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소득층에게만 좋은, 정치권과 정부의 선심성 감세정책 비판



1. 지난 11월 19일, 의원발의로 제출된 특별소비세법개정법률안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심의를 거쳐 통과되었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계속된 감세요구가 한나라당의 법인세 2% 인하 요구로까지 이어지더니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정부는 특별소비세를 대폭 인하하는 것으로 감세정책을 현실화시킨 것이다. 세계적인 감세열풍을 명분으로, 또 최근 한국의 경기침체를 이유로 '경쟁적'으로 제기된 감세정책은 그것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물론 그로 인한 '이중의 불평등 심화' 현상, 그리고 정부재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한다.

2. 우선 이번 특별소비세 인하조치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을 입게 되는 집단은 매우 제한적이다. 1999년도에 재정경제부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품목에 대한 조정을 통해 특별소비세의 범위를 축소시킨 바도 있다. 그런데,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이번 특소세 인하대상 품목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특별한' 것들이 많다. 이름도 생소한 프로젝션 TV나 PDP TV, 녹용과 로얄제리, 향수, 보석·귀금속제품, 고급사진기, 고급시계, 고급모피, 고급융단 및 고급가구, 투전기 및 오락용 사행기구, 골프용품 및 수렵용 총포류, 모터보트 및 요트, 영사기 및 촬영기, 유흥주점 등의 특소세가 내릴 경우 이로 인해 혜택을 보는 이들이 과연 누구이며, 몇 명이나 될 지 궁금하다. 물론 이미 많이 일반화된 승용차나 에어컨의 특소세도 내리지만 이 역시 대형, 고급 사양일수록 혜택폭이 훨씬 크다.

3. 세금의 중요한 사회적 기능에 하나가 소득재분배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이번 감세조치는 소득재분배는커녕, '소비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겨 사회의 양극화로 나아가는데 일조하는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정부는 이번 특소세 인하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결과적으로 세수의 증대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확실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소세 인하에 따른 추가적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특소세 인하방침 발표에서는, 3,500억원 가량의 세수감소에 대한 구체적 대체재원 마련 계획없이 경기진작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 표시되고 있어 많은 이들을 오히려 당혹스럽게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4. 계속되는 경기침체, 세계 경제의 불황 등으로 정부가 약속했던 2003년 균형재정의 달성은 거의 어려워진 상황에서 감세정책이 갖는 의미와 목적을 냉정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은 내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감세정책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재정경제부 역시 이에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특소세 인하 결정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와 정당들의 돌출적이고 근시안적 태도는 단순한 세수감소 피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의 장기적 재정전망 자체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5. 이번 특소세 인하결정과 같이 무계획적이고 경쟁적인 감세정책의 결과 세수의 부족이 발생하게 되고 재정적자에 대한 압박이 계속될 경우 결국 불똥이 사회복지나 교육 등 좀더 많은 사회적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로 튀어 이들 분야가 예산배분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예산규모 자체가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감세정책으로 인한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가 사회양극화와 저소득층의 '이중의 불평등'을 가속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6. 이번 특소세 인하조치와 같이 '눈 앞의 이익'을 미끼로 국민을 우롱하려는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이런 눈속임을 금방 깨달을 것이며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 물을 것이라는 사실을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정부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와 정당들은, 자동차나 에어컨과 같은 일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품목과 분명한 고급사치성 품목에 대한 특소세 인하 조치에 대해 품목 재조정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경기진작'이 일부 고소득층의 '사치성 과소비'를 조장하여 사회를 양극화하는 것의 명분은 결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2001/11/22 13:25 2001/11/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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