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강남구 의회가 재산세율을 50% 낮추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강남구 의회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인상폭을 상호 조정하여 어렵게 수용한 내용을 다시 번복하는 것이어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율조정권을 가지는 것이 지방자치권의 취지임을 고려할 때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도 국가와 분리된 것이 아닌, 지방정부라는 점에서 그 세율조정권의 행사도 다른 지역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강남구의 이번 조치는 적정한 권한행사라기보다 지역이기주의적 행동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문제를 살펴볼 때 4배, 5배라는 인상폭만을 가지고 논하는 것은 공정하고 냉정한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납부할 능력 이상의 세금을 요구하는가’라는 기준이다. 즉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을 기준으로 지나친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목이 신설되는 경우에 그 세목의 신설이 적정한 것인지, 그 세목에 따른 세부담이 공평한 것인지를 따지지도 않고 종전에 내지 않는 세금을 내게 생겼다고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는 억지논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재산세율 인하안은 이기적

지난해 수용된 행정자치부의 안에 의하면 강남의 25평형 5억3백만원짜리 아파트의 재산세는 3만5천7백원에서 10만9천5백원으로 오르고, 같은 지역 38평형 7억4천8백만원짜리 아파트는 12만6천원에서 81만2천원으로 인상된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5억3백만원의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은 재산세로 아파트 가격의 0.02%(10만9천5백원), 7억4천8백만원 아파트 소유자는 아파트 가격의 0.1%(81만2천원)를 재산세로 각각 납부하여야 한다. 위의 아파트값도 기준시가여서 실제거래가격보다 낮고, 올해 아파트 가격의 인상폭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재산세 납부시점의 아파트의 실제거래가격과 비교해 보면 그 실효세 부담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과연 이것이 지나친 세부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1천6백만원인 중형승용차의 연간 자동차세 부담액이 52만원인 것과 비교해 보면 그 답은 쉽게 알 수 있다.

납부 대상이 되는 자산의 가격과 실제 납부세액을 서로 비교해 보면 개정안이 나오기 전까지 부동산 보유세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로 낮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불공평한 제도의 혜택은 비싼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 소재 지역 주민들이 고스란히 누려왔다.

이제 이런 불공평한 제도를 현실에 맞게 과표를 현실화하고, 실제로 거래되는 재산가격에 상응하게 재산세를 납부하자는 것이 정부의 안이다. 과거 자신들이 누려왔던 혜택이 현재의 인상폭보다 컸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정상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재산세 인상안을 두고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그것이 오히려 지나친 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닐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권에 있는 자치구에서 유독 재산세율 감면조례안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그 지역의 재산세 인상폭이 높다는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굳이 재산세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자치구 예산이 확보되기 때문에 감면조례안의 발의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재정자립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북구, 노원구가 감히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번 강남구 조치의 이면에 이처럼 자치구 재정의 불균형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조세형평차원 철회 마땅

강남구 의회는 국가 조세정책의 형평성 제고라는 큰 틀을 이해하고 이번 감면조례안을 철회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강남구는 대한민국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도 이 문제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 지방정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나아가 이번 사태의 이면에 드리워진 지방자치단체간의 심각한 재정불균형 문제 또한 직시하여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보다 시급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 5월 1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박용대 (변호사, 조세개혁센터 실행위원)
2004/05/10 11:06 2004/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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