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좌표 10_풀뿌리민주주의, 엘리트민주주의에 도전하다
시민과세계/2006년 상반기 :
2006/02/20 00:01
보통 풀뿌리민주주의는 분권화된 지역공동체에서 시행되는 상향식 의사수렴과정을 의미해왔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요소만으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 단순히 권력의 분권만을 풀뿌리민주주의라 부른다면, 지역유지와 토호들의 지역주의나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떠넘기기식 권력이양과 분명한 차이점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래로부터 위로의 상향식 의사수렴과정만을 중시한다면, 풀뿌리민주주의는 아래로부터 동원된 파시즘(fascism)이나 대중의 감정적인 지지에 바탕을 두는 포퓰리즘(populism)과 뒤섞일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분권과 상향식 의사수렴과정만으로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누가 무엇을 어떤 과정을 통해 실현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근본적인 의미에서 풀뿌리민주주의는 엘리트와 대중이라는 이분법을 부정한다. 즉 풀뿌리민주주의는 상하의 위계질서와 본성이나 계층·계급에 의한 격차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이런 점에서 식민지해방 이전, 특히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지방의 공동체적 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로 파악할 수는 없다. 물론 향약이나 두레처럼 서로 돕는 전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런 전통은 분명 풀뿌리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원일 수 있다. 허나 계급과 상하의 질서가 분명한 사회에서 그런 도움의 공동체가 존재했다고 해서 그것을 풀뿌리민주주의로 여길 수는 없다.1) 커밍스의 논의는 조선시대 공동체가 가졌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회체계는 수세기에 걸쳐 진화해왔지만 주요한 특징은 중앙관료의 권력과 지방토호 사이에 존재하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긴장이었다. …현물로 세금을 내는 소작인들이 주로 토지를 경작하는 이 체제는 수백 명의 소작인과 노비가 딸린 막대한 토호계급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의 본질적 형태는 조선시대와 식민지시대까지 계속되었다.”(커밍스, 김동노·이교선·이진준·한기욱 옮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창작과비평사, 2001, 55~56쪽) 따라서 풀뿌리민주주의는 통치하는 자와 통치받는 자가 동일하다는 직접민주주의의 원리에서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민본(民本)과 민초(民草)라는 개념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민본은 민중을 근본으로 삼지만 그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고 소수가 선하게 다수를 다스리는 왕도정치(王道政治)나 덕치(德治)를 의미한다. 반면에 민초는 민중 스스로가 정치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을 다스리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민초를 정치의 주체로 삼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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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의미에서 풀뿌리민주주의는 엘리트와 대중이라는 이분법을 부정한다. 즉 풀뿌리민주주의는 상하의 위계질서와 본성이나 계층·계급에 의한 격차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이런 점에서 식민지해방 이전, 특히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지방의 공동체적 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로 파악할 수는 없다. 물론 향약이나 두레처럼 서로 돕는 전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런 전통은 분명 풀뿌리민주주의의 중요한 자원일 수 있다. 허나 계급과 상하의 질서가 분명한 사회에서 그런 도움의 공동체가 존재했다고 해서 그것을 풀뿌리민주주의로 여길 수는 없다.1) 커밍스의 논의는 조선시대 공동체가 가졌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 사회체계는 수세기에 걸쳐 진화해왔지만 주요한 특징은 중앙관료의 권력과 지방토호 사이에 존재하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긴장이었다. …현물로 세금을 내는 소작인들이 주로 토지를 경작하는 이 체제는 수백 명의 소작인과 노비가 딸린 막대한 토호계급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의 본질적 형태는 조선시대와 식민지시대까지 계속되었다.”(커밍스, 김동노·이교선·이진준·한기욱 옮김,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창작과비평사, 2001, 55~56쪽) 따라서 풀뿌리민주주의는 통치하는 자와 통치받는 자가 동일하다는 직접민주주의의 원리에서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민본(民本)과 민초(民草)라는 개념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민본은 민중을 근본으로 삼지만 그들에게 권력을 주지 않고 소수가 선하게 다수를 다스리는 왕도정치(王道政治)나 덕치(德治)를 의미한다. 반면에 민초는 민중 스스로가 정치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을 다스리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민초를 정치의 주체로 삼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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