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1_세계화에 대한 '이유 있는 반항'?
시민과세계/2002년 하반기 :
2002/09/05 00:05
프랑수아 셰네 엮음, 『금융의 세계화』
세계화만큼 찬반으로 견해가 양극화되는 주제는 드물다. 세계화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는 통념이나, 외적 불가피성을 내세우면서 이에 적응할 필요성과 그에 따른 정책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대한 비판이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저서 두 권이 나왔다. 조절이론가 등 프랑스 정치경제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전문연구자 7명의 공동저작인 『금융의 세계화』와 미국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를 거쳐 최근 컬럼비아대학 교수로 복귀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저서이다.
전자는 세계화를 주도하며 가장 큰 거래규모와 가장 자유로운 국제적 이동성을 가지고 ‘국가에 대한 우위를 완벽하게 확보’한 금융세계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는 데 유용한 분석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문명과 불만』을 연상시키는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와 불만』은 경제발전, 외환위기와 그 관리, ‘공산주의’ 국가들의 시장경제로의 이행 문제, 국제통화체제 및 국제기구 개편 등 세계화와 관련된 문제의 진단과 처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로벌리즘의 약속과 다른 현실을 대비함으로써 신자유주의와 ‘워싱턴 컨센서스’에 의해 추동되는 세계화에 대한 비판이라는 양자의 공통점의 근저에는, 시장이 모든 사회적 문제를 자체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장원리주의’(market fundamentalism)에 대한 비판이 있다. 물론 모든 시장실패가 정부개입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세계화에 의해 초래된 문제점을 분석, 정부역할의 재정립과 제도개혁을 주장한다.
『금융의 세계화』의 저자들은 금융세계화의 기원을 포드주의 위기에서 찾음으로써 신자유주의를 ‘불황기 경제정책’으로 파악한다. 또한 금융세계화와 관련해 중요하지만 최근까지 주목받지 못한 주제들을 분석하고 있다. 우선, 연기금ㆍ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을 분석함으로써, 과거 은행중심의 관리된 금융시스템에서 기관투자자중심의 자유화된 시장금융시스템으로 금융제도의 변화 그리고 이들이 금융세계화의 주요 행위자로서 그 작동방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금융그룹으로 변신하고 있는 초국적 법인기업들의 금융활동을 분석하여 이들 산업그룹의 초민족화가 과거와 달리 새로운 금융세계화 형태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세계화된 금융주도 축적체제에 대한 개괄적인 분석을 통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축적체제의 특징과 작동을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들은 금융화된 기업지배구조, 기관투자자에 대한 민주적 통제, 산업그룹에 집중된 화폐자본의 본질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의 지주회사로의 변모 허용, 주식시장에 연기금 투자확대, 소액주주운동과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논란 등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우리나라 구조조정의 화두에 대한 비판적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된 금융주도 축적체제가 불안정성을 내재하고 있다면 축적체제로 성립되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한지, 그리고 위계적으로 통합된 국제금융공간과 생산공간의 접합양식 등 세계자본주의 체제를 구성하는 다른 핵심 요소들과의 연관이 보다 명시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스티글리츠의 저서는 불완전정보이론이라는 그의 이론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대칭정보하에서 자본주의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며, 시장의 효율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정부개입의 여지가 존재한다. 스티글리츠가 IMF와 세계은행, WTO의 문제점으로 강조하는 투명성과 책임성의 결여도 이러한 이론적 입장에서 연유한다.
그에 따르면, IMF의 구조조정정책(재정긴축, 고금리, 무역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민영화 등)은 이데올로기와 ‘잘못된’ 경제학의 기묘한 혼합이다. 국제기구들은 비민주적이고 가난한 자들의 현실과 이해보다 선진국 금융기관의 이해와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IMF는 불완전정보, 불완비된 시장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제도 등, 특히 개발도상국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시장원리주의에 입각하여 표준화된 단일한 처방을 내림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로의 이행문제도 새로운 체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때까지 자본주의 확장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보아, 러시아에서의 극단적인 개혁(충격요법)을 비판하고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점진주의를 옹호한다. 나아가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효과적이며 보다 공평한 세계화를 주장한다. 빈곤감축,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정의가 있는 글로벌사회로의 변화라는 스티글리츠의 대안에서 비록 정치적 패권과는 시간적 불일치가 있지만, 이론영역에서는 포스트 워싱턴 컨센서스로의 이행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는 IMF를 비판한 최초의, 유일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세계화를 비판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저명인사 중 하나이며, 그의 등장으로 세계화논쟁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세계화논쟁은 현재의 세계화가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주장에서 출발하여, 이에 대한 반론으로 1880~1914년의 세계화와의 비교ㆍ평가 논쟁으로 그리고 반세계화 시위로 부각된 빈곤과 불평등 등 세계화의 효과에 대한 찬반논의로 이어졌다. 이제 그것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신고전학파 내부의 논쟁으로 이론적 지형이 전화되고 있다.
스티글리츠에게 문제는 세계화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운영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세계화가 모든 사람을 부유하게 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잠재력과 현실의 괴리는 워싱턴 컨센서스의 제도적 대리인인 국제기구에 의해 추진된 잘못된 전략과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에 입각한 논의도 시장은 좋은 것이지만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들과 운용방식이 잘못이라는 관용적 입장을 반영한다. 시장과 세계화를 보는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권의 책은 열독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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