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_'우리의 철학',어떻게 할 것인가?:김상봉의 시도에 부쳐
시민과세계/2005년 상반기 :
2005/05/23 00:17
1. 철학, 필로소피아의 타자
굳이 직역하자면 ‘애지학’(愛智學)쯤으로 했어도 좋았을 ‘필로소피아’ (philosophia)가 누군가에 의해 ‘철학’으로 번역되어 일반화된 뒤, 그 말은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세계의 자명한 문화적 배경에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은 때로는 아마도 많은 ‘철학자’에겐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을 선사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예컨대 날마다 대중지들의 광고란에서 ‘처녀도사’나 ‘총각도사’와 함께 ‘철학’을 만나면서 우리들의 학문과 직업에 대한 어떤 모욕감을 느낀 그런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욕감은 곧 어떤 아이러니와 포개진다. ‘철학관’장사에도 ‘자격증’시대가 왔다는데, 유수한 대학의 철학과졸업 학력이 돈 잘 버는 도사들의 간판이 된 지 오래라는데, 정작 학문의 시장에서는 철학은 거저 줘도 잘 안 팔리는 재고정리상품이다. 단순히 ‘강단철학’과 ‘대중철학’의 괴리라는 관점에서만 설명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다른 식으로 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철학’이라는 학문은 처음부터 필로소피아라는 서양학문의 단순한 수입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점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구분만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무슨 근거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나누었을까? 성리학이니 불교사상이니 이런 것들이 필로소피아일까? 왜 우리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런 것들을 ‘동양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묶는 것일까? 그럴 수 있는 근거가 우리 모두에게 명백한가? 오해는 말자. 나의 포인트는 동양철학의 가치를 폄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관행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해도 설득력 있는 이유와 함께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데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철학은 여기서 이미 필로소피아 이상의 그 무엇 또는 최소한 다른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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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직역하자면 ‘애지학’(愛智學)쯤으로 했어도 좋았을 ‘필로소피아’ (philosophia)가 누군가에 의해 ‘철학’으로 번역되어 일반화된 뒤, 그 말은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세계의 자명한 문화적 배경에 똬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그 자연스러움은 때로는 아마도 많은 ‘철학자’에겐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을 선사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예컨대 날마다 대중지들의 광고란에서 ‘처녀도사’나 ‘총각도사’와 함께 ‘철학’을 만나면서 우리들의 학문과 직업에 대한 어떤 모욕감을 느낀 그런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욕감은 곧 어떤 아이러니와 포개진다. ‘철학관’장사에도 ‘자격증’시대가 왔다는데, 유수한 대학의 철학과졸업 학력이 돈 잘 버는 도사들의 간판이 된 지 오래라는데, 정작 학문의 시장에서는 철학은 거저 줘도 잘 안 팔리는 재고정리상품이다. 단순히 ‘강단철학’과 ‘대중철학’의 괴리라는 관점에서만 설명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다른 식으로 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철학’이라는 학문은 처음부터 필로소피아라는 서양학문의 단순한 수입품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점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구분만 보더라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무슨 근거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을 나누었을까? 성리학이니 불교사상이니 이런 것들이 필로소피아일까? 왜 우리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런 것들을 ‘동양철학’이라는 이름 아래 묶는 것일까? 그럴 수 있는 근거가 우리 모두에게 명백한가? 오해는 말자. 나의 포인트는 동양철학의 가치를 폄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관행이 그럴듯해 보이기는 해도 설득력 있는 이유와 함께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은 것 같다는 데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철학은 여기서 이미 필로소피아 이상의 그 무엇 또는 최소한 다른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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