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서민 울리는 법 이대로 둘건가③ 도미노 파산 부르는 ‘연대보증’
제2금융권 빚보증 334만명이 180조원


16일 금융감독원 등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은행을 제외한 대출기관의 올 4월 말 현재 보증인 수는 334만여명, 개인채무 보증금액은 180조원에 이른다. 이들 비은행권 대출기관이 개인에게 대출한 총액 218조원의 82%다. 1인당 평균 보증금액도 5375만원으로, 2003년의 3천만원에서 크게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대부업체까지 고려한다면 보증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경우 2004년 이후 연대보증과 관련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그 규모를 알 수 없지만, 2003년 말 기준으로 개인 연대보증 건수는 100만여건, 총액은 6조6천억여원이었다.
보증인은 대개 배우자, 부모나 자녀, 친지, 동창, 직장동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보증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 법무부는 “우리나라 특유의 인정주의 탓에 보증 이후의 여러 문제에 대한 법률적·이성적 고려 없이 쉽게 보증을 서 주고 결국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박형상(가명·64)씨는 지난 98년 사업을 하는 부인 친구 남편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보증해 준 이의 사업체 부도로 99년 빚 10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박씨는 그 빚을 갚느라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팔아야 했고, 평생 교사로 일해서 받은 퇴직금도 모두 날렸다. 무엇보다 자식들의 마음고생이 컸다. 박씨는 “당시 대학에 다니던 큰아들은 군대에 가야 했고, 딸은 도피성 결혼을 했다”며 “지금도 집안에서 보증은 물론 돈 얘기만 나와도 분위기가 썰렁해진다”고 말했다.
파산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법원의 의뢰로 진행한 ‘개인파산 경제적 분석’ 연구를 보면, 2004~2005년 개인파산자 168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순전히 보증을 잘못 선 탓에 파산 상태에 이른 사람이 조사 대상자의 6% 가량이었다. ‘사업자금 대출 및 보증’을 이유로 파산신청을 한 경우도 30%에 이른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추산한 잠재 파산자 규모가 36만~120만명인 점에 비춰 보면, 보증으로 인한 파산자 수는 몇만명을 훌쩍 넘어설 수 있다.
보증 제도는 순수 신용대출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기관으로선 돈을 빌린 사람이 갚지 못할 때 빚을 일방적으로 보증인에게 떠넘길 수 있어 신용도 조사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는 “금융기관의 대출에 따른 위험은 이익에 대한 대가로 금융기관 스스로 떠맡아야 하는데, 보증은 그 위험을 보증인에게 모두 떠넘기는 것”이라며 “이런 후진적 금융관행은 금융기관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보증에 따른 줄도산 등 피해 사례가 급증하자 보증제도 폐지·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보증 폐해를 줄이려는 정부와 국회의 대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법무부는 보증과 관련한 민법 개정안을 2004년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심사 중에 있다. 또 올 6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히고도 16일에야 첫 공청회를 열었다.
최근 은행들은 신용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량이나 책임부담이 큰 연대보증 대출을 크게 줄이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서민들은 오히려 은행 외의 대출기관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다. 비은행권 대출기관에서도 보증에 의한 대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표 참조) 보증으로 인한 연쇄파산 등의 폐해가 언제든지 재연될 위험은 여전한 것이다. 심상정 의원은 “외환위기 이후 보증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보증제도가 적절히 개선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나라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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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방향-보증한도 낮추고 절차는 까다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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