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당신의 개인정보 안녕하십니까 ③상업주의의 먹잇감



KT, 고객 240여만명한테서 정보임대 동의받아내 건당 1천원에 팔아

정통부 “사업중단” 요청 묵살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른 기업에게 팔아 수익을 챙길 정도로 기업들의 개인정보 장사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케이티는 시내전화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기업에 돈을 받고 빌려주는 ‘소디스’를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월 시내전화 가입자 240여만명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고급 승용차와 전화요금 감면 같은 ‘당근’을 쓴 결과다.

이미 개인정보를 팔아넘겨 매출 실적도 생겼다. 지난해 말 개인정보 임대에 동의한 시내전화 가입자들의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건당 1천원씩 받고 피시에이생명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6개월 동안 무제한 이용하는 조건으로 정보를 넘겨줬다.

경찰·이통대리점주 함께 심부름업체에 주민번호 유출

케이티는 전화 가입이나 이전 신청을 받았을 때, 직원이 신청자 집을 방문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직접 확인한다. 따라서 다른 기업이 갖고 있는 고객 개인정보보다 정확하고,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정보통신부는 케이티에 공문을 보내 “개인정보 침해 시비가 있으니 사업을 중단하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하기까지 했으나, 묵살당했다. 이에 정통부가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국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케이티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케이티는 또 지난 1월 고급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어, 이동통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이동전화 번호유지(번호이동)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30여만명의 것을 모았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이런 행위는 불법적인 개인정보 유출의 합법화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불법적 개인정보 유출이 거의 날마다 발생하고 있어, 개인정보 장사를 허용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에는 현직 경찰관과 케이티에프를 포함한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 등이 가입자 개인정보와 경찰전산망의 주민번호 200여건을 개인정보 판매상들에게 팔아넘긴 사건이 발생했다. 개인정보 판매상들은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건당 10만원씩을 받고 각종 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심부름업체에 팔아넘겼다. 바로 전날인 2일에는 회원사가 제작한 졸업앨범에 수록된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졸업생 33만여명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띄운 사진앨범협동조합 이사장 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창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법학박사)은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의 소중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불법 유출이 만연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개인정보의 합법적 판매를 허용하게 되면 각종 사생활 침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이동전화회사와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케이티에프는 2002년 본인들이 모르게 이동전화 가입자들을 부가서비스(매직엔)에 가입시켜 요금을 받아오다 들통 나, 과징금을 물고 몰래 받은 요금도 돌려줬다. 케이티에프가 통신위원회에 낸 시정명령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가 29만명에 이른다.

“부가서비스 무단가입 보상” 조정위 결정 KTF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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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참여연대는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으니, 홈페이지와 요금청구서를 통해 공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케이티에프는 “회사 이미지를 흐릴 수 있다”며 참여연대의 공지 요구를 거부했다. 케이티에프는 “개인정보를 침해한 것이니, 피해자들에게 요금 반환과 별도로 50만원씩 보상하라”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도 따르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는 케이티에프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벌금 1천만원으로 약식 기소했다. 또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100만원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손해배상 소송은 케이티에프 쪽의 버티기로 아직까지 1심 판결조차 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의 상업적인 이용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유망한 비즈니스모델로 평가될 정도다. 실제로 기업에서 쓰고 있는 ‘시아르엠’ ‘데이터마이닝’ ‘데이터베이스마케팅’ ‘캐시백’ ‘고객관계관리’ ‘고객맞춤형 서비스’ 등은 모두 고객의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동통신 단말기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비즈니스도 개인정보의 상업적인 이용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미 이동전화 이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친구찾기’라는 이름으로 제공되고 있고, 이용자에게 현재 있는 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정통부도 기업들의 이동전화 이용자 위치정보 이용 길을 틔워주기 위해 ‘위치정보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을 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동전화 이용자 위치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규정해 철저히 관리한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기업들은 고객이나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대상’이 아니라, 매출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이용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하거나 수집하는 상황을 부른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정보결정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민번호 안물으니 유령사이트 의심”

-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사이트 ‘비씨파크’ 박병철 사장



“형편이 어려워지니까, 회원들의 개인정보에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텔레마케팅업체들이 솔깃한 제안을 해오기도 하고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 커뮤니티 사이트인 비씨파크( www.bcpark.net ) 박병철(31) 사장의 고백이다. 그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은 유혹을 아예 떨쳐버리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트를 운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려웠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넘겨주면 건당 500원씩 주겠다는 제안을 대형 텔레마케팅업체로부터 여러번 받았다”며 “눈 한번 질끈 감았으면 몇억원을 챙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 가입 신청서에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난을 그대로 남겨뒀다. 실제로 비씨파크 회원 가입 신청서를 보면, 다른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 회원 가입 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입력하지 않게 하니까 오히려 더 이상하게 생각하더라구요. 주민등록번호 안받는다고 유령 사이트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래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난을 그대로 두고, 원하는 사람은 입력할 수 있게 했다. 비씨파크는 기존 회원들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지울 수 있게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름,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의 정보인권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스스로 필요없는 개인정보는 수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인권 침해… 법 지켜야”



“고부가가치 자원 활용하는 것”

‘개인정보 이용’ 정부·시민단체-업체 줄다리기


개인정보의 보호가 먼저냐, 이용이 먼저냐. 이를 놓고 정부 및 시민단체와 업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 및 시민단체 쪽은 법에 정해진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돼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사업을 죽이는 것이자,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을 사장시키는 것”이라며 “법이 문제라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케이티에게 개인정보 임대 사업을 중단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경품과 전화요금 감면을 내세워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대한 본인 동의를 받는 게 전화 가입자들의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개인정보 침해 시비가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도 언제 누구에게 제공되는 지와,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제공됐을 때의 위험 등을 분명하게 알리지 않은 채 동의를 받는 게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보완을 요구했다.

정통부와 시민단체들은 “케이티가 수용하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고 으름장까지 놓았지만, 케이티는 이를 묵살했다.

이런 공방은 인터넷업체들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놓고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안을 마련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본인 확인용으로만 쓸 수 있게 했다. 포털이나 온라인서비스 업체들이 회원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해 식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주민등록번호의 목적외 이용에 해당돼 금지된다.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한 조처다. 전성배 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 전담팀장은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취지를 살려 주민등록번호를 식별용으로 쓰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은 “주민등록번호 없이는 회원들의 실명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막는 것은 인터넷업체들을 죽이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겨레 김재섭 이재성 기자
2005/03/09 00:00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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