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사건 재수사 특검' 추진 등 소모적 논란 야기할 정략적 접근 삼가야



1. 지난 6월 25일 대북송금 특검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송두환 특검은 수사결과발표문을 통해 대북송금액 4억 5천만 달러의 조성경위와 송금 경로 및 방법, 자금의 성격의 대강을 밝혔다. 비록 특검수사 기한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특검법이 규정한 특검의 임무를 대체로 충족했다고 여겨진다.

2. 특검발표문을 통해 정부가 정상회담 협의과정에서 1억 달러를 북한에 제공하기로 하고 이를 현대측에 대신 지불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검 발표문은 이 자금의 성격을 '정책적 차원의 지원금'으로 규정하는 한편, "정상회담 전에 모두 송금되고 송금과정에 정부가 적극개입하였으며 비밀리에 송금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아니하였던 관계로 정상회담과의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써 '대북송금액은 모두 현대의 대북 경협자금'이라고 밝혀온 김대중 대통령의 진술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났고 예의 대가성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특검수사발표문이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이 자금의 성격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도 정상회담 같은 관계개선의 주된 계기를 통해 상당액의 '정책적 지원금'이 제공되었던 선례가 있고 결과적으로도 그러한 선택이 긍정적 결과를 가지고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대가냐 아니냐' 식의 정략적 정파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함은 물론 지난 수년간 이룩해온 평화적 공존의 노력을 우리 스스로 폄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3. 문제는 '대북 경제협력사업의 선투자금' 또는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이 북한에 전달되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조성 및 송금과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제공명목 역시 구체적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 과정의 불법성이 밝혀진 이상 특검이 공소권을 행사하여 사법적 심사를 받도록 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또한 특검수사과정에서 불거진 150억 수수의혹 역시 특검수사종료 이후에도 반드시 철저히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4. 그러나 절차적 하자와 불법에 대한 법률적 심판 못지 않게 우리가 반성적으로 되짚어봐야 할 문제는 과연 그 동안 남북경제협력 또는 대북지원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초당파적인 협력적 토론의 분위기가 존재했었는가 하는 점이다.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의 여지를 주지 않는 정치권의 냉전적 정략적 논쟁 풍토가 대북정책의 절차와 방법을 왜곡시키는 환경 요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특검의 도입 과정 자체가 그러한 경직된 풍토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법처리를 중심으로 하는 특검법의 입법은 진상규명의 최후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수의 논리를 앞세운 야당에 의해 단독처리되고,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는 진상규명의 합리적 방안을 찾으려는 성실한 노력이 선행되지 않았던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5.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공은 다시 정치권에 넘겨졌다. 특검은 실정법적 정합성과 남북관계의 특수성 모두를 고려해야 할 힘든 임무를 막 마쳤다. 특검의 활동은 그 자체로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특검법이 입안되고 발효되어 그 임무를 마치는 순간까지 정치권은 정파적 논리의 뒤에 숨어 법률가들에게 '정치'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부담을 전가하는 무능과 무책임을 드러냈다.

이제 실종되었던 진정한 의미의 '정치'를 되살려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각 정당들은 대북송금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 또는 방어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6.15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성과를 존중하고, 남한의 적극적 역할과 대북지원의 불가피성을 승인하는 전제 위에서 향후 정부의 대북지원이 투명성과 적법성을 담보하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작업에 초당파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이 대북송금사건 전체를 재수사하는 특검법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해법이라 할 수 없다.
참여연대




2003/06/27 13:21 2003/06/2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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