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_제국의 시대인가, 제국의 황혼인가
시민과세계/2006년 하반기 :
2006/07/20 00:11
- 한미 FTA를 둘러싼 정세에 관하여
제국의 황혼 ?
제국의 시대가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제국의 황혼이 다가온 것인가? 분명한 것은 적어도 경제적으로 미국이라는 단일한 중심의 지배가 와해되는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유럽은 유로 체제를 출범시킴으로써달러로부터 독립된 경제권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EU라는 지역적국가연합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미국이라는 ‘국가연합’에 대응할 나름의 정치적 경제적 몸집을 갖춘 셈이다. 미국의 앞마당이었던 중남미는 미국의 다양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베네주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을 필두로 미국에서 독립된 국가를 향한 거대한 일보를 내디뎠고 심지어 미국에 대항하는 사회주의적 연대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다른 한편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통해 세계의 공장으로서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 또한 미국에서 벗어난 경제적 권역의 가능성을 슬며시 가시화하고 있다. 한때 한국 정부에서도 관심을 보였던 동북아 경제권의 가능성을, 혹은 아세안을 포함한 새로운 지역 경제권의 가능성을 그저 공허하다고 생각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일부 세계체제론자들의 예측처럼 미국을 대신할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려는 것일까?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급히 인도와의 결속을 시도하는 한편, 중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전략의 변환을 꾀하고 있지만, 그것이 중국의 부상 자체를 막기는 늦은 것 같다.
이런 사실들은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중심적 지위가 이전과 달리 상대화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자체의 경제 또한 점차 통제하기 힘든 위기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제국적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군사조직은 국가적 정치나 경제의 논리에서 벗어나 군사적 자기발전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국가 전체를 그 논리로 밀고 가고 있으며, 냉전을 대신한 ‘대테러전쟁’은 국가 자체를 군사적 조직의 메커니즘 아래 장악하여 일종의 절대적 전쟁으로, 항상적인 총력전체제로 변환시켰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거대한 비용을 군사예산에 투여하고 있으며(2007년도 분으로 책정된 펜타곤만의 예산이 4천393억 달러이다. 여기에는 이라크 전비, 다른 부처에서 사용하는 사실상의 국방관련 예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국방예산은 7천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심지어 어떤 추정에 따르면 2조달러를 넘어선다.), 이로 인해 한 해 재정적자는 이미 GDP의 6%를 넘어섰고(약 4천억달러), 누적된 적자가 8조달러(우리돈으로 약 8천조원)를 넘어섰다.
무역적자 역시 거대해서 이미 연간 72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기산업을 제외한 제조업은 이미 쇠락한지 오래고, 자본은 금융화되어 투기적 이윤을 찾아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 그리고 저축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즉 저축에 비해 소비나 투자가 과잉된 상태다. 그 부족분은 달러의 추가발행이나 채권의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요컨대 미국경제는 민간 경제에서는 자본 자체가 금융화되어 생산과 분리된 채 미국이란 경계를 넘나들며 투기적 자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가가 달러를 찍어내고 국채를 발행하여 그 돈으로 거대한 군사비용을 지출하는 한편 외국의 상품을 수입하여 인민들의 소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했던 것처럼 군사적 낭비경제를 통해 부실화된 경제를 빚과 달러로 억지로 유지하는 체제인 셈이다. 이로 인해 달러가치는 매우 낮아져서 몇몇 나라에서 달러보유고를 약간 낮추려는 시도만 해도 달러가치가 폭락할 위험이 상존한다. 하지만 거대한 채무나 무역수지 적자 때문에 달러가치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예전이라면 인위적 달러 감가를 통해서 채무를 줄이고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도 가능했지만(1985년의 플라자합의), 유로처럼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통화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지금은 그러한 시도가 달러 자체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 이란에서 달러 아닌 유로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석유시장을 개장하려 한 것은 이런 상황의 심각성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비롯하여 군사와 전쟁 등의 비생산적 지출은 증가세를 전혀 늦추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찰머스 존슨처럼 미국 내부에도 이미 파국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판의 날은 이미 다가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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