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의결권 대여? 금뱃지도 빌려 줄 건가?
국회/16대국회 :
2002/11/13 17:34
본인 투표 확인 가능토록 전자투표기 운영방식 개선해야
11월 12일 오전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인한 헌정사상 초유의 재의결이 이루어졌던 부끄러운 날, 또 다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리투표가 그것이다. 투표권도 빌려줬으니 금뱃지도 빌려주겠다는 것인지, 당혹스럽기 이를 데 없다 .
국회의원은 자신들을 선출해 준 유권자의 주권을 위임받아 입법권을 행사하는 독립적 헌법기관이며, 국회는 대의제 민주주의 핵심이다. 이 권리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광범위한 면책특권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의 무책임한 폭로와 정쟁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이 면책특권의 제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그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어제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 소중한 권리를 함부로 내팽개쳤다. 민주당 박상희 의원은 김희선 의원이 자리를 비우자 대리투표하는 현장이 국회 직원에게 목격되어 주의를 받았고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임인배 의원을 대신해 투표했다고 인정했다. 그들은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들을 선출한 유권자의 뜻과 주권을 짓밟은 것이다.
우리가 어제의 대리투표에 대해 경악하고 주목하는 이유는 국회의원들의 책임성과 공개적 표결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표결제가 대리투표, 날치기 투표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표결권을 함부로 양도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전자기표기가 국회를 바르게 세우기보다는 편법적인 법안 표결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이 역설에 우리는 경악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어제의 대리투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책임도 망각한 배임행위이자 자기부정행위이다. 대리투표와 관련된 국회의원은 대리투표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국회의장과 각 당 원내총무도 이 총체적 도덕적 해이에 대해 사과하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특히 누구든지 누르기만 하면 출석과 표결이 이루어지는 현 전자투표기 운영체계를 본인 투표 확인이 가능한 형태로 보완하는 것은 시급하다. 참여연대는 전자기표기 사용으로 국회의원들이 출결, 찬반 여부가 분명히 공개되게 된 만큼 향후 국회의원들이 국민이 부여한 표결권을 얼마나 소중히 사용하는 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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