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이 국세청장에게 보내는 공개편지(1)



안녕하십니까?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종훈 입니다.

지난 5월 23일, 국세청 회의실에서 만난 이래 6개월만인 것 같습니다. 당시 국세청장님의 모습은 너무도 당당하여 마치 '정의의 사자' 같았습니다. 다시 한번, 청장님의 그러한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부터 계속 편지를 올리겠습니다.

지난 4월 26일 제가 탈세제보한 사건과 관련하여 청장님과 법리적인 논쟁을 벌이고자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남들은 58,000원에 사는 주식을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단돈 7,150원에 살 수 있도록 한 사실이, 법리적으로 볼때 당연히 과세되어야 함은 청장님을 비롯하여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청장님의 눈앞을 가리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는 장막입니다. 이 장막은 논리와 이성으로서는 걷히지 않습니다. 이 장막은 가슴으로 거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청장님과 가슴으로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누구나 자기만의 짐을 가지고 나온다고 합니다. 청장님의 짐은 무엇이고, 제 짐은 무엇일까요? 저마다 짐의 무게와 색깔이 다르겠지요. 그러나, 모든 사람의 짐에는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청장님은 한평생을 세금과 함께 살아온 분입니다. 제가 볼 때, 세금은 중요한 나눔의 수단입니다. 나라에서 부자로 부터 많은 세금을 거두어 이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쓴다면, 매우 의미있는 나눔이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능력에 따라 잘사는 사람도 있고 못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 배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 끼니 굶는 어린이는 없어야 합니다. 세금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청장님은 매우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신 분이고, 한편으로는 하기에 따라서 많은 사람에게 베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행복한 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금은 나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까요? 불행하게도 많은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금은 '부자에게 많이 거두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많이 써야' 나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세금은 경제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서민에게 많이 거두고 부자를 위해 많이 쓰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로 태어난게 재벌 아닙니까?

'부자에게 많이 거두지 못한' 세금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국세청은 법과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왔고, 저는 어느정도 일리있는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의 상속세법은 바보들이나 내는 '바보세' 라고 불리울 만큼 부자로 부터 조롱을 받아 왔습니다.

약삭 빠른 재벌, 그 중에서도 가장 약은 삼성이 이 '바보세'에 걸려들리 없겠지요. 바보세 덕분에 삼성은 단돈 16억원의 세금만 내고 수조원의 재산을 이재용씨에게 물려주면서 경영권세습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고, 삼성의 수많은 변칙증여중 단 한건이 우리에게 증거가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너무도 확실한 증거라서 비록 바보세 라도 과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는건 뭐라고 변명하실 건가요? 이건 분명히 법과 제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지난 수십년간의 '서민에게 많이 거두고 부자를 위해 많이 쓴' 세금 덕분에 재벌이 태어났고, 운좋게 삼성 재벌가에서 태어난 30대 초반의 이재용씨는 자기힘으로 돈한푼 벌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수조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수조원은 누구의 피와 땀입니까?

국세청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삼성의 수많은 변칙증여중 확실히 꼬리잡힌 단 한건이라도 과세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탈세제보한 이 사건에 과세할 경우,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약 930억원의 돈이 추가로 국고에 들어올 것입니다. 930억원이면 150만명의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일인당 62,000원을 지원해줄 수 있습니다. 부자에게 62,000원은 하루 술값도 안되겠지만, 영세민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930억원이면 우리나라의 고아원과 양로원이 올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돈입니다.

청장님, 이 정도의 나눔의 역할도 거부하시겠습니까?

제가 알기로 청장님은 독실한 천주교신자 이십니다. 모든 것을 텅비운 상태에서 기도하시며 영혼의 메아리를 들어보십시오. 장관자리에 대한 욕심, 삼성의 로비, 국회의원과 청와대에 대한 눈치, 이런 것들을 모두 비우시고 순수하게 영혼의 메아리를 들어 보십시오.

