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16대 대통령선거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과 방향을 보여준 선거이다.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는 ‘정권교체’,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정치교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패러다임 교체’를 각각 내세웠다. 이 가운데 국민이 선택한 것은 ‘정치교체’였다. 부동의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이회창 후보가 끝내 낙선한 것은 국민이 낡은 정치의 교체를 열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다.

노무현의 당선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특정한 지역에 압도적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카리스마적 1인보스가 끌어가던 사당정치, 지역정치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돈이나 지역감정, 색깔론, 흑색선전, 언론의 위력도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 그 배경에는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는 시대의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은 낡은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성장한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나타났다.

16대 대선은 주춧돌 선거(founding election)이다. 주춧돌 선거란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되는 선거를 말한다. 예컨대 우리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주춧돌 선거는 1988년 4월 26일에 치른 13대 국회의원총선거였다. 13대 총선거는 우리 선거사상 처음으로 집권여당이 과반수 의석획득에 실패했던 선거이다. 그 뒤 1992년의 14대 총선, 1996년의 15대 총선, 2000년의 16대 총선 등 선거 때마다 여소야대 현상이 되풀이되었다. 특히 1990년의 3당합당으로 출현한 민자당은 국회의석의 2/3가 넘는 거대여당이었지만 1992년 14대 총선에서 소수여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6대 대선이 주춧돌 선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가 정치문화의 변화로 나타났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정책적 차별성에 무관심하고 돈이나 지역주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던 유권자가 낡은 정치의 틀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꿈을 주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설령 오늘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내일이면 해결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치가 이런 구실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내고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이 정치였다. 이제 이 같은 낡은 정치의 개념과 틀은 깨지고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정치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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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혁재 /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2003/03/01 00:09 2003/03/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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