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세원 낮은세율 정책 포기한 소득세 과표구간 상승 정치적인 목적으로 실효성 없는 지방기업 세제지원 확대해 탈세온상 공익재단을 변칙상속, 증여수단으로 전락시켜



오늘(22일) 재정경제부는 2007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는 이번 2007년 세제개편안은 참여정부가 그동안 입으로만 추진해 오던 조세개혁과제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대선용 선심성 정책을 일관성 없이 나열한 것에 그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 부족한 재원의 보충 방안도 없이 철학의 빈곤으로 어설프게 마련한 종합소득세 과표구간 상향과 각종 감면제도 남용 ▲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조세체계를 조악하게 하는 무분별한 법인세 삭감 정책 ▲ 변칙증여ㆍ상속의 창구로 널리 활용되는 공익재단을 재벌 총수 일가가 부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식출연 · 취득제한 완화 등의 정책은 특정 이익 집단을 위해 조세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오늘 발표된 과표구간 상향 조치 등을 비판하는 것은 이 정책이 조세개혁이나 재정여건을 고려하여 도출된 정책이 아니라 단순히 선거용 선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늘어난 소득자의 세금이 너무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과표를 조정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필요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소득 상승이라는 현실을 모두 반영하지 않은 채 일면만 반영하였을 뿐이다. 또한 이번 개편으로 감소되는 세수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도 없다.

과표구간 상향 조치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최고 구간을 하나 더 신설(예컨대 1억 5천만원 초과 구간)을 하여 보다 높은 세율(예컨대 44%)을 부담지우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급격히 상승한 고소득자들에게 적절한 책임을 부담지우도록 하고, 과표구간 상향 등으로 인한 세수 감소를 보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고 소득상승분만 반영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고소득자일수록 적게 내도록 하였는데, 이는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반한다. 또한 부족한 세수는 결국 다른 재원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는데 만일 간접세를 통해 메워진다면 결국 이번 세제개편안은 고소득자만을 위한 세제개편의 결과를 가져오는 매우 부당한 세제개편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두 차례에 걸친 세율 인하 과정이나 지금도 납세의무자의 절반만 세금을 내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이다. 올해 초(3월3일)에도 재정경제부 소득세제 과장은 우리나라 과표구간은 외국보다 높지 않다며 과표구간을 상향조정하면 저소득 근로소득자가 아니라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혜택을 주고 큰 폭의 세수감소를 초래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정부는 과표구간 상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주로 피력해 왔다.

특히 지난 1995년 과표구간을 상향한 이후에 10%~ 40%인 과표구간별 세율을 2001년에 9% ~ 36%로 인하한 것에 이어, 2004년에도 8% ~ 35%로 인하하는 등 두 차례에 걸친 세율 인하 조치를 통해 이미 물가상승률이나 소득 증가에 따른 급격한 세금 인상을 방지해 왔다.

한편 지금도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과세미달 등의 이유로 세금을 한 푼도 내고 있지 않은 현 상황(200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납세의무자 436만명, 근로소득세 납세의무자 1162만명 중 각각 207만명(48%), 536만명(46%)이 과세미달자임)에서 취해야 될 정책은 비과세 감면이나 공제를 축소하여 근로소득세의 면세점을 줄임으로써 적은 금액이라도 국민 대부분이 세금을 내도록 하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외치던 조세감면축소 정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최저한 세율이라는 조세감면을 규제할 수 있는 배수진조차 무너뜨리는 지방기업 법인세 감면 조치는 정치논리에 국가 조세·재정 정책을 와해시키는 조치이다. 정부는 지방에서 창업한 중소기업이나 이전한 중소기업은 물론 단순히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최고 70%까지 법인세를 감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대기업의 본사 공장의 지방이전은 물론 대기업 지방사업장 신설에도 법인세를 감면한다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된다. 그러나 조세감면 등을 지원수단으로 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조세체계를 왜곡하는 조세감면 조치는 실효성도 없을 뿐더러, 향후 적정한 조세정책을 펼 수 없도록 하는 부작용이 많은 수단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조세 감면이라는 수단이 아니라 다른 수단을 통해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조세지출액만 하더라도 연간 20조원에 이르는데 다시 세원을 고갈시키는 조세감면정책을 수단으로 내 세우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정책이다.

정부도 지난 7월에 발표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지방 이전 기업에 5년 동안 100%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의 이미 실행 중인 조세 지원제도가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및 지방창업을 효과적으로 유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세 지원 정책이 지방이전에 대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정책을 폐기 혹은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러한 상식에도 맞지 않는 정책이 전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국가의 1년 치 조세·재정 계획인 세제개편안에 반영된 것은 정치적 논리로 밖에는 설명 할 수 없다. 참여정부는 무려 13개에 이르는 기존의 지방 이전 촉진을 위한 세제지원 정책에 대해 효과분석이라도 한 적이 있는가.

특히 자원분배의 왜곡을 초래하는 비과세·감면조항이 남용되는 것을 규율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최저한세율 적용을 배제하고, 한번 생기면 좀처럼 없어지기 힘든 비과세·감면 조항을 일몰규정 없이 영구적인 조항으로 만들었다. 이는 그간 비과세·감면 조항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조세·재정 정책에 대한 무조건 항복 선언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지방균형 발전은 실패하고 법인세를 깎아 주는 관행만 일반화되어 간접세를 올려 그 빈자리를 메우게 될 것이다.

또한, 공익재단의 주식보유지분을 대폭 인상시켜 부와 경영권을 세습하는 편법 상속수단으로 고착화시킬 개편안은 재벌 총수일가에 대한 항복 선언이다. 논리적으론 50% 정도의 상속 및 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출연한 공익재단의 자산의 50% 지분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공익재단의 동일기업 주식 출연·취득 제한을 5%에서 20%로 완화하고, 계열기업 주식보유 한도를 30%에서 50%로 완화한다면 재벌 총수일가는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부와 경영권을 공익재단을 통해 편법 상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공익재단이 보유한 주식현황을 보면 공익재단의 지분이 계열사지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기부가 활성화되지 않는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는 5%초과지분까지 소유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공익재단의 계열사 지분 소유가 공익사업보다는 지주회사 역활에 더 중점이 있음을 나타낸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을 통한 공익재단의 소유 구조 완화는 공익재단의 지주회사화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를 마치 아름다운기부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문제의 핵심을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재벌회사의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무엇인지, 그 지주회사의 운용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이 어떤 것이지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고유목적사업용 전용계좌 개설을 의무화하고 외부전문가의 세무확인제도를 내실화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이조차 외부감사를 받는 일반 영리법인의 규제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외부감사와 주주 등의 이해관계가 얽힌 영리법인조차도 재벌총수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익재단의 회계 등을 투명화하는 조치 정도만 가지고 공익법인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 결국, 재벌 총수일가가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여 재벌 기업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익재단이 쓰이게 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비록 정권 말기가 다 되도록 수행하지는 못했으나 입으로나마 계속 외치던 참여정부의 조세·재정 정책의 대원칙은 넓은 세원을 확보하고, 비과세 감면 등을 정비하는 조세개혁을 통해 국가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2007년 세제개편안은 정부 스스로 그러한 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단순히 선거용 선심성 정책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참여정부는 한편에서는 재정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각종 로드맵을 양산해 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재정정책을 만들어내는 모순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좀 더 거시적인 안목과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잘못된 세제개편안을 수정하는 작업을 착수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조세개혁센터


2007/08/22 15:51 2007/08/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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