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역사 6_해방 60년, 한국사회에서 노동과 민주주의
시민과세계/2006년 상반기 :
2006/02/20 00:15
1. 노동, 민주주의의 시금석
한국사회에서 노동1) 이 글에서 ‘노동’은 문맥에 따라 노동자 혹은 노동자계급, 구상을 외화시키는 작업으로서의 노동, 노동운동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노동의 내용과 형식을 틀짓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 안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첫째,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 둘째, 한국자본주의가 세계체제 안에서 점하는 종속적 위상은 노동을 어떤 모습으로 구조화시켰는가. 셋째, 반공분단체제는 노동을 어떻게 개별화시켰는가. 넷째, 지금 신자유주의는 노동을 어떻게 재구성하는가.
먼저, 자본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은 인간의 노동력조차도 상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자신의 노동을 통제할 수 없음을 뜻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는 생존하기 위해 노동력을 시장에서 자본에 팔아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과 가족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은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근대 자본주의사회가 성립한 이후 노동의 역사는 결국 노동력의 지배를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대립, 긴장과 갈등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 궤적은 노동운동, 나아가 노동정치를 다른 한 축으로 하여 구성된다.
다음으로, 이러한 역사는 해당사회의 자본주의 산업화의 본격적 추진시기(timing),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점하는 위상에 따라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선발자본주의국가들과 달리 후발(late), 후후발(late-late) 자본주의사회는 상품가치의 실현을 위해 선발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고 이것은 노동통제를 둘러싼 자본과 국가, 노동자계급 사이의 긴장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탈식민지사회에서는 ‘해외자본’―혹은 과두적인 봉건지주―과 ‘국내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야 하는 이중구조로 인하여 노동착취의 강도가 심화되었다. 이른바 ‘유혈적 테일러주의’가 바로 그것이며 이것을 매개한 것이 ‘관료권위주의’ 혹은 공개적 독재체제로서의 파시스트권력이었다.2) 이들 사회에서는 자본의 헤게모니가 취약하여 국가가 이를 대체하며 투자은행가로, 자원의 분배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관해서는 A. Gerschenkron, Economic Backwardness in Historical Perspective(New York: Frederick A. Praeger, 1965); P. Evans, Embedded Autonomy(Princeton: Princeton Univ. Press, 1995) 등을 참조. 해외시장에서의 가치실현을 주목표로 했던 한국사회 또한 이러한 궤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마지막으로, 비교사의 차원에서 한국사회는 여타 사회들과 달리 노동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또는 노동운동을 취약하게 만든 하나의 견고한 층(layer)을 지니고 있는데, 한국전쟁을 경과하며 구축된 반공분단체제가 그것이다. 이것은 단지 국가권력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배경(background)으로서만 작용하는 아니라, 반공규율사회(anti-communism regimented society)라는 규정이 보여주듯 파시스트권력의 효율적 작동을 극대화시키는 시민사회 안의 미시적 자기통제기제를 포괄한다. 반공규율사회는 사회구성원에게 반공을 ‘자기검열의 척도’로 내면화시켰으며, 특히 노동자계급의 경우,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요구’조차도 ‘외부의 적’을 이롭게 하는 ‘정치적 행위’로 간주되었다. 이렇게 하여 노동은 개별화·파편화되었고 이에 비례하여 종속적 자본주의는 노동 억압과 배제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3) 여기에서 ‘종속적 자본주의’는 과거 사회구성체논쟁에서의 종속자본주의, 중위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처럼 자본주의 발전과정의 특정단계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점하는 일반적인 위상을 지적하는 ‘관형적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초 해방 60년을 맞은 한국사회라는 시공간의 좌표에서 볼 때, 이러한 특징들은 결코 고정되어 있는 그 어떤 사물(thing)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각 영역에서 나타난 비대칭적이고 억압적인 사회관계들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재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력의 상품화양식, 자본주의세계체제에서 점하는 위상, 반공규율사회에서 작동되는 자기검열의 기제 등 또한 불균등하지만, 일국적·국제적(혹은 지구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사회관계들의 변화의 폭, 그 깊이와 맞물려 변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 직후 거의 세계 최하위의 빈곤국에서 탈출하여 이른바 ‘2만 달러 시대의 선진국’을 꿈꾸는 단계에 이른 지금, 이 글로벌 신자유주의시대에 과연 한국사회에서 노동은 어떤 모습으로 현존하는가. ‘인간소외’, ‘억압과 수탈’의 상징이었던 노동은 이제 먼 과거의 것이 되었는가, 아니면 신자유주의가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지구화시대에 새로운 양상으로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는가. 또한 그와 맞물려 진행된 노동운동은 어떤 궤적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노동 없이 민주주의 없다”라는 언술에 주목할 때, ‘민주화이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체되어 있다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에 대한 우회적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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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노동1) 이 글에서 ‘노동’은 문맥에 따라 노동자 혹은 노동자계급, 구상을 외화시키는 작업으로서의 노동, 노동운동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노동의 내용과 형식을 틀짓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 안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첫째,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 둘째, 한국자본주의가 세계체제 안에서 점하는 종속적 위상은 노동을 어떤 모습으로 구조화시켰는가. 셋째, 반공분단체제는 노동을 어떻게 개별화시켰는가. 넷째, 지금 신자유주의는 노동을 어떻게 재구성하는가.
