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가격이 상승한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

세율조절이 아닌 과표를 조정하는 것은 개정된 지방세법 취지에 반하는 일



1. 행정자치부는 지난 달 31일 시․군․구별로 과표를 감액하는 감면조례를 개정하도록 하여 세부담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개별공시지가가 평균 18.9% 인상됨에 따라 예상되는 납세자의 세부담 증가를 완화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행정자치부는 시․군․구별로 과표를 감액하도록 하여 토지분 재산세 부담을 10% 인상되는 수준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2. 그러나 이러한 행정자치부의 정책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매우 잘못된 것이다.

첫째로 국민들의 세부담을 조정하고자 한다면 과표를 통해서가 아니라 세율을 통해서 조절해야 한다.

과세표준(과표)이란 세액을 산출하기 위해서 과세물건을 가액이나 수량으로 환산한 것이다. 즉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는 토지의 가격을 말하는 것으로, 과표와 세율을 곱하여 세금을 산출하게 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토지의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이고, 따라서 과세표준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정해져야 한다. 시장에서 토지의 가격이 1억원이면 그 토지의 과세 표준은 1억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세율을 곱하여 세액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2005년 1월 5일 지방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정부는 매년 과세표준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였고, 이로 인해 지가가 낮아도 과표가 높을 경우엔 더 높은 세액을 부담하게 되는 등 조세 형평성이 훼손되어 왔다. 이를 바로잡고자 지방세법이 개정된 것이다. 개별공시지가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결정 고시한 과세표준액 적용비율을 곱하여 산정한 가액으로 하던 종전방식을 개정하여 2005년 1월 5일 부터 토지에 부과하는 재산세의 과표를 개별공시지가로 단순화하였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인위적으로 과표를 정할 수 없도록 과표를 단순화, 통일화하여 과세형평성을 개선한 것이다. 다만 과표조정권이 아닌 조례를 통한 세율 조정권은 그대로 두어 재정자치권을 존중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세법이 개정된 지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은 현 시점에 왜 과표 조정 언급이 나오는 것인가? 경제상황이나 사회 환경에 따라 세 부담의 조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에 관한 정책이 얼마나 국민들에게 민감한 사안인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분명한 원칙에 따른 일관된 정책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방세법이 개정되어 그 시행도 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번 행자부의 조치는 지방세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세부담의 조정은 과표의 조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세부담 조정의 필요가 있다면 세율을 조정하면 된다. 우리는 그동안 과표를 인위적으로 정해서 생긴 많은 불공평한 일들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세법을 개정하였다. 이제 더 이상 과표를 인위적으로 정하여 세 부담을 조정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과표는 인위적으로 정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1억원의 토지면 1억원의 토지인 것이지, 그것이 왜 5천만 원의 토지라고 마음대로 조정하려고 하는가? 국민들과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그런 권한을 준 적이 없다.

3. 둘째는 현 시점에서 재산세의 감면 정책은 조세형평성을 상당히 훼손시킨다. 정부는 급격한 세부담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급격한 세 부담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개정된 지방세법은 그 과표가 얼마로 인상되던지, 그 세율이 얼마로 인상되던지 상관없이 세부담의 상한액을 작년 세액의 50%로 정해 두었다. 아무리 인상되어야 작년 세부담의 50%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2005년 개별공시지가 발표에 의하면 경기 연천군의 지가는 무려 98.1%가 상승하였다. 토지가격이 상승하면 그 자산이 늘어난 것이므로 당연히 그에 대응하는 비율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하다.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50% 상한을 통하여 급격한 세부담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음에도 다시 지가상승에 미치지도 못하는 재산세 감면을 언급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4. 셋째는 민감한 부동산분야에서 조세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입장을 취함으로서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충분히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동안 행자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일환으로 보유세위주의 부동산세제개편과 동일가격 동일 세금 원칙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대원칙을 거스르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주택분 재산세 삭감 결정을 비난하여 왔다. 그리고 동일가격 동일세금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고,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할 것으로 공공연하게 이야기 하여 왔다. 그런데 돌연 토지분 재산세에 있어서는 행자부가 앞장서서 그리고 지방세법과 동 시행령에 명시된 객관적인 방법을 무시하고 감면조례를 무리하게 동원하겠다는 의사를 내 비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지역표를 의식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희생하는 구태의 소산이다.

5. 토지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승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세액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급격히 가격이 오른 땅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토지가격이 상승한 것에 걸맞게 세금을 거두지 않는다면 자치단체의 부족한 세수는 누구에게 거둘 것인가? 세수입은 국가나 지방재정의 근간이기 때문에 부족한 세수는 누군가 부담하여야 한다. 결국 최근 지가가 급증한 수도권 주변과 충남 등 특정지역에 땅을 보유한 사람이 내지 않는 세수만큼 토지를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는 서민들이 부담 하여야 한다. 지가가 급격히 상승한 일부토지 소유자들만을 위한 정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끝

조세개혁센터


2005/06/02 11:53 2005/06/02 11:53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Tax/trackback/13957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미선 2005/12/01 10:4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또 다른 이면
    저는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서민 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부의 8.31 대책이 부동산 가격을 잡자는 의도도 있지만 세수를 확대하는데에
    더큰 목표를 두고 있는것 같습니다.
    8.31 대책의 여파로 보유세금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향후 점진적으로 늘어 날것은 자명 합니다.
    서민경제가 어려워 장사가 안되는 와중에 점포주인은 세를 올려 달라고 합니다.
    물론 법령에 정해놓은 상한선이 있지만 약자인 세입자가 법으로 대항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솔직히 어렵습니다. 점포주는 세금이 너무올라서 도저히 안되겠으니 고통을 분담하자는취지의 부탁아닌 부탁 입니다.경제 논리중 전가의 논리가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대책이 필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