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한양주택 진정 기각에 대한 성명



2006년 3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주민의 동의없이 진행되는, 한양주택에 대한 은평뉴타운 개발사업이 주민들의 행복추구권과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진정에 대해 ‘기각’ 결정 통보를 하였다(문서번호 : 신분차별팀-451). <한양주택대책위원회>와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는 제대로 된 주민동의도 한 번 없이 진행되고 있는 한양주택에 대한 은평뉴타운 개발사업을 ‘공익사업’으로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으로 인해, 서울시와 SH공사의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맞서 한양주택에서의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삶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주민들은 ‘공익사업의 방해자’가 되어 버렸다. <한양주택대책위원회>와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는 이번 기각 결정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근거 자체를 부정할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기각 결정을 철회하고 거주권과 문화권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로 재조사할 것을 엄중히 요구하는 바이다.

60%가 넘는 주민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데 “광범위한 주민의견 수렴 과정 및 동의절차를 거쳤다”라니

1979년 조성된 한양주택은, 현재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생태주거단지로 그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양주택은 1996년 서울시가 지정한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연 서울시는 ‘뉴타운’이라는 미명 하에 한양주택 일대를 재개발 대상으로 삼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생태주거단지인 한양주택을 전면 철거한 후, 그 자리에 ‘생태전원아파트’를 짓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개발이 아닌 존치를 원한다’며 재개발 반대 운동에 나섰다. 그리고 2005년 12월 현재, 한양주택 전체 227가구 중 137가구가 <한양주택 존치희망 확인서>에 서명한 상태다. 한양주택 재개발에 반대하며 “한양주택의 가옥주로 쾌적한 환경의 한양주택이 이대로 보존되어 계속 살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주민들이 60%가 넘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들의 반대 의사에 대해 서울시는 그 동안 거짓말로 주민들을 속여왔다. “주민의견에 따라 개발여부를 결정하겠다”, “3지구라 시간이 많고, 주민의사를 존중하겠다”, “한양주택은 1지구 개발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존치여부를 주민합의 하에 결정하겠다”는 등의 말로 주민을 기만하면서, 실제로는 한양주택을 은평뉴타운 사업지구에 포함시켜 재개발을 강행해왔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는, 한양주택 뉴타운 개발 강행과정에 대한 이러한 진행과정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문을 보면, 과연 진정서에 적시한 진행과정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나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결정문에서, “서울시의 은평뉴타운 개발사업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공익사업으로 「도시개발법」에 의한 공청회 개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환경ㆍ교통ㆍ재해등에 관한 영향 평가법」에 의한 환경ㆍ교통ㆍ재해ㆍ인구영향평가 공청회 실시, 「도시개발법」 및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공고 등을 통해 광범위한 주민의견 수렴 과정 및 동의절차를 거친 점을 고려할 때 개발에 반대하는 진정인의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광범위한 주민의견 수렴 과정 및 동의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하는 서울시의 해명은 실상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던 몇 차례의 공청회를 언급하는 것일 뿐이며 더욱이 아직도 재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이 절반이 넘는다면, 주민의견 수렴이나 동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한양주택의 주민들이 지난 2003년 이후 주민들이 건교부, 서울시, 은평구청, SH공사 등에 지속적으로 ‘존치을 바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하며 이의를 제기하였고 공청회와 간담회 때마다 개발 반대의사를 밝혔다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단지 공청회를 몇 차례 열었다는 것을 근거로 서울시가 주민 동의절차를 거쳤다고 판단한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에 커다란 오점이 될 것 기각 결정을 철회하고 거주권, 문화권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로 다루어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출범 이후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전향적인 판단으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양심적 병역거부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문제, 동성애자 인권문제, 이주노동자 문제 등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과 권고는, 현행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과 변화를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양주택에 대한 이번 기각 결정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해명에만 근거하여 판단하였을 뿐 아니라 인권의 범위를 확대시키기는커녕 몇 차례의 형식적인 행정절차 안에 가두었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명예를 훼손시킬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뉴타운 개발사업은 강남북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강북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투기만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삶과 권리, 그리고 잘 보존된 자연이 대대적으로 파괴될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뉴타운 개발로 말미암아 은평구 일대에서는 주민들의 삶의 질서가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전면 철거와 아파트 건설만을 강요하면서, 실제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와 삶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뉴타운 개발 이후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채 10%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거주권, 행복추구권, 문화권 등 미래지향적이고 생활친화적인 인권 문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을 뿐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와 주민들의 공동체 파괴,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폐해를 낳고 있는 뉴타운 개발사업을 ‘공익사업’으로 포장해 주는 오류마저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주택대책위원회>와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이 부당하다고 확신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음의 사항을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기각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한양주택 뉴타운 개발과 관련하여 거주권, 문화권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로 재조사하라. 이것만이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삶이라는 ‘인권의 목표’를 위해 싸우고 있는 한양주택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나. 기각 결정을 내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과 한양주택을 공동 답사할 것을 제안한다. 한양주택이 과연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전면 철거해야 하는 곳인지 아니면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주거단지로서 보존해야할 곳인지는 ‘단 한 번의 답사’만으로도 명백해질 것임을 우리는 확신한다.

한양주택을 존치하는 것은 독재시대부터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권적 원주민 추방형 및 자연ㆍ역사 파괴형 재개발'을 막고 이 사회의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면 모든 국민의 모든 인권을 보호하겠노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목적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반인권적 재개발의 포크레인이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거주권을 지키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목적일 것이다. <한양주택대책위원회>와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 잘못된 기각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를 철회하고 철저한 재조사를 통해 한양주택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6년 3월 16일

한양주택대책위원회,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녹색연합, 문화연대, 민족건축인협의회, 새건축사협회, 서울환경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참여연대)


한양주택대책위원회, 한양주택지키기 시민사회네트워크


2006/03/16 15:51 2006/03/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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