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위] 방송 편성권침해가 경영감독이라고요?
장면 하나, 오른손을 든 증인이 자못 진지한 목소리로 아래 문장을 낭독한다.
“본인은...... 증언을 함에 있어서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서약하고 선서합니다”.
이 장면은 국감이 시작되면서 항상 목격하는 증인선서 장면이다. 단상에 오른 모든 피감기관의 증인들은 오른손을 들고 엄숙하고도 진지한 표정으로 이 대목을 선언해야만 하는 것이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양심이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1996.3.27 96헌가11)로 헌법적 정의를 내린 바 있다.
왜 하필 국감에서 양심타령이냐고? 매번 국정 감사에서 수많은 증인과 진술인은 “양심”에 따라 한치의 보탬과 숨김이 없겠다고 서약한다. 과연 이 선서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일까, 다만 장식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국감 증인들의 "양심"이란?
지난 10월 5일 감사원 김황식 원장과, 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시중 위원장도, 12일 한국방송공사(KBS) 이병순 사장도 같은 내용의 선서를 하였다.
하지만 국감을 방청하고 난 뒤 이들이 서약한 “양심에” 따른다는 말의 의미와 적어도 사전적 의미에서 또는 헌법재판소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무언지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황식 감사원장은 국가인권위는 독립기관이라 인력조정 대상이 아니라는 소관 기관인 행자부 의견을 무시하고 인력조정을 요구한 것이 인권위를 축소하기 위한 표적감사 아니냐는 질책에 대해 아니라고 대답한다.
7일 문방위 국감의 쟁점이었던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 3사에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코디마)에 거액의 기금 출연을 요구한 것을 두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기금 조성 정황) 내용을 모르고 있다”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박 행정관은 5월까지 방통위 직원이었다. 조영택 의원의 지적대로 “위원장의 의중”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하지만 그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부디 김황식 위원장도 최시중 위원장도 모두 “양심”에 따라 진술한 것이기를.
"정권에" 문제적 MBC를 어찌하오리까?
어제(12일) 문방위 국정감사 피감대상기관은 한국방송공사(KBS),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한국교육방송공사(EBS)였다. 이날 주요 쟁점은 MBC프로그램 편성권 침해 등 방문진의 월권행위 여부, KBS구조조정, 주요프로그램진행자의 교체 외압설 등에 대한 것이었다.
특이한 점은 순서에 따라 이어지는 피감기관들의 업무보고에서 KBS와 EBS는 자사 경영실적 등에 대한 자랑이 주를 이룬 것에 반해 MBC의 최대주주 방문진의 김우룡 이사장은 MBC가 “경영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는 등 비판일색이었다는 점이다.
단순화시키자면, 앞의 두 명은 자신들이 있는 방송국은 “현재” 더할 나위없이 승승장구, 잘 굴러간다는 이야기고, 나머지 한 사람이 있는 방송국(MBC)은 “현재” 문제가 너무 많아 대폭 손을 봐야 한다는 소리인 셈이다. 이게 무슨 소린지는 아는 사람은 다 알테니 긴말이 필요 없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야당과 여당의 관심사도 무척 달랐다. 야당 의원들은 마침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KBS 김제동씨와 MBC 백분토론의 손석희 MC 하차의 외압설에 대한 것이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보고 추모공연 등에 참석한 김제동씨의 행보와 정부든 여당이든 날선 비판으로 유명한 손석희 씨를 불편해 하는 정권의 눈치를 보았다는 지적이었다.
물론 이병순 사장과 김우룡 이사장은 진행자의 교체 등에 대해서는 담당제작진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이 대목에서 다시 양심이란 무엇일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방문진의 월권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방문진법 어디에도 경영권 속에 보도편성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PD수첩〉의 쌍용자동차 문제 등에 대해 한쪽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고 하거나 반미 성향으로 흐르는 이유를 추궁하는 등 이사회에서 나온 발언들은 명백한 편성권 침해”라고 지적하였다.

창조한국당의 김창수 의원 역시 이사회록의 발언을 지적하며 PD수첩, 시사매거진 뉴스 후의 내용이 비슷하다며 통례합을 언급한 것은 명백히 편성 편집권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은 “불량품이 나올 때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한나라당의 최구식 의원은 촛불집회의 사회적 비용을 들먹이며 (광우병 관련) PD수첩 제작진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여전히 MBC에 남아있느냐며 “참으로 좋은 회사”라고 비꼬았다. 이는 그들 제작진이 MBC를 떠나야 한다는 노골적 의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여졌다.
