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서를 받아내라.' Mission Impossible?
국회/16대국회 :
2002/07/18 20:21
국회의원대상 5대 개혁 과제 질의서 회신 작전
참여연대는 지난 6월 24일 국회의원 258명을 대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돈세탁방지법 개정', '정치자금법 개정' 등 부패방지를 위한 5대 개혁법안의 찬반 여부와 연내추진 의사를 묻는 질의서를 각 의원실에 직접 전달했다. 7월 1일까지 회신을 요청했지만 지지부진한 회신율 때문에 참여연대 간사들과 자원활동가들은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를 통해 회신을 요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쉽지 않았다. 국회의 문턱만큼이나 국회내 의원회관 의원실의 문턱 또한 높았다. 과연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6월 24일 전진한 투명사회팀 간사는 국회 의원회관 2층 고흥길(한나라당) 의원실을 찾아갔다.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질의서를 수령했다는 확인도 요청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를 맞은 고흥길 의원의 보좌관은 질의서를 받더니 수령확인은 못해주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전 간사는 보좌관에게 확인을 거듭 요청했지만 이내 지청구가 이어졌다. "이거 시민단체가 우리 협박하려는 것 아닌가". '협박'이라고 여든대면서 이내 반말을 내뱉는 보좌관에게 항의한 전 간사를 향해 날아온 말은 "이게 또 협박하네, 네 삼촌뻘 되는 사람이 반말하면 안되냐. 가라. 그냥 가".
결국 보좌관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던 전 간사는 "의원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협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며 의원실 전체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서 이 정도인데, 국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여길지 알 만했다."고 당황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7월 초순, 전화를 통한 회신 요청 작업은 활동가들을 좀 더 집요하게 만들었다. 한 자원활동가는 하루에 의원실 별로 두 번씩 전화를 걸었다. 그럴만도 했다. 각 의원실에서 전화를 받은 비서들의 반응은 대체로 네 가지로 나누어졌다.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첫째, 일반 유형으로 "아직 의원님한테 전달을 못했는데요."
둘째, 오리발 유형. "어? 누구한테 주셨어요? 받은 사람이 없는데, 다시 보내주시겠어요?" 이에 대해 김박태식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수령확인을 하는 서명까지도 받았는데 수령인이 없다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꽤 있었다"며 의원실의 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셋째, 미루기형. "의원님이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는데요." 전화작업에 참여한 참여연대 시민로비단(의정감시센터 회원모임)의 이상철(65세)씨는 답변이 없는 이유를 이렇게 전했다.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이다.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해 이 씨는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의원들이 이렇게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아예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소신(?)형, "우리가 시민단체의 질의에 꼭 답할 의무는 없잖아요?"
함께 전화작업에 참여했던 신민경(단국대, 4년)씨는 "대개 피하려고만 한다는 인상이 들었다."며 "질의서 안 받았다, 기다려 달라는 등의 건성건성한 일처리는 무책임해 보였다"고 말했다. 이상철씨 역시 "의원들이 답할 의무는 없지만 유권자에게 소신을 밝히는 것이 의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5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회신서 1차 분석결과에 따르면(관련기사, 부패대책에 무관심한 정치인들, 개혁의지 있는가), 회신율이 전체의원의 25%인 65명에 머물고 있다. 대부분이 "지방선거로 인해 바빴다"거나 "검토 중이다"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눈에 띄는 회신서를 보면, 김용균(한나라당)의원의 경우, 검찰청법 개정에 '일부동의' 할 뿐, 나머지 개혁안에 대해 "지나친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이유로 모두 '동의하지 않음'을 밝혀왔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개혁안의 연내 입법에 대한 찬반여부에만 의사를 표명한데 반해, 김근태(민주당) 의원은 각 법안마다 보충의견을 덧붙여 보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해서는 지난번 자신의 선거자금 내역 공개와 관련 "정치자금문제에 대한 대대적 수술의 계기를 마련하는 마음에서였다"고 전해왔다.
이번 방문 및 전화작업을 통한 질의서 전달과 회신 과정에서 보인 의원들의 회피성 답변들과 무응답에 대해 김수진(이화여대 정치학과)교수는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시민단체의 질의와 요구에 대해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책임을 망각한 처사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론 불확정이 이유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에서든 답변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그 이유를 질의서에 밝혀서 회신하는 것이 최소한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질의사항들이 소속 정당의 집합적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의원 개개인의 소신을 묻는 것이니 굳이 당론에 구애받지 말고 소신껏 답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은 의원들을 상대로 전화, 방문을 통해 최종적인 답변을 얻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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