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개혁정책을 뒷전으로 돌리는 이헌재 장관의 발언을 경계한다
조세재정정책/감세법안 모니터 :
2004/02/16 12:18
기업의 투명성 회복 위한 '접대비실명제'가 규제라는 인식 벗어나야
1. 지난 1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헌재 신임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취임 첫날(11일) 국세청장 등 주요간부들과의 상견례장에서 국세청이 올해부터 50만원 이상 법인이 지출하는 접대비지출액에 대해 업무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기재하도록 한 접대비실명제가 부적절한 정책이라며 국세청장을 비판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 최영태, 회계사)는 새로이 경제수장이 된 이 장관의 이번 발언이 조세개혁정책을 경제살리기의 희생양으로 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 장관이 앞으로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산적한 조세개혁 정책을 뒷전으로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는 바이다.
2. 이 장관이 문제삼은 '접대비실명제'는 무분별하게 확대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향락성 접대문화를 개선하고 업무와 관련 없는 지출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정부의 개혁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세정혁신추진위원회 등에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장관이 조세정책의 수장이 된 사실을 망각한 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두고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낸 저변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식의 위험스런 사고가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업무관련성도 밝히지 못할 정도의 향락성 접대비를 계속 방치하고 탈세도 모른척하는 것이 과연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접대비실명제는 탈세 관행에 젖어 있는 일부 기업과 임직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부의 '규제'정책이 아니다. 회계란 지출내역을 상세히 기록하는 것으로 접대비도 당연히 회계의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자세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 접대비 실명제란 기업이 떠드는 것처럼 대단한 정책이 아니라 접대비의 사용내역을 회계적으로 기록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접대비의 회계적 기록을 기업규제라고 우기는 그 저의가 불순하다. 기업이 지출하는 접대비는 50만원 이상이 아니라 단돈 몇 만원이라도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업무를 위해서만 지출되는 것이고, 대외적으로도 당연히 업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기업의 비용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이 지출한 비용의 사업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므로 오히려 접대비실명제는 모든 접대 관련 지출로 확대되어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이를 고시가 아닌 법령에 명시하거나 국세청에 관련 명세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3. 접대비실명제가 정착되면 기업의 탈세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 기업지출의 낭비가 없어지고 거래관행도 투명해져 오히려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도 확대될 것이다. 향락성 접대문화가 없는 선진국의 기업문화와 접대비에 대한 조세정책만 봐도 투명경영과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이 오히려 진정한 기업·경제의 살리기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접대비실명제에 대해 "불투명한 경영과 불건전한 지출을 지속하게 해줘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식으로 이 장관이 생각하고 있는 한, "시장은 놀이터가 아니다"라는 그의 취임 일성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의 이번 발언과 앞으로 그가 펼칠 경제정책이야말로 시장을 놀이터로 만드는 일이 될 것이란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하에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조세개혁정책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진정한 경제살리기 또한 계속 뒷걸음질할 것임을 이헌재 신임 장관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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