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우리 사회가 노골적인 폭력과 관치개발경제에 의존한 전근대적 강압질서에서 벗어나 점진적이나마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시민들의 저항과 권익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역으로 이 역사적 과정을 통해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성장해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성격과 구조, 성숙도, 발전방향과 전략 등에 관해서는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현상을 지시하는 대부분의 용어가 그렇듯이 ‘시민사회’는 역사적ㆍ문화적 조건에 따라 달리 규정되는 매우 애매한 개념이다. 우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시민사회’가 무엇을 지칭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회 단면들을 살펴보자.

첫째, 많은 사람들이 아침이면 <아침마당>이라는 텔레비전 프로를 즐겨 본다. 비교적 건전하다고 평가받는 이 프로그램에는 아주 인기가 높지만 매우 묘한 꼭지가 하나 있다. 가족구성원들, 특히 부부가 나와서 그들 내부의 갈등을 때로는 내밀한 사안까지 적나라하게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 앞에 공개하고 또 친지나 이웃도 아닌 낯선(게다가 대부분 가족문제에 관해 비전문가들인) 고정출연자들로부터 공감과 질타와 조언을 받곤 한다. 이는 집단적 잡담이나 참견 이상의 사회학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관계의 문제가 대중매체를 매개로 하여 공론화되고 공론의 형식을 통해 규율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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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4/03/01 00:09 2004/03/0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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