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지역 토호세력의 뿌리
1. 머리말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지방권력 심판론’을 내걸었다. 지방에서 태어나 지방에 살면서 지방권력의 문제를 몸으로 느껴온 필자로선 눈이 번쩍 뜨이는 구호였다. 지방 사람들은 서울만 쳐다보며 살아 왔고, 서울 사람들은 서울이 곧 대한민국이라고 믿는 나라에서 ‘지방권력’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하나의 사건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지방권력’이라는 말에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낯설게 여기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눈만 뜨면 서울에서 서울 사람들이 서울의 시각으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과 뉴스, 신문도 소위 ‘중앙지’만 보고 생활하는 지방 사람들이 지방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지역 내부의 권력관계를 주목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한명씩만 뽑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훨씬 많은 투표권을 한꺼번에 행사하는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사회구성체나 권력구조에 대해선 청산유수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선 토호가 소유하고 있는 지역신문의 수습기자보다 더 모르는 진보단체의 활동가들도 많다.

필자는 80·90년대 민주화운동이 중앙권력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면, 2000년대 민주화운동은 지방권력을 상대로 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따라서 지역에서의 민주화운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런 차원에서 필자는 90년대 후반부터 ‘토호세력 척결 없이 지방자치는 없다’고 주장하며 토호의 실체를 찾아내느라 나름대로 애를 써왔다. 그 과정에서 3년 전에는 마산시장 황철곤의 행위를 가리켜 ‘지방 독재’라고 비판하면서 “차라리 군사독재시절이 그립다”는 칼럼을 썼다가 1억 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바 있다. 《경남도민일보》, 2003년 6월 25일자 결국 승소하긴 했지만, 1여 년간 법정을 오가며 허비한 시간과 정력, 그리고 변호사 비용은 되돌려 받을 길이 없다.

이런 처지다 보니 열린우리당의 슬로건이 눈이 번쩍 뜨일 만도 하다. 그러나 과연 열린우리당이 그럴 만한 자격이나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음은 작년 <한겨레>에 실린 기사 중 일부다. 이걸 보면 열린우리당이 지방권력의 문제를 제대로 알기나 하고 그런 슬로건을 만들었는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이 새마을운동단체,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단체에 대한 특혜성 예산지원의 근거가 되는 3대 관변단체 지원·육성법(관변단체육성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부담을 우려해 자기당 소속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마을운동단체 등은 폐지안에 동조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압력을 넣거나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열린우리당은 12일 오전 정세균 원내대표, 원혜영 정책위의장, 각 정책조정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3대 관변단체 지원·육성법 폐지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회의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3대 관변단체 문제는 예산을 삭감하거나 국정감사를 통해 개선하면 되지 당에서 나서서 폐지안을 주도할 사안은 아니다”며 “우리당 의원들이 당론을 어기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폐지안을 내면 내년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도부가 의원들의 폐지안 제출을 만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한겨레》, 2005년 7월 12일자

이랬던 열린우리당이 느닷없이 선거에서 ‘지방권력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는 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는 동안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게 있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토호척결의 가장 첫 단추는 ‘관변단체 지원 전면 중단’이라고 주장해왔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시절 필자는 ‘노무현 정부에 드리는 쓴 소리’라는 제목의 글로 이렇게 충고한 바 있다.

‘정권은 바뀌어도 토호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모든 정권이 토호를 자기편으로 끌어안는 정책을 써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권도 제2건국위원회라는 새로운 관변단체를 통해 전국의 모든 토호세력을 포섭하려는 전략을 썼다. 그러나 이는 실패했다. 정권 초기엔 DJ정부에 협력하는 제스처를 통해 기득권을 보장받은 이들이 막상 정권 말기에 이르자 다시 등을 돌려버린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성공하려면 토호세력과 단호히 단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관변단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관변단체는 토호들과 지역행정기관이 유착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제2건국위 뿐만 아니라 자유총연맹 등 다른 3개 단체의 존폐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인위적인 해체가 이미 불가능하다면 이들 단체에 대한 국가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DJ정권도 초기엔 예산지원을 줄여 자생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이 진정 지방분권과 개혁을 이루려면 이것부터 해야 한다.”《경남도민일보》, 2003년 2월 25일자

그 후 필자는 노무현 정부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 된 김두관 씨를 인터뷰하면서도 제2건국위원회 해체와 관변단체 지원 중단을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김 장관 재임 중 제2건국위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관변단체에 대한 지원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예산편성지침에서 ‘정액보조금 제도’만 약간 손질했을 뿐이다.

지역문제, 특히 토호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관변단체 지원 중단을 첫머리에 놓는 이유는 명백하다. 토호와 지방행정기관, 그리고 지역 정치인의 연결 통로이자 유착 고리가 바로 관변단체이고, 이것부터 끊어 없애는 게 지역민주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지방권력의 핵심에 토호가 있고, 그들 토호는 관변단체를 통해 권력과 공생관계를 맺어오면서 스스로 권력으로 성장해온 과정을 규명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경남의 한 중소도시인 마산지역 현대사를 통해 토호세력의 뿌리를 찾아 나서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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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경남도민일보 시민사회부장
2006/07/20 00:19 2006/07/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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