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개특위·여야, 정치일정 내세우며 강건너 불구경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상반기 내내 회의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사진 : 사이버참여연대)
6월 31일 회기 마감인 국회 정치개혁입법특별위원회(위원장 목요상 한나라당 의원, 이하 정개특위)가 상반기 내내 표류하면서 이번 회기를 마감할 예정이다.

정개특위는 오는 13일 회의를 갖는다는 일정이나 정치개혁 의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의지는 실종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개특위의 상반기 활동은 사실상 끝났고, 그동안 보여준 여야 정당의 정치개혁 의지에 비춰보면 하반기 역시 일정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4월 7일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3당 총무가 재가동에 합의한 정개특위는 그로부터 2개월이 넘은 지금까지 소위원회를 한 번 소집한 것이 활동의 전부다. 오는 13일 있을 회의 역시 본회의가 아닌 소위원회 회의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당론 미확정을 이유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구체적인 협상안을 가지고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서 다분히 형식적인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목요상 정개특위 위원장 측은 "의제가 특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회의도 소위원회에 일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26일 전당대회 이후 당론이 정해져야 본격 논의가 가능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정개특위는 회기가 수개월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변명 역시 한나라당과 동일하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천정배 의원 측은 민주당의 신당 논의,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등 각 당의 정치일정을 거론하면서 "특위가 자체 개혁안을 만들기도 하지만 각 당의 당론이 기본적으로 정해져야 논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선거법상 지난 4월 14일까지 끝마쳤어야 할 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김성기)의 활동 역시 정개특위의 선거구제 및 의원정수조정 불확정을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지난 4월 14일 박관용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총무 등 3인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고발까지 한 상태다.

선거구획정 문제는 특히 선거에 임박한 결정일수록 국회의원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여야의 야합 가능성이 높아져 소위 게리멘더링의 폐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 진전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거제도 및 선거구제도의 개혁을 주장해온 시민단체의 그간 노력이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김기식 참연연대 사무처장은 "정치인에게 정치개혁을 맡긴 결과는 정개특위가 보여준대로 회의 한 번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뼈있는 발언을 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각 당의 사정은 당연히 논의를 끝마쳤어야 할 선거구획정 등 정치개혁 일정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면서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선거제도나 선거구획정 등 정개특위의 논의 이전에 당론 확정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사안을 제외하더라도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 국회개혁 등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도 이미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개혁안에 대한 논의마저 잠재우고 있는 것은 기득권에 대한 미련 이외에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경선을 이유로 정개특위 위원장을 사임한 강재섭 의원은 재임시 "합의 가능한 개혁안부터 먼저 처리하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소수 정당은 이에 반발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현 목요상 위원장은 그 정도의 의지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13일 목요상 정개특위 위원장을 면담하고 앞으로의 정치개혁 일정에 대한 범국민협의회의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장흥배
2003/06/11 17:41 2003/06/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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