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칠준 변호사,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장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최근 대부업의 최고이자 상한선을 연리 60%를 기준으로 ±30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부업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법안'(이하 대부업법)을 의결했다. 얼마 남지 않은 임시국회 회기 내에 이 법 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지난 1년여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입법 과정에 비추어보면 급진전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대부업법'은 사채업자의 양성화와 등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성행하는 고리사채로 인한 서민금융생활의 폐해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히 최대 연리 90%까지 보장되는 이자는 사채자금이 양성화되기 위한 유인요소를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이율이 아닐 수 없다. IMF 구제금융 당시 초고금리 상황에서도 최고이율제한이 40%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시장금리가 한자리수인 현 시점에서 연리 100%에 가까운 이율을 보장하는 것은 '폭리의 합법화'에 다름 아닐 수 있다. 하물며 이 마저도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니 실로 의아할 따름이다.

또한, 너무 많은 적용예외를 두어 입법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개인간 대부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개인간 거래로 위장한 대부업자의 행위는 속수무책이다. 3천만원 미만의 대출에만 적용하겠다니, 소액대출을 기피하고 이율제한을 받지 않는 규모의 대출만 성행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아울러 신용카드사, 할부금융 등 기존의 제도권 금융기관의 고금리에는 대책이 없다. 오히려 이 기관들이 금리를 올리는 역진 현상마저도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처럼 허점이 많은 법으로는 대부업자들을 등록시켜도 선량한 풍속에 반하지 않게 영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 법은 '금융이용자보호'라는 그럴듯한 명칭과는 달리 사채폭리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법이 될 위험성이 크다.

많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 제정논의의 초기부터 지난 98년 폐지된 이자제한법 부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사채 폭리, 금융권의 고금리, 개인간 고리대부 등 대부행위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 사회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며,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도 타당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산하 민법개정소위원회에서도 민법에 이를 반영하는 문제에 관해 특별법으로서 이자제한법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바 있다. 사채업자의 등록을 목적으로 한 '대부업법'은 입법 취지도 다를뿐더러 정책의 우선 순위로 볼 때 그 다음 순서가 마땅하다.

고리사채 발생의 구조적 원인은 제도금융권의 문턱이 높고 신용등급의 분류가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제도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제적 약자와 신용약자들이 사채시장의 수요층을 형성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정상적인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장 기능이라도 있다면 연리 300%의 터무니없는 이자가 버젓이 성립할 수 있겠는가. 이는 수요와 공급의 자율조절에 의한 가격이 아닌 인간의 탐욕심이 빚어낸 폭리일 뿐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사채의 양성화는 폭리 일반에 대한 규제의를 전제로 제시될 때야 비로소 설득력이 있다. 폭리를 제한하게 되면 사채시장이 더욱 음성화되어 암시장을 형성하고 규제회피비용까지 전가된 고리사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미 사채시장에는 전통적인 형태와는 다른 기업형 대금업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다소간의 이율제한을 받더라도 시장금리보다 몇 배 높은 수준의 이자가 보장된다면 합법화의 경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수익을 따라 움직이는 돈놀이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반론은 지나친 기우일 뿐이다.
안진걸
2002/02/21 14:27 2002/02/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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