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통 신자유주의의 후퇴국면, 경쟁국가와 국민적 다양성

우리가 사는 세계는 자본주의 시장사회이고 이곳에서 성장, 효율 그리고 경쟁의 삼위일체 원리는 인간의 삶의 조건을 지배하는 지상명령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단지 시장경제사회일 뿐 아니라 민주적 정치사회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와 민주정치는 현대성의 두 중심축이다. 이 때문에 현대성의 역사의 시계추는 시장자본주의와 민주적ㆍ사회적 조절 사이의 갈등과 의존 관계가 빚어내는 파노라마에 따라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자주 잊고 있는 것이지만 여기서 민족주의의 축을 빠트려서는 안 된다. 특히 세계체제 내의 우리와 같은 중간적 또는 반주변부적 처지에서는 국민국가의 양면적 역할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국가는 한편으로 만리장성 같은 국경도 넘어 질주하려고 하는 시장 및 자본의 세계화논리를 국민적 공간과 공적 합의의 통제 아래 묶어둘 수 있는 보루가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민국가간 경쟁의 강제를 통해 권력-자본동맹에 의한 위로부터의 국민 동원과 억압의 기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의 시선은 세계화된 시장 및 자본에 대한 국민경제의 종속과 해체의 위험에 경계해야 하는 동시에, 세계화된 시장과 경쟁적 국민국가 간의, 세계화와 민족주의 간의 공범관계에 대해서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세기 80년대 초 레이건과 대처가 주도하여 문을 연 글로벌 금융주도 신자유주의 시대는 21세기 초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시대를 지배하는 주류적 컨센서스는 안정화, 규제완화=유연화, 민영화 그리고 개방화=자유로운 자본이동이다. 이 패키지로 짜인 신자유주의 컨센서스가 그 이전 뉴딜이념의 연장선상에 구축된 전후(戰後) 브레턴우즈체제하 ‘통제된 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 시대 유럽‘황금기’의 케인스주의 컨센서스, 중남미 발전기의 민중주의 컨센서스 그리고 동아시아 ‘기적’시기의 개발주의 컨센서스의 자리를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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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 『시민과세계』 공동편집인,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2003/03/01 00:19 2003/03/0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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