먼저, 자본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은 인간의 노동력조차도 상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력의 소유자가 자신의 노동을 통제할 수 없음을 뜻한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는 생존하기 위해 노동력을 시장에서 자본에 팔아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과 가족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은 노동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따라서 근대 자본주의사회가 성립한 이후 노동의 역사는 결국 노동력의 지배를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대립, 긴장과 갈등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 궤적은 노동운동, 나아가 노동정치를 다른 한 축으로 하여 구성된다.
다음으로, 이러한 역사는 해당사회의 자본주의 산업화의 본격적 추진시기(timing),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점하는 위상에 따라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선발자본주의국가들과 달리 후발(late), 후후발(late-late) 자본주의사회는 상품가치의 실현을 위해 선발국가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고 이것은 노동통제를 둘러싼 자본과 국가, 노동자계급 사이의 긴장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탈식민지사회에서는 ‘해외자본’―혹은 과두적인 봉건지주―과 ‘국내자본’의 이윤을 보장해야 하는 이중구조로 인하여 노동착취의 강도가 심화되었다. 이른바 ‘유혈적 테일러주의’가 바로 그것이며 이것을 매개한 것이 ‘관료권위주의’ 혹은 공개적 독재체제로서의 파시스트권력이었다.2) 이들 사회에서는 자본의 헤게모니가 취약하여 국가가 이를 대체하며 투자은행가로, 자원의 분배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관해서는 A. Gerschenkron, Economic Backwardness in Historical Perspective(New York: Frederick A. Praeger, 1965); P. Evans, Embedded Autonomy(Princeton: Princeton Univ. Press, 1995) 등을 참조. 해외시장에서의 가치실현을 주목표로 했던 한국사회 또한 이러한 궤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마지막으로, 비교사의 차원에서 한국사회는 여타 사회들과 달리 노동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또는 노동운동을 취약하게 만든 하나의 견고한 층(layer)을 지니고 있는데, 한국전쟁을 경과하며 구축된 반공분단체제가 그것이다. 이것은 단지 국가권력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배경(background)으로서만 작용하는 아니라, 반공규율사회(anti-communism regimented society)라는 규정이 보여주듯 파시스트권력의 효율적 작동을 극대화시키는 시민사회 안의 미시적 자기통제기제를 포괄한다. 반공규율사회는 사회구성원에게 반공을 ‘자기검열의 척도’로 내면화시켰으며, 특히 노동자계급의 경우, ‘최소한의 사회경제적 요구’조차도 ‘외부의 적’을 이롭게 하는 ‘정치적 행위’로 간주되었다. 이렇게 하여 노동은 개별화·파편화되었고 이에 비례하여 종속적 자본주의는 노동 억압과 배제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3) 여기에서 ‘종속적 자본주의’는 과거 사회구성체논쟁에서의 종속자본주의, 중위자본주의, 국가독점자본주의처럼 자본주의 발전과정의 특정단계를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점하는 일반적인 위상을 지적하는 ‘관형적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초 해방 60년을 맞은 한국사회라는 시공간의 좌표에서 볼 때, 이러한 특징들은 결코 고정되어 있는 그 어떤 사물(thing)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각 영역에서 나타난 비대칭적이고 억압적인 사회관계들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재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력의 상품화양식, 자본주의세계체제에서 점하는 위상, 반공규율사회에서 작동되는 자기검열의 기제 등 또한 불균등하지만, 일국적·국제적(혹은 지구적) 수준에서 나타나는 사회관계들의 변화의 폭, 그 깊이와 맞물려 변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 직후 거의 세계 최하위의 빈곤국에서 탈출하여 이른바 ‘2만 달러 시대의 선진국’을 꿈꾸는 단계에 이른 지금, 이 글로벌 신자유주의시대에 과연 한국사회에서 노동은 어떤 모습으로 현존하는가. ‘인간소외’, ‘억압과 수탈’의 상징이었던 노동은 이제 먼 과거의 것이 되었는가, 아니면 신자유주의가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지구화시대에 새로운 양상으로 여전히 재생산되고 있는가. 또한 그와 맞물려 진행된 노동운동은 어떤 궤적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가. 이 질문들은 “노동 없이 민주주의 없다”라는 언술에 주목할 때, ‘민주화이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체되어 있다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에 대한 우회적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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