비판에 할애했다. 그것도 고강도의 본격적인 비판이었다. 그는 '색깔론'의 일환인 노선검증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념은 뼈와 피 속에 박혀 있는 것이므로 권력을 잡으면 본색이 드러난다"는 가장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그 사례로 다시 파업현장과 국회에서의 발언을 인용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과의 전쟁 등을 거론하면서 노후보가 민주노동당 강령보다 더 급진적이라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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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제 후보ⓒ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 후보가 당시 신한국당을 탈당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렸으니 결과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후보가 자신의 당선을 위해 탈당한 것을 두고 김대중 정권의 탄생을 도운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97년 자신의 탈당행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수립을 위해 탈당했으니 요새 말로 '김대중 2중대'가 되는 셈인데, 이런 식의 자가당착은 곤란한 것이다.
전북의 선택은 예상된 것일 수도 있고 하나의 이변일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대안론의 급부상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이변으로 평가될 수도 있지만 광주와 충청지역의 중간에 위치한 완충지역이라는 점에서는 광주와 충청의 양 극단을 절충한 균형적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마산 경선에서 획득한 높은 득표로 이인제 후보를 445표 차이로 추격한 노무현 후보가 익산에서는 단지 46표만을 추가함으로써 이인제와의 격차를 399표 차이로 줄이는 정도에 그쳤다. 이 결과에 대해 노무현 후보는 천천히 가겠다고 여유를 부렸으며, 한편에서는 우스개 소리로 전북도민들이 경선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노무현의 추격을 지연시켰다는 해석도 나왔다. 적어도 결과론적으로는 맞는 분석임에 틀림없다.
전북 경선의 투표율 74.3%는 제주 85.2%와 광주 81.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전날 마산의 57.1%보다 무려 17.2%나 높은 수치로서, 일부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마산 경선에서 나타난 낮은 투표율의 원인을 두고 경선 열기가 식었다느니, 후보들간의 인신공격과 다툼에 유권자들이 식상해한다느니 하는 식으로 평가한 것이 근본적으로 오류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문제점들이 경선의 취지를 본질적으로 훼손하거나 경선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정도는 아니다. 일부 무리한 주장이나 상호비방의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아직은 경선 자체의 의미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자간 논쟁이 한계를 크게 벗어날 경우에는 후보들간의 우열을 떠나 경선 자체가 타격을 받고 모든 후보들이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선거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강원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이 거부되어 사실상 퇴장했다면, 경남과 전북 경선에서 '색깔론'이 수용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전략으로서의 '색깔론'이 아직 퇴장당한 것은 아니 만큼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대구와 인천에서 더욱 강화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 지역들은 노무현의 연고지역이거나 개혁적인 수도권이어서 노 후보를 선호하는 개혁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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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 후보ⓒ 오마이뉴스 권우성 |
마산 경선과 익산 경선에서 당 선관위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선거인단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 후보측에서 참관인과 지지자들의 출입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정식 공문을 당에 보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투표장 안에서 연호를 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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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그러나 국민축제로 진행되고 있는 경선장의 출입을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출입을 통제하다보니 선거업무가 과중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선거인들의 출입이 매우 번거롭게 되었다. 통제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인 지지자나 운동원들은 모두 기술적으로 드나들었다. 경선장 안에서 선거인단 아닌 지지자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것을 목격했다. 대신 순수한 참관인들이나 경선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한 일반시민들은 입장을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익산 경선에서 후보연설이 시작되기 직전에 다른 두 후보가 연단에 앉아 있는 동안 유일하게 출입통제를 요청한 후보만 경선장 안에서 선거인들에게 인사를 하는 등 선거운동을 하고 다녔고, 그 후보가 지나갈 때마다 지지자들이 박수치고 연호하는 장면이 10분 이상 계속되었다. 지지자들의 연호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통제를 요청한 측에서 장내 선거운동을 하면서 연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아무 실익도 없고 불만만 사는 경선장 출입통제는 당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경선장 바깥에서 지지자들간 선거운동이 격화되면서 물리적인 대결이나 기세싸움 양상으로 가는 것도 문제이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지만 지금은 때때로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다. 세 후보측에서 선거인단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 운영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운동이 과해지면서 오히려 선거인단의 출입을 방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 결과 선거운동은 뒷전이고 지지자들끼리의 상호경쟁만 부각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선거운동의 방식과 위치를 규정하여 경선장 입구에서는 지지자들이 구호와 박수 등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익산 경선에서는 한 후보측에서 15명 가량의 풍물놀이패를 동원하여 경선장 입구에서 운동원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했다. 풍물놀이패를 동원하는 것이 규칙을 위반하는 것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오전과 오후에 계속된 풍물놀이패들의 공연으로 경선장 바깥은 매우 혼잡하고 시끄러웠다. 그러나 당 선관위에서는 누구도 만류하거나 제지하지 못했다. 당 선관위 관계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후보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당 선관위가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당의 내부 경선을 중앙선관위에 위임하여 경선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중앙선관위와 당 선관위가 역할을 분담하여 중앙선관위가 지도와 결정권을 행사하는 반면 선거실무는 당 선관위가 그대로 관장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중앙선관위는 실무부담이 없이 당 선관위가 할 수 없는 선거자금 통제나 선거분위기 조성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방법이나 선거분위기가 지나치게 과한 수준은 아닌 만큼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다. 따라서 경선의 본질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후보들간의 표대결에 있다. '399표 차의 근접추격', 이것이 이번 주말 드라마의 관심사항이다. 이회창과 박근혜가 대결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연고지인 대구와 경북에서 주민들은 민주당에게 어떤 선택을 만들어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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