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인터뷰-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통령 후보



본 기사는 참여사회 11월호(10월 25일 발매 예정)에 실린 인터뷰 기사입니다. 24일과 25일 이틀 간에 걸쳐 각각 2회로 나눠 연재합니다. 주된 내용은 정몽준 의원의 과거 경력과 정책방향 등입니다.

(본지는 2002 대통령선거 후보자 연속인터뷰 세 번째 순서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통령 후보를 만나 출마의 변,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10월 15일 창당발기인대회를 하루 앞두고 분주한 ‘국민통합21’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참여사회 편집자 주)

10월말 창당예정인 ‘국민통합21’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게 됩니까.

“국민통합이라는 창당 목표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은 모두 함께 할 생각입니다. 저희들이 하는 건 정치실험이자 정치혁명입니다.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박근혜 의원도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에 뜻을 같이 한다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 자연스러운 때에 박근혜 한국 미래연합 대표를 만날 생각입니다.”

▲ 사진 류관희
지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무현 후보와 통합했을 때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 후부가 통합을 원한다면 함께 할 생각이십니까.

“정치인은 국민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의 상당 부분이 국민 명령의 반영이죠. 선거 전에 뜻을 모으는 것도 방법이겠고, 각자 후보로 나섰을 경우 국민들이 투표로 후보단일화가 되도록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아침마다 축구협회에서 참모회의를 연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그렇게 하십니까.

“그때가 아주 좋았던 때입니다. 제가 축구협회 일을 열심히 할 때는 매일 갔는데, 요즘 협회에 못 간지 두 달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참모회의가 아닙니다.”

평소 축구와 정치는 별개라고 말씀하시면서 대한축구협회장 직에서는 물러나지 않고 계십니다. 얼마 전 참여연대는 축구협회장을 사임할 의향이 없는지 질의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나라당과 참여연대가 동시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는데요. 한나라당은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참여연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빨리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출석했을 때도 축구협회 회장을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묻더군요. 법률적으로 보면 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임의단체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단체니까. 그래서 법률적으로 그분들이 재촉할 이유는 없지요. 지금 과감히 사퇴하는 게 바람직한 건지 생각 중입니다.”



공직 후보자는 공조직을 사당화하지 않고 공정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닐까요.

“제가 축구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갑자기 축구협회 회장이 됐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거지만, 제가 10년 전 취임할 때는 월드컵을 유치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한 거였어요. 지금은 저도 마무리할 시점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마무리를 언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빨리 답변하시겠다고 했는데 언제쯤 하시겠습니까.

“그런 소리 듣기 싫어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데, 잘못하면 무책임하게 된다는 것이죠. 잘 결정해서 참여연대의 질의에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을 떠날 때, “가능한 한 자주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혹자는 대선 레이스에서 히딩크 감독이 정 후보를 돕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흘립니다.

“히딩크 감독이 저를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1월 중순에 저희들이 브라질 대표팀을 초청해서 친선경기를 갖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그 때 오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오는 것은 좋은데,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저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도 현명하니까 그런 처신을 하지 않을 겁니다.”

현대가 계열사를 총동원해 98년부터 99년 4월까지 벌인 현대전자주가조작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정 후보께서도 무려 8만544주를 전량 매각해 시세차익을 남겼다하여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때 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9시뉴스>를 보았는데 제 사진이 나쁜 사람 같이 나왔어요. 서울에 와서 물었더니 현대전자 창립 당시인 83년 자본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주식을 주당 5000원엔가 샀다고 합니다. 그랬다가 99년 1만5000원 받고 팔았다고 합니다. 왜 팔았느냐고 물었더니 현대 관련 주식은 전부 팔고, 그 주식을 가지고 앞으로 계열분리를 한다고 하니까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주식을 전부 샀다는 거예요. 주가조작은 전혀 없다고 그러고. 내부자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주가조작을 할 때 거기 편승해서 주식을 매입하는 사람이 문제이지, 그것과 관련 없이 판 사람이 왜 문제가 되냐고 생각합니다. 발표대로 문제가 있었다면 제가 당시에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되죠. 법을 어긴 사람이…. 그 당시 정부가 빅딜인가 이런 걸 하면서 창업자 가족들에게 압력을 넣기 위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 사진 류관희


정 후보께서는 마치 당시 그 사실을 몰랐고,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요. 대기업이 계열사를 동원해 사상 최대규모, 최장기간 동안 진행한 주가조작사건입니다. 총 500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고요. 그런데도 총수의 허락 없이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었을까요?