하느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실까요? 신자에게는 하느님 말씀이 진리입니다. 진리에 대한 하느님 말씀을 듣는 순간,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순간 청장님은 이미 천국에 와 계신겁니다.

그럼, 내일 또 뵙겠습니다.

2000년 11월 22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 윤 종 훈 올림

「이재용씨,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그리고 변칙증여 」10문 10답

1.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재용씨 등이 인수한 사실이 과세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용씨등은 삼성SDS 주식을 단돈 7,150원에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 3,216,738주를 1999년 2월 26일에 인수하였다. 그런데, 이재용씨등이 신주인수권을 인수할 당시 삼성SDS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58,500원에 거래되었다. 즉, 다른 사람은 시장에서 58,500원에 사는 주식을 이재용씨등은 특수관계자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낮게 구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재용씨등은 발행당시 기준으로 약1,651억워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이러한 부당이득에 대하여는 세법상 당연히 증여세를 과세하여야 하는 것이다. 한편, 삼성SDS 주식은 올해초에 주당 65만원에 거래되다가 현재 주가폭락으로 27만원(액면가 5천원 기준)에 거래되고 있는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약8,455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셈이 된다.

2. 삼일회계법인이 상속세법에 의해 평가한 가액은 6,674원이라고 하던데…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방법은 시가를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는 보충적인 평가방법에 불과하다. 실제로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없거나 거래가 있더라도 거래사실을 알 수 없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회사의 회계장부를 근거로 주당평가액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평가액은 실제거래가액 보다 월등히 낮게 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재벌들이 비상장주식을 변칙증여에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삼성SDS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삼성SDS의 경우에는 비록 비상장주식이지만 장외시장에서의 거래가격, 즉 시가가 입증되었으므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평가액이 어떻게 산정되든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3. 올해 초 이와 관련하여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나?

참여연대에서 99년에 신주인수권행사등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였고, 2월 23일에 서울지방법원 민사부에서는 이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삼성SDS 주식이 당시 55,000원 내지 57,000원에 거래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삼일회계법인이 산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평가액도 동시에 인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법에 의한 재산평가는 시가에 의한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시가를 산정할 수 없을 때 한하여 보충적 평가방법을 인정하고 있다. 즉, 55,000원 내지 57,000원의 거래가격을 인정할 경우에는 7,150원을 부정해야 하고, 거래가격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7,150원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를 동시에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울지방법원의 판결의 오류를 시정하여,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신주인수권행사등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정하는 판결을 5월 12일에 내렸다.

4. 국세청은 현재 조사중이라고 하던데…

지난 4월 26일 탈세제보한 이후, 7개월이 되었다. 이 사안은 그렇게 오래 걸릴 만큼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이 사안의 핵심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당시 삼성SDS 주식의 시가가 존재하는가 여부에 있다. 그런데, 탈세제보시 시가를 입증하는 다음의 4가지 증거자료를 두차례에 걸쳐 제출하였다.



  • 1999년 2월 18일 현재 삼성SDS 주식이 58,500원에 거래된 사실을 증명하는 주식거래사이트의 일일가격표

  • 삼성SDS 주식이 1999년 2월 19일 현재 58,500원에 거래되었음을 보도한 1999년 2월 22일자 매일경제신문 기사

  • 삼성SDS 주식이 당시 54,750원에서 57,000원에 거래된 사실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문

  • 주식거래사이트의 대표가 MBC PD 수첩과의 인터뷰에서 1999년 2월 당시 삼성SDS 주식이 5만원대의 가격으로 수십만주씩 거래된 사실을 인정한 내용.





또한, 이 사실에 대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는데 법리상 문제될 것도 없다.

한진그룹의 경우, 99년 6월 29일에 세무조사에 들어가서 5개월반만인 11월 15일에 납세고지서를 발송하였다. 한진그룹의 탈세사건은 이 사건 보다 수백배는 더 복잡한데도 말이다. 이 사건의 조사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판단한 참여연대는 그동안 몇차레에 걸쳐 질의서를 보냈으나, 조사중이라는 똑같은 답변을 몇 달째 계속하고 있다. 결국, 국세청이 과세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5. 주식이동상황과 관련하여 조사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는가?

