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경선관전기-경북>누가 '질풍노도'를...
유권자운동/2002대선유권자연대 :
2002/04/10 15:13
'노무현 현상'과 민주당 경선
(편집자주) 사이버참여연대는 민주당 국민경선 기간동안 각 지역 경선별 평가를 담은 정대화 상지대 교수의 관전기를 연재한다. 정대화 교수는 '대선감시시민옴부즈만' 전문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관전기는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학창시절에 독일 낭만주의 문학작품을 접하면서 문학으로 표현된 '질풍노도'를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 실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2002년 대통령선거를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질풍노도의 정치적 번안을 보는 듯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유럽 낭만주의의 문학적 질풍노도(疾風怒濤)가 한국에서 정치적 질풍노도(疾風盧濤)로 부활했다고나 할까.
질풍같이 달리는 노무현의 파도, 그래서 질풍노도? 이 말은 투표결과가 발표되는 경선 현장에서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로 한 말이다. 아마도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말 그대로 우스개 소리일 뿐이다. 참고로 질풍노도는 민주노동당 노원·도봉구 조기축구회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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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후보의 연설 장면ⓒ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구 경선이 끝난 직후 노 후보가 지자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게 뭔지도 모르고 그 사람들이 건드렸다. 나는 건드리면 표가 나온다. 그러니 앞으로 건드리지 마라. 내 꿈이 가위눌린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노무현 현상의 원천을 더듬어볼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단서나 배경을 탐구할 시간이 없다. 그것은 다음의 일이다.
식목일과 한식이 연이어 끼어 있는 4월 첫째 주말 정치드라마는 결국 노무현 후보의 3점 홈런식 완승으로 끝났다. 노 후보는 대구(62.3%), 인천(51.9%)에 이어 포항에서도 59.4%로 1위를 확보했다. 선거인수 3,856명에 투표자수 2,111명(유효투표수 2,097)으로 투표율 55%를 기록한 포항 경선에서 노 후보는 1,246표를 얻어 득표율 59.4%를 기록했다. 2위를 한 이인제 후보는 668표를 얻어 31.9%를, 정동영 후보는 183표를 얻어 8.7%를 각각 기록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열 한 차례의 득표를 누적 합산하면 1위 노무현 후보 8,018표(47.6%), 2위
이인제 후보 7,002표(41.6%), 3위 정동영 후보 1,817표(10.8%)로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1,016표차로 앞섰으며 6.0%의 득표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 지역에서 실시된 이번 주말 경선에서 노 후보는 3,405표를 얻어 1,990표의 이 후보보다 1,415표를 더 얻은 셈이다. 결국 지난주까지 이 후보에게 399표차로 뒤져있었다가 이번 주말 경선을 통해 1,016표차로 앞서게 된 것이다.
세 지역의 득표수와 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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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후보가 대전, 충남 경선에서 연패한 이후 춘천서부터 지금까지 이룩한 6연승 기록을 보면 평균 55%대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각각 30%와 10%를 약간 상회하는 득표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누적득표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추격하다가 대구 경선에서 추월한 후 총득표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각 후보의 득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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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선에서 나타난 후보별 누적 득표율 변화 추이를 보면 노무현 후보는 42.1 - 45.0 - 45.9 - 47.6로 증가하는 반면 정동영 후보는 12.1 - 11.8 - 11.1 - 10.8로, 이인제 후보는 45.8 - 43.2 - 43.0 - 41.6로 감소하고 있다. 노후보가 평균 증가율 1.8%를 기록한 반면 정동영 후보는 -0.4%, 이인제 후보는 -1.4%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충북, 전남, 부산, 경기, 서울 등 다섯 지역의 지지성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지역이 이인제 후보에게 유리하지만 선거인단의 규모가 작은 반면 부산의 경우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한데다 선거인단 규모가 크다. 나머지 세 곳의 경우에도 노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득표율 변화 추이를 다섯 지역 경선에 기계적으로 대입할 경우 노무현, 정동영,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6.6%, 8.8%, 34.6%로 나타난다. 노 후보의 일반적인 강세 상황을 고려하면 세 후보간 평균 지지도 분포는 6 : 3 : 1의 구도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이 최초로 도입했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호주식 선호투표제가 마지막 서울지역 경선에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포항 경선에서도 이인제 후보는 음모론, 색깔론, 언론사 국유화 문제를 복합적으로 제기했다. 대통령이 될 사람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며, 더욱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한 노 후보의 대응은 구체적이기보다는 정서적인 것이었다. 노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지나치게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면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내를 버릴까요?" 라며 역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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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단에서 내려온 이인제 후보 주위로 몰려든 지지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인제 후보의 대응방식이나 이에 대한 조선, 동아일보의 보도태도를 보건대, 또한 노무현 후보의 답변방식을 보건대 민주당 경선 종반 국면에서 부각되어 있는 쟁점들이 바로 해소되거나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두 후보가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논점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음모론'에 대해서는 이 후보 측에서 "음모가 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음모론의 실체다"고 하면서 '음모론'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진위판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언론사 국유화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 후보 측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하면 될 것이다.
반면, 노무현 후보 장인의 과거 역할을 문제삼는 것은 논리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는 것이다.
하나는, 결혼 6년 전에 사망한 아내의 아버지와 사위의 사상적 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사망한 장인이 사위에게 어떤 사상적 영향을 끼쳤는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설명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 후보는 당시 코흘리개였던 딸을 매개변수로 해서 "부역한 장인 -> 부역자의 딸 -> 부역자의 사위" 라는 등식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린 딸과 아버지의 사상관계나, 남편과 아내의 사상관계는 함부로 예단할 일이 아니다.
또 하나는, 공적관계인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대통령의 사적인 관계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부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하물며 이미 사망한 대통령의 장인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하등의 관계도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와 관련한 논란은 구체화되지 않을 경우 오해를 부르기 쉽다.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한 시점에 살았던 특정 인간의 삶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는 사람은 해방정국과 한국전쟁, 그리고 남북한의 대결상태를 먼저 파악해야 하며, 당시의 피눈물나는 고통을 이해해야 하며, 당시 우리 민족이 처했던 처절하고도 고단했던 역사를 조금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에서 구별될 것이다.
역사는 그 진실을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의 사례. 일본으로부터 필리핀을 보장받는 대신 조선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인정한 '카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당사국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미국이 '아름다운 나라'로 보일까?
추가 사례. 해방 직전에 한반도에 38도선을 그은 나라는 누구일까? 독립된 조선에 신탁통치를 실시하자고 한 나라는 누구일까? 중국에서 활동한 우리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환국을 거절한 나라는 누구일까? 그것이 소련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첨가하는 말. 춘천과 마산 경선을 거치면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55%를 간신히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낮은 투표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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