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김석수 총리지명자 국무총리로 부적절
정치일반 :
2002/10/04 09:18
'증여세 탈루인정, 소득신고 의혹은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해명되지 않아'
참여연대는 지난 9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 김 지명자의 인사의견서를 제출하여 김 지명자의 소득축소와 자녀들의 증여세 탈루 의혹, 장남의 병역문제, 삼성 사외이사 시절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준 불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는 청문회 전 과정을 모니터 한 결과 김 지명자가 소득신고, 장남 병역 등의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고, 증여세 탈루와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직시 상법을 위반하여 실권주를 특혜 인수한 사실이 확인된 바 국무총리 인준이 부적절함을 밝힌다.
국정수행능력과 관련해서는 대법관 경력, 선관위원장 경력 등의 '다양한 행정 경력'에 비추어 볼 때 국정수행능력 및 통합조정능력 면에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과 개혁성에 관련하여 김 지명자의 대법관 시절 판결 성향을 비추어 보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판결을 해왔지만 노동과 인권사건 등 몇 가지 부분에서 일부 예외적인 면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선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과 경의선·동해선 연내 착공식을 반대하는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상충되는 견해를 표명하여 이는 현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정책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는 인준된다면 사실상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서 그 동안 추진되어온 각종 정책을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또 김 지명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스스로를 친미주의자라고 분류하고, 헌법상에 보장된 유권자 운동인 낙선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등 자신의 보수적인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
증여세 탈루의혹에 대해서는 자녀들의 소득 증가분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김 지명자는 결국 증여세 탈루를 시인하였다. 그 누구보다 실정법에 대한 해박한 법지식을 가지고 있는 대법관 출신의 인사가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증여라 한다면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해명을 한 것은 앞서 두 총리 지명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인준 부결의 근거가 되었던 '특권층의 도덕적 해이'를 동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또 김 지명자는 변호사 수임료 수입 및 성공보수 축소 신고로 인한 소득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돈 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 법원 상고심을 주로 맡아 성공수임료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식으로 해명하였으나 이는 대법관 출신의 승소율 높은 변호사에게 적용되었을 고액의 수임료와 성공보수가 재산증감 신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이라 할 수 없다. 헌법상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의무인 납세의 의무는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점은 총리 후보자로서 결정적인 흠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장남 병역문제에 관해서도 의원 질의와 증인 심문 과정에서 그 실체적 진실에 대한 논란은 있었으되 명쾌한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역시 부족함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에 대한 김 지명자의 견해는 법률전문가로서의 이사회 운영에 관한 회사법상 원칙과 사외이사로서 독립성 및 경영감시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사가 이사회의 결정을 통해 회사의 실권주를 인수하는 것은 회사와 이사의 거래이며, 회사와 거래를 하는 이사가 이사회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상법 제391조 특별이해관계자의 이사회결의 금지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김 지명자는 상법상 특별이해관계자는 회사의 손해를 끼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며 본인은 손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이는 상법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상법의 취지는 현실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냐 안하느냐를 불문하고, 이사회의 결정으로 이해 상충의 위험으로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이사회 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이해관계자로서 이사회 참여가 금지되는 것이다. 김지명자의 실권주 인수는 실권주 할인발행의 결정과 배정을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하였으며, 실권주까지도 인수를 해야하는 긴급한 자금조달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권주발행으로 기존주주들에게 주식가치 희석화를 전가시킬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수 즉시 평가차익을 얻는 실권주인수는 분명 이사회결의를 통해 이사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한 것이고 이는 회사 및 다른 주주들과의 이해와 상충되는 것이다. 또한, 실권주 인수자금을 삼성전자를 통해 은행에서 알선 받았으나 이는 회사가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특혜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개인에게 배정되는 실권주에 대해 그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전적으로 인수자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므로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중요한 사외이사였던 김지명자가 회사측으로부터 사외이사로서의 업무와 관련없는 편의를 제공받고, 실권주로 인한 이익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의혹의 내용들이 제대로 검증, 해명되지 못한 것에는 의원들의 책임도 크다. 이미 각계에서 우려했던 바와 같이 위원들은 청문회 기간 중 내내 소극적이며 안이한 자세를 보였고, 국민의 높아진 평가척도에 부응하여 철저한 인사검증을 하지 못했다. 위원들은 기존에 제기되었던 의혹 이상의 새로운 쟁점을 만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오도록 날카롭게 추궁하지도 못했다. 또 청문회의 취지와 정신에 적합하지 않은 수준이하의 질문, 위원의 본분을 망각한 의혹에 대한 대리해명, 대선을 의식한 정략적 질문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질의 시간에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일종의 보상심리로 공직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어 지도층의 냉소적 분위기 조장과 우리사회의 근본 뿌리마저 흔들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든다"며 인사청문회의 의미를 폄하했다. 국민을 대표하여 공직후보자 검증에 나선 청문위원이 인사청문회의 취지와 정신을 무시하고, 그 의미를 왜곡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결론적으로 앞서 두 지명자의 인준 반대의 선례를 살펴보더라도 김 지명자가 국무총리로 적합하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들도 선례에 비추어 평가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각 당 국회의원들은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한 판단을 하고, 원칙대로 표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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