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대선 당시 정치인들에게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와 관련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일부 언론은 국세청이 불법정치자금 제공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국세청장의 발언을 보도했고, 얼마 후 국세청장이 이를 다시 부인하는 소동이 있었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에게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는 불법정치자금을 준 기업과 기업주에 대해서도 그 원천인 비자금에 대한 조사를 통해 법인세 등을 과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보며, 이에 불법정치자금의 뿌리인 기업비자금에 대한 국세청의 엄정하고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한다.

2. 불법정치자금의 수수당사자인 정치인과 기업간의 공생을 위한 먹이사슬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불법자금을 받은 쪽에만 책임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정치자금은 받은 사람뿐 아니라, 준 사람에 대한 조사 없이는 뿌리뽑을 수 없다.

그동안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는 정치인과 기업이 불법자금을 수수한 사실에 국한됐을 뿐 자금의 조성과정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고, 과세당국 또한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하지만 불법정치자금의 원천으로 확인된 기업비자금이라는 것 자체가 부외 커미션수수, 가공원가의 계상, 허위 자산구입 등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한 돈이기에, 탈세를 통해 조성된 것이라는 것은 뻔한 이치다.

따라서 불법정치자금을 준 기업과 기업주의 자금조성 경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는 당연히 실시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불법자금의 탈세여부 또한 끝까지 추적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비로소 기업주도 불법정치자금 제공의 유혹을 떨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과세는 국세청이 검찰수사자료만 활용해도 얼마든지 가능한 문제다.

3. 특히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는 이용섭 국세청장의 세정개혁 의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청장은 취임 직후부터 '세무조사대상자 선정의 객관성·투명성 확보방안'를 도모하고 있고, 이를 위해 범칙조사를 활성화하고, 탈세는 곧 범죄이고 부도덕이라는 시민의식을 확산시키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탈세혐의가 명백한 사건에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세정혁신 의지를 이 청장 스스로가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정혁신에 대한 국세청장의 호언이 아니더라도, 국세기본법은 기업비자금의 조성과 같이 명백한 탈세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전통지를 생략할 정도로 엄정한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만약 국세청이 이번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조사를 검찰수사 및 재판결과를 기다려 관례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다른 납세자의 탈세사실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의해 예외 없는 조사와 과세를 주장하면서도, 불법정치자금에 소요된 비자금에 대해서만큼은 과세권 행사 절차와는 전혀 무관한 검찰수사와 재판을 기다리겠다고 한다면 검찰수사와 재판을 받지 않은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과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세청이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조사를 즉각 실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국세청이 국민이 부여한 과세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4. 아울러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라는 참여연대의 탈세제보 및 과세촉구에 대해 국세청은 "청탁도 대가"라거나 "불법정치자금은 소득"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논리로 불가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일 이에 대한 과세불가를 천명한 국세청장에 대한 비판 논평을 통해 참여연대가 제안한 공개토론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묵묵부답이다.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해 정말 과세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참여연대 및 조세·법률전문가들과 공개된 자리에서 토론을 벌여 이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침묵이 직무유기를 덮어주지는 못한다. 참여연대의 제안에 국세청은 답하라. 끝.

조세개혁센터
2004/01/12 13:24 2004/01/12 13:24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Tax/trackback/1008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