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_나르시스의 꿈을 넘어서
시민과세계/2005년 상반기 :
2005/05/23 00:18
1. 다른 주체성에 대한 물음
언제 우리는 자기가 되는가? 또는 같은 말이지만 언제 우리는 주체가 되는가? 이것이 우리의 물음이다. 우리에게 이 물음이 절실한 것은 우리가 정치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기상실의 역사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지금 식민통치 아래 있지 않다. 그러나 해방된 지금 우리는 과연 잃었던 자아를 찾았으며 자유와 주체성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해방이 가져온 것은 분단이었고, 새로운 외세에의 예속이었다. 그리하여 여전히 참된 의미에서 자기가 되고 주체가 되는 것은 완성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더 나아가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예속이 아니라 정신의 예속이다. 그리하여 예속의 상태를 벗어나 자기를 찾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정치의 문제이기 이전에 철학의 문제이다. “언제 우리는 자기가 되는가”라는 물음은 이런 상황으로부터 제출된 물음이다.
그런데 주체에 대한 물음은 우리만의 물음이 아니라 소크라테스 이래 반복해서 탐구된 물음이었으며, 특히 근대 이후 서양철학의 핵심적 화두였던 물음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도 역시 주체개념의 유효성에 대한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양철학의 핵심적 주제로 남아 있는 물음인 것이다.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주체성과 자유의 개념 자체가 서양적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유와 주체성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지간에 그것의 서구적 시원이 부정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현재에도 자유와 주체성에 관한 한 서양사회는 여전히 다른 어느 곳보다도 앞선 사회이다. 그렇다면 우리 물음에 대한 대답은 서양철학이 보여주는 주체성의 파노라마를 살펴보는 것으로 간단히 구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문제는 주체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길을 따라 주체가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서구적 자유와 주체성의 이념이 더 이상 우리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체는 언제나 역사에 매개되어 있으며, 자기의식은 역사의식이기도 하다. 그런 한에서 역사가 달라지면 주체성의 성격과 내용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자기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역사,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서양철학이 해명해주지 못하는 고유한 문제상황이 있다면, 그것을 우리들 자신의 언어로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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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우리는 자기가 되는가? 또는 같은 말이지만 언제 우리는 주체가 되는가? 이것이 우리의 물음이다. 우리에게 이 물음이 절실한 것은 우리가 정치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자기상실의 역사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지금 식민통치 아래 있지 않다. 그러나 해방된 지금 우리는 과연 잃었던 자아를 찾았으며 자유와 주체성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해방이 가져온 것은 분단이었고, 새로운 외세에의 예속이었다. 그리하여 여전히 참된 의미에서 자기가 되고 주체가 되는 것은 완성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더 나아가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예속이 아니라 정신의 예속이다. 그리하여 예속의 상태를 벗어나 자기를 찾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정치의 문제이기 이전에 철학의 문제이다. “언제 우리는 자기가 되는가”라는 물음은 이런 상황으로부터 제출된 물음이다.
그런데 주체에 대한 물음은 우리만의 물음이 아니라 소크라테스 이래 반복해서 탐구된 물음이었으며, 특히 근대 이후 서양철학의 핵심적 화두였던 물음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도 역시 주체개념의 유효성에 대한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양철학의 핵심적 주제로 남아 있는 물음인 것이다.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주체성과 자유의 개념 자체가 서양적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유와 주체성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지간에 그것의 서구적 시원이 부정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현재에도 자유와 주체성에 관한 한 서양사회는 여전히 다른 어느 곳보다도 앞선 사회이다. 그렇다면 우리 물음에 대한 대답은 서양철학이 보여주는 주체성의 파노라마를 살펴보는 것으로 간단히 구해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문제는 주체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길을 따라 주체가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서구적 자유와 주체성의 이념이 더 이상 우리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체는 언제나 역사에 매개되어 있으며, 자기의식은 역사의식이기도 하다. 그런 한에서 역사가 달라지면 주체성의 성격과 내용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자기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역사, 우리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서양철학이 해명해주지 못하는 고유한 문제상황이 있다면, 그것을 우리들 자신의 언어로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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