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헌론에 대하여 제헌절에 즈음한 참여연대의 입장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의 앞길을 어지럽히며 외려 정작 필요한 개헌 논의를 가로막는 정략적 발상의 개헌논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원한다면 지금의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정략적인 개헌논의를 중단하고 그들 스스로 이야기하듯 권력형 정치부패와 국민분열을 넘어설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개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권력분산 주장과 맞물려 올 초부터 고개를 들었던 개헌론은 4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에 의해 거론되었으며 이어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의 보고에 의해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변경 등을 포함한 개헌문제가 거듭 공론화되었다. 이러던 것이 지방선거가 끝난 6월 말 민주당 일각에서 일제히 '제왕적 대통령제' 대신 분산형 권력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함에 따라 개헌론이 급류를 타고 있다. 특히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개헌논의를 공식화하고 있으며, 같은 당 이인제 의원, 미래연합 박근혜 의원, 자민련 김종필 총리는 개헌논의를 매개로 합종연횡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된 근거로 삼고 있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이라는 것이 현행 헌법 아래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실제로 지향하는 것은 개헌론을 지렛대로 한 정계개편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주된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은 집중된 대통령의 권력 분산이다.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은 당 정치개혁특위에서 "현행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는 권력형 정치부패를 근절시킬 수 없음"을 역설하며 '국민 분열의 정치'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헌법의 권력구조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5년 단임제의 대안으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의원내각제, 프랑스형 분권적 대통령제 등 3개안을 내놓았으며 “통일, 외교, 국방과 같이 안정된 국정수행이 절실한 분야는 대통령에게 권한을 주고 내정분야는 내각에 권한을 주되 책임정치를 하게 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패를 막고 '국민통합형 권력구조'를 구현하자”면서 분권적 대통령제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당 이인제 의원도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하되 대통령에게 외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고 내정에 관한 행정권은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 또는 정당연합의 대표인 총리가 갖도록 하는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제왕적인 권력'을 갖는다는 구절은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 순응하고 이를 방치했던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에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86조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리고 제87조에선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즉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가짐으로써 총리 중심의 내각을 구성하고 대통령의 독단을 예방할 수 있다는 원칙은 이미 우리 헌법에 갖추어져 있다. 또한 국회의 기능 강화 등 법률적인 제도정비를 통해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는 많은 여지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무총리서리제도 역시 헌정의 파행을 반복하는 것이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태이다. 총리지명자가 국회의 정식 임명동의를 받기도 전에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총리직무를 사실상 수행하는 초헌법적 관행이 문제였고,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서 김종필 총리서리 문제로 다시 이러한 파행이 부활된 것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위해 책임총리제를 여야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 또다시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일이며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파행을 앞에 두고 가능하지도 않은 '분권형 대통령제'의 개헌을 주장하는 일은 명백한 자기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의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부패청산을 위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려 한다면 그에 앞서 부패척결을 위한 개혁과제를 연내에 입법화하는데 지금보다 열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신설법 등 부패척결을 위한 5대 개혁입법을 내놓은 바 있으며 이것은 이미 정치권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잡혀가고 있다. 정략적인 목적으로 불거지는 개헌론은 오히려 실질적인 개혁을 외면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고 정직하게 부패척결의 처방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일부 정치세력의 정략적 성격의 개헌론과 숨은 음모를 심각하게 우려한다. 대통령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이원정부제, 내각책임제 등 정부형태, 감사원 국회이관과 관련된 논란, 인사청문회 대상의 확대 등 헌법개정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위한 정략적 방식으로는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우리 헌정사의 9차례에 걸친 권력중심적 개헌과정을 돌이켜볼 때 이와 같은 개헌론은 국민을 기만할 뿐만 아니라 현대사에 실패로 남으리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의정감시센터




2002/07/16 14:00 2002/07/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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