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농촌과 도시는 둘이 아니다

최근 정부는 119조 원 투융자계획에 기초한 농업‧농촌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10년 후(2013)의 우리 농업과 농촌의 희망찬 미래상을 제시하였다. 즉 농업은 전업농 중심의 지속 가능한 생명산업으로 개편되고, 농업인의 1인당소득은 도시근로자에 상응하는 수준을 실현할 것이고, 농촌은 농촌다움을 갖춘 도ㆍ농 공존의 삶의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정부가 말하는 대로 10년 뒤에는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가 될 것인가. 일반국민들과 농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라 보기 어렵다. 그동안에도 농촌에 많은 돈을 집어넣었지만 아무 효과도 없는데 또 무슨 돈을 투자하느냐, ‘농업농촌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반면 농민들은 119조 원이라 해야 어차피 10년간 쓸 예산을 한몫에 묶어 발표한 것일 뿐 농촌에 대한 추가투자는 실제로 별로 없고, 지금처럼 투자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다고 냉소적이다.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과 농촌의 회생을 위해서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 한국경제에서의 농업ㆍ농촌의 위상이 변해야 한다. 그동안 농업과 농촌은 고도성장시대에는 공업화를 위한 희생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고, 오늘날 이른바 세계화시대에는 성장의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농업정책은 이른바 국민경제의 이익을 앞세운 경제정책에 종속되어 왔고, 총자본의 이익을 위해 농업측의 이익이 희생을 당해 왔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농정을 70년대 말까지는 증산농정이었고, 80년대 말 이후에는 농업구조농정이라고 한다. 식량증산은 명백히 총자본의 이해(외화의 절약과 저농산물가격)를 반영한 것이지 농민의 이해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이론적으로 공급량의 증대는 가격하락을 통해 오히려 농민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 정부는 해외로부터 농산물수입을 꾸준히 늘려 국내 농산물가격을 낮은 수준에 유지하고자 하였다. 다만 쌀만은 국내자급을 목표로 하면서 증산을 위한 가격지지를 하였기 때문에 농민의 이해와 일치하였다. 농업구조개선정책도 경제정책의 전체 방향이 농산물시장개방으로 설정되고 그 대응책으로서 추진된 것이다. 농업구조개선(규모화, 시설화, 현대화, 새로운 기술의 도입 등)은 단기적으로는(혹은 Early Bird에게는) 생산비감소로 농업부문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나 장기적으로는 농업생산의 증대와 가격하락으로 소비자후생은 증대하나 생산자후생은 원래상태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나빠진다(이른바 Treadmill Theory). 더욱이 농업구조개선이 농산물시장개방과 함께 추진되면서 과잉공급과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농업부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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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도/충남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2005/05/23 00:20 2005/05/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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