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계좌 ‘쏙’ 비과세상품 ‘쏙’…법그물 숭숭
[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조세 큰틀 바꾸자 (하) 구멍뚫린 금융소득 종합과세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수 확대를 위해서는 세율 인상보다 탈루 세금을 줄이고, 과세 대상을 넓히는 게 우선이다. 현행 조세체계는 탈세를 조장하거나 비과세·세금감면을 과도하게 허용해 과세 기반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 조세체계를 바로잡을 방안을 <한겨레>와 함께 세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세번째 기획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

김아무개(60)씨는 금융자산 15억원을 갖고 있는 고액 자산가다. 김씨는 이 돈을 시중은행에 예치해 매달 나오는 이자소득 500여만원으로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이자소득이 연 6700만원에 이르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서는 빠져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 4천만원이 넘는 사람에게 근로·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을 합산시켜 누진과세하는 제도다. 김씨의 ‘비결’은 차명계좌를 이용하는데 있다. 자신 명의로 7억원을 예치하고, 나머지 8억원은 아들·딸과 동생 명의로 분산 예치해놨다. 김씨 명의로 된 계좌에서는 연 이자소득이 3100만원 가량 나오기 때문에 그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김씨처럼 이런 저런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유명무실한 상태에 빠져있다. 1996년 도입된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시행 2년만에 외환위기를 계기로 유보됐다가 2001년 다시 부활했다. 그러나 차명거래가 성행하는데다 과세대상 기준금액이 개인당 4천만원으로 너무 높게 잡혀있고, 각종 비과세 저축상품이 많아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금융소득종합과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매우 적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금융소득이 4천만원 이상이라고 신고한 인원은 2001년 1만3536명, 2002년 1만5286명, 2003년 1만9357명에 불과했다.
차명거래 못막는 이름뿐인 ‘금융실명제’
예금액 9억원 넘어야 하는 높은 과세기준
과세대상 신고자 2만명도 채 안돼

부동산의 경우엔 명의신탁 행위에 대해 과징금(부동산 가액의 30% 이내)이 부과되는데 반해, 예금의 경우 명의신탁이 들통나도 제재 조항도 마땅히 없다. 실제 전주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상담 전문 세무사는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않다”며 “보통 금융자산 규모가 10억원에서 30억원 사이에 있는 사람들이 차명계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30억원을 넘어가면 차명으로 끌어들일 사람이 많아져 스스로도 관리가 안되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명거래 허용은 은밀한 자금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최근 여론의 도마에 오른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의 경우엔 20여개의 차명계좌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2년 자산소득 부부합산 과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부부합산 4천만원에서 개인당 4천만원으로 강화된 것도 이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이자소득이 연 4천만원이 되려면 이자율 4.5%로 계산할 경우 예금금액이 9억원에 이르러야 한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적발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비과세 및 분리과세 상품을 축소하고 과세대상 기준금액을 폐지해 모든 금융소득에 대해 전면적으로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힘받는 ‘소득세 포괄주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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