여당, 낯간지러운 편들기
김우룡 이사장은 PD저널리즘이라고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아나운서가 만들면 아나운서저널리즘인 것과 같은 것이며, (PD들은)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해 흔히 연역적으로 만든다는 발언을 했다. 그가 취재현장을 오래 전에 떠난 탓일까? “PD저널리즘은 이미 학술지 또한 책 출간을 통해 제시되고 있는 개념”이라며 사과를 요구한 전병헌 의원의 지적대로 김우룡 이사장이야말로 새로운 보도 제작 기법이나 흐름을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선진국에는 PD저널리즘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김우룡 이사장이 ‘PD저널리즘을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해 소위 PD저널리즘을 부정했다”면서 “이 발언은 이 분야에 종사하는 PD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과 김창수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의 “방문진의 지나친 편성권 간여 문제는 앞으로 법정에서 다퉈야 될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강한 질책에 반해 나경원 의원은 시종일관 “방문진 입장에서 경영 관리 감독은 편성·편집권을 포함한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심의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는 것은 방문진의 할 일”이라는 김우룡 이사장의 입장을 두둔하였다.
더 나아가 나 경원 의원은 방문진법상 경영 관리 및 감독권 행사가 방문진의 주요 업무이며 특히 공적책임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중요한 업무인데, 사회적 비용을 3조억원이나 발생시킨 촛불집회의 원인이 되(었다고 굳게 믿)는 프로그램을 아무런 제제없이 두는 것은, 오히려 전임 이사회가 이를 소홀히 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
편향적이라는 평가는 사실 누구의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장세환 의원의 지적대로 권력의 시각에서 불편하다고 해서 전파낭비라고 규정하며 프로그램을 통폐합하라고 요구한다거나 진행자의 교체를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경영권을 넘어선 간섭이다.
“성군이 나셨도다, 쾌지나칭칭하네~”
방송이 공적 자산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적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요구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방송법은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방송법 제4조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방송의 독립과 편성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쓴소리, 입바른 소리하는 진행자나 제작자, 기자들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성군이 나셨도다, 쾌지나칭칭하네~”라고 외치는 프로그램만 만들고 되뇌일 것이 틀림없으니까.
그 정도를 짐작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헌데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이 정도의 상식도 없는 것인가? 이보세요 김 이사장님, MBC출신이라고 하셨는데, 너무 오랫동안 방송현장을 떠나 있었던 것 아닌가요? 라는 말이 입속에서 튀어나올 뻔 했다.
마지막 질의에 나선 전병헌 의원은 법인의 이사 해임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경우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현행 상법과 방송법 제4조 위반시 1년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 직권남용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언급하며 방문진이 더 이상 편성권 침해와 월권행위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감사에서 올 상반기 최대 화제 중의 하나였던 정연주 전 사장 배임혐의 무죄판결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없었다. 이는 손병두 KBS 이사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서갑원 의원은 정연주 전 사장의 배임혐의 무죄 판결이 났는데 앞으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정사장의 해임근거가 잘못된 것이니 이를 바로잡을 용의가 있냐는 질의를 하였다.
그러나 손 이사장은 자신이 오기 전에 벌어진 일이고 재판이 진행 중이니 말하기 어렵다며 짧게 답변했다. 이후 다시 신태섭 이사와 정연주 정사장의 무죄 판결에 대한 질의가 있었으나 여전히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에 그쳤다.
국정 감사도 이제 중반을 넘기고 있다. 다음 10월 21일 확인감사까지 그동안 지적된 사항들이 과연 얼마나 제자리를 찾을까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피감기관들은 게임오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관성이 비난 받는 이유가 있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행정부가 국감을 단지 1년에 한번 있는 통과의례로 치부하지 않기를 간절히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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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2009 국정감사 총정리
Tracked from 의정감시센터 2009/10/14 10:20 삭제"의원님들! 우리 독가스 같은 싸움은 줄이고 시민들이 국감에 무엇을 원하는지 충실합시다"국정감사, 시민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참여연대는 2009년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국회 국정감사를 총정리합니다. [국회자료] 2009 국정감사 주요 일정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10/13 [문방위] 방송 편성권침해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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