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철학의 모습은 어떨까? 일전에 어떤 책의 머리말에서 나는 이렇게 정의했다―우리의 철학은 ‘멀미’철학이다. 달리 말해 ‘바담 풍(風)’ 철학이다. 게다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안방마님인데도 시종의 전언으로 주인의 심중을 엿보려고 하는 ‘삼월이’ 철학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남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데 있다. 이런 양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서양철학자들은 서양철학만이 인류를 구원할 것처럼 말하고, 동양철학자들은 실제로는 대부분 중국철학을 하면서도 한국철학을 하는 듯이 자부한다. 이런 것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식민지학문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 아닌 강박관념에 휩싸이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강박관념이 그 자체로 문젯거리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학문이 식민지상태라는 것은 아마도 한국의 많은 철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약 20년 전 <한국에서 철학하는 자세들>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는 두 사상적 입장의 대립을 보았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다. 서양철학자들, 특히 서양에서 이름을 날리는 한국 출신의 교수들은 “철학이라는 것이 원래 보편적인 것인데, 무슨 한국철학이 따로 있냐?”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수적으로는 적었지만 한국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확히는 한국도 아닌 중국이었겠지만, 대부분 “문제가 다른데 어떻게 동서양철학이 일반화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한마디로 서양철학자들은 철학의 보편성으로 지역적 구분이 필요 없다는 태도였고, 동양철학자는 동양철학이 너무도 서양철학과 다르다는 점에서 지역적 구분이 가능하다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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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근/충북대 철학과 교수
2005/05/23 00:12 2005/05/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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