“제가 판 주식은 10몇 억 원 정도구요. 바깥에서 의구심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대기업은 전문경영인이 많은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하여간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자체가 상당히 불미스럽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과 관련해 현대그룹이 사운을 걸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했어요. 서울지검 수사팀 관계자가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것보다도 집요한 로비공세를 뿌리치는 게 더 힘들다”고 했을 정도로 현대그룹은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로비한 흔적이 있던데요.

“만약에 그때 그 일이 축소 은폐 됐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지요.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객관성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당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사과할 의향은 있는지요.

“당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은 바 없다고 회사가 적극적으로 해명한 얘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대기업 총수의 입장에서 볼 때 IMF 구제금융사태의 책임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85년 미국 워싱턴에 있을 때 IMF세미나에서 저를 초청했어요. 당시는 세계가 한국경제를 주목할 때였는데 한국경제 발전에서 누구의 공이 가장 큰가 하는 질문이 있었어요. 정부와 관료, 기업인, 근로자 셋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지요. IMF사태 때는 반대로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냐고 묻더군요. 당시 주요 일간지의 여론조사를 보니 정치인의 책임이 제일 크고 그 다음 기업인, 세번 째가 노동조합 이렇게 나왔는데, 저는 국민들의 이런 의식에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저는 기업인 출신 정치인인데, 정치인은 IMF사태가 나니까 기업인들만 야단치고 국민들에게 핑계를 돌리는데 아주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장사꾼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고, 분노도 좀 느꼈죠.”

한 방송사의 TV토론에서 정 후보께서는 국방비를 세계 수준인 4.1%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이 가장 첨예한 곳이 한반도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과 중국의 군사비는 우리나라의 5배, 7배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가 주권국가로 역할을 하려면 연안해군 수준인 해군도 대양해군 수준으로 육성해야 하고, 앞으로는 공군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인접국가를 도와가면서 장기적으로 통일한국 국방예산의 적정수준을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격언처럼 평화를 원할수록 적정한 국방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동안 우리의 통일비용이 얼마가 될 것인가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분단비용도 계산해야 한다고 봅니다. 군사비처럼 눈에 띄는 분단비보다 눈에 띄지 않는 분단비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 후보께서 주장한 동북아평화공동체 논리와 배치되는 것 아닙니까.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군사비를 낮추고 평화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맞는 말씀이신데요. 국가간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첫 번째는 독재자의 욕망 때문이고 또 하나는 국가 간의 세력균형이 깨지는 것이죠. 한쪽의 군사력이 월등하면 이웃나라를 침범한다는 것인데요. 우리가 최소한의 자위력을 갖지 못하면 국제적으로 존중받기 어려울 겁니다.”

▲ 사진 류관희


사실 우리의 국방예산이 타국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닙니다. TV토론에서 정 후보께서는 국방예산이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평균 4.1%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는 전투경찰비 해안경찰비 병무청 예산 다 포함해 3.8%입니다. 한국의 경우 국방부 소관 예산만 2.7%고, 다 합치면 3.3% 정도예요. 불과 0.5% 차이인데, 이래도 국방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권위주의정부 시절 국방예산이 6%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7%니까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내려갔다는 말이죠. 지금 말씀처럼 의무경찰 등의 예산까지 다 넣으면 3% 수준인데, 그 정도가 적정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 정도면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있긴 합니다.”

혹시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등에서 잠수함, 요격 구축함, 탱크를 생산하기 때문에 현대를 비롯 한 대기업의 군수산업 확장을 위해서 말씀하신 건 아닙니까.

“국방예산의 확대는 현대관련 기업의 군수산업 확장과는 무관합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남북의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특수한 안보상황, 한반도 주변국들의 군사비 지출추세는 물론 멀리는 통일을 대비할 때 국방예산의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국방예산의 확대는 전쟁억지력을 보유하기 위해 첨단 기술과 장비, 군의 과학화, 정보군의 양성과 유지, 연구개발비의 증액 등을 충족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 후보께서 강조한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고위관료나 국회의원들이 국정을 다루는 데 있어 공정성을 기할 수 있도록 주식을 명의신탁하면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없으며 주주권 행사를 금지하는 제도)는 ‘이해관계의 박탈’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제도입니다. 정 후보께서 현대중공업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빈발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지위를 내놓을 생각은 없으십니까.

“현대중공업 주주로서의 모든 권한을 수탁 금융기관이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현대중공업 고문직을 사퇴한 것은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장윤선
2002/10/24 18:58 2002/10/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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