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면제재산인 국민연금 강제로 이용해서는 안 돼
통합도산법 개정, 서민국책은행 설립, 은행공공성 확립해야




어제(5/28) 국민연금공단과 신용회복위원회는 NEW START 2008의 일환으로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조속한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하여 “국민연금을 활용한 신용회복지원”을 6월 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은 금융채무자 본인이 적립한 국민연금을 담보로 해서 채무상환을 하겠다는 것이고, 그 대상자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금융채무불이행자(142만명)의 20%정도(29만명)에 불과하다. 현재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금융 소외자가 720여 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29만 명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정리에 도움을 줄 뿐인 친기업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권은 압류, 양도를 금지하고 있고, 이처럼 압류가 금지되는 채권은 비록 채무자의 재산에는 속할 지라도 채권자가 집행할 수 있는 책임재산에는 속하지 않는다. 연금 수급권은 파산절차에서도 특별한 보호를 받게 되어 있는 면제재산이다. 그런데, 이러한 면제재산을 담보로 하여 부실채권을 변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행법상 채권자가 민사집행법에 의한 강제집행이나 파산절차에 의해서도 뺏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채무자의 면제재산을 강제로 뺏어올 수 있게 하는 것으로서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

채무자에게 면제재산을 인정하는 것은 채무자의 경제적 새 출발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재산을 인정하자는 것인데, 정부의 정책은 채무자의 재산을 기존 채권의 상환을 위한 담보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채무자의 면제재산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채무자에게 인정되는 면제재산은 소비자도산제도가 발달한 미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면제재산을 기존 채권의 상환을 위하여 사용하게 하는 것은 결코 채무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것을 허용하려면 채무자의 의복, 침구, 가구 등 생활필수품, 채무자의 생활에 필요한 2월간의 식료품, 연료 및 조명재료, 채무자가 받은 훈장, 포장, 기장, 위패, 영정, 묘비, 족보, 교과서, 교리서, 안경, 보청기, 의치, 부양료, 유족부조료, 구호사업에 의하여 받는 수입, 임금과 퇴직금 중 일부 등 민사집행법이 정하고 있는 압류금지재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은 왜 고려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과 회생을 위해서 통합도산법의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통합도산법이 신용회복과 회생에 실질적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파산제도에 있어서는 ▶ 파산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 금지 ▶ 면제재산의 확대 ▶ 면책범위의 확대 ▶ 무심사 면책제도의 도입 등이 필요하며, 개인회생제도에 있어서는 ▶ 채무자의 관할 법원의 확대 ▶ 채무자의 주택 담보부 채권을 개인회생에 포함 ▶ 채무자 가용소득에서 생계비와 주거비의 공제 ▶ 보증채무자에 대한 보호 ▶ 원칙적인 변제기간의 단축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시중은행의 공공성을 강화해 생계형 신용대출 등의 소액대출에도 나서도록 해야 할 것이며, 금융소외계층을 담당할 국책은행의 설립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8/05/29 10:21 2008/05/2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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