이 사건은 주식이동상황과는 무관하다. 이 사건을 전후로 해서 이재용씨가 어떠한 내용으로 주식을 취득, 양도했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과세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도, 주식이동상황에 대한 조사가 아직 안끝났다는 이유로 과세를 미루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는 국세청에서도 부정하지 못한다.

6. 국세청은 삼성이 소송을 걸 경우에 대비하여 신중하여야 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몇 달째 반복되는 핑계이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은 물론이고, 이를 기각한 서울지방법원 조차 삼성SDS 주식이 당시 55,000원에서 57,000원에 거래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의 핵심은 시가의 존재를 인정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 거래가격을 인정한 이상 삼성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국세청이 승소할 가능성은 90% 이상일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삼성이 이 판결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고 걱정하는데, 국세청이 언제부터 납세자의 눈치를 보며 과세를 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면 삼성이 이 판결을 인정해야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인가?

7. 이 건으로 탈세제보 후 국세청과 직접 접촉한 적이 있는가?

탈세제보후 한달 후인 5월 23일 국세청장과 비공식적으로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외압이 없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국세청장은 "외압은 없다. 대통령께서도 소신껏 하라고 용기를 주신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언제쯤 마무리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단언할 수는 없으나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 정도면 뭔가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하여, 믿고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재벌에 대하여 주식이동상황을 조사하겠다고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세청 실무자와 접촉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우리가 제시한 자료에 의해 과세하지 못할 이유가 있으면 말해 달라'고 질문한 바, 이에 대하여 과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좀 더 기다려 달라' '나도 괴롭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여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8. 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어떻게 보나?

우선, 삼성측의 집요한 로비때문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 황재성 이사(삼성전자) -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 신석정 이사(삼성물산) - 전 국세청 조사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 박래훈 이사(삼성중공업) -전 국세청 직세국장

  • 박병일이사 (삼성정밀화확) -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위는 현재 삼성측 사외이사로 있는 전직 국세청 고위관료들 명단이다. 이들이 국세청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또한, 지난 7월 8일에 대통령께서 이건희 회장을 비공식적으로 독대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즉, 정부에서 삼성의 변칙증여 문제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삼성의 대북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빅딜이 그 자리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

9. 참여연대가 개인의 탈세사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참여연대가 이 문제를 그토록 중요시하는 이유는 단지 이재용이라는 개인의 탈세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재용씨는 자기 힘으로 땀흘려 돈 한 푼 벌어본 적이 없는 유학생이다. 이런 그가 수조원의 재산을 불리면서도 그동안 낸 세금은 고작 16억이다. 그리고, 이 일은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어, 삼성이 변칙증여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이다.

그런데, 확실히 증거가 포착된 사실에 대하여도 과세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재벌은 봐주고, 서민만 봉이냐'는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은 곧바로 조세저항으로 이어지고, 조세저항은 국가의 기강을 흔들게 된다. 즉, 이 사안은 단순히 개인의 탈세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강에 관련된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10. 향후 계획은?

우선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이번 캠페인은 '1차' 캠페인이라는 사실이다. 한달동안의 집중적인 운동을 통해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가장 좋겠으나 그동안 국세청이 보여 준 모습을 감안한다면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이번 한달 동안의 캠페인이 끝난 이후에는, 다시금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장기적인 싸움이 새로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참여연대만의 운동이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나아가 많은 시민들이 직접 참가하는 '국민운동'으로 전개되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달 동안 참여연대는 매주 1회의 집회, 매일 국민과 국세청장 앞으로 발송되는 '공개편지',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신문과 참여연대 홈페이지 등에서의 사이버 시위(국세청에 항의메일 보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자세한 일정은 참여연대 홈페이지나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어 있다).
김보영


2000/11/22 00:00 2000/11/22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Tax/trackback/123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