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지요?

『시민과 세계』 편집진으로부터 이회창후보께 보내는 편지글을 청탁받았을 때 저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후보께 편지형태의 글을 쓴다는 일은 저의 부족한 상상력 범위 바깥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제 상상력 안에 끌어들인 뒤에도 이후보께서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큰 글을 쓴다는 게 내키지 않았습니다. 설령 이후보께서 읽는다고 하더라도 이후보의 마음에 들만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없으리란 점도 제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렇지만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탐탁지 않은 글이란 점보다, 제 앞을 가로막은 것은 무의미한 글이 되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담든 편지글을 쓰는 것은 그 안에 진솔한 마음을 담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라서입니다. 저는 이후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난 글을 다 청탁하네’ 하고 혼자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습니다. 불현듯 ‘화동1번지’와 그 학교 교실마다 붙어 있던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 생각나기 전까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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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2002/09/05 00:25 2002/09/0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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