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발행을 전제로 법인세율 인하를 사실상 합의한 여야의 결정은 철회되어야



1.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인하를 사실상 합의했다고 한다. 오늘자 조간보도에 따르면 "세출예산을 줄이지 않고 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국채발행을 통해 보전한다는 조건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실상 합의했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이 합의는 사실상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선심성 세금깎아주기 경쟁의 전형이라고 본다. 더구나 세율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분을 국채발행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결국 '세금을 깍아주기 위해 빚을 지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러한 선심성 정책은 결국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진작과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감세정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자재정과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소득세율, 특별소비세율에 이어 법인세율마저 인하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의 무책임성을 다시한번 확인해준 것이다. 또한, 그동안 법인세 인하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혀왔던 재정경제부마저 국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정부의 무원칙성에 대해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3. IMF 경제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가 여전히 열악하기 그지없는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과 일부 고소득층에게만 집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정책이 남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소득세율을 인하한다고 해서, 고가성 사치품에 대한 특별소비세율을 인하한다고 해서, 법인세율을 인하한다고 해서 그 혜택을 받게 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더욱이 국채란 결국 '국가채무'인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모두가 나눠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4. 더욱이 한국의 제정상황을 보면 2001년의 경우 세외수입에 의존해서 재정균형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2002년 이후에는 세외수입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재정적자가 심각해 질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가 당초 공적자금의 조성시 제시하였던 2003년 균형재정은 기대할 수 앖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공적자금의 경우 100조 가량 정부의 부채로 확정될 공산이 커지고 있으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그리고 건강보험의 재정을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이들 사회보험의 부족분이 국가의 잠재적인 채무로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부채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국가부채규모가 정부가 발표하는 100조를 훨씬 넘어 2~3배가 될 공산이 큰 것이다. 당장 내년 만기 도래하는 예보채를 갚을 재원이 없어 20년 한도 중장기로 차환 발행하고 있는 실정임을 정치권과 정부는 모르고 있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공적자금과 국가채무 문제에 대해 그토록 심각한 걱정과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당사자가 아닌가?

5. 미국의 감세정책은 재정흑자기조에서 여유분을 돌려주는 것이지만, 한국의 경우 재정적자속에서 그러한 정책이 필요한 것인가를 짚어 보아야 한다. 아울러 경제위기 이후 몇 년간 재정에 기대어 경제를 이끌어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재정에 기대어 경제를 활성화하려 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러므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법인세율 인하 합의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정경제부도 법인세율 인하 불가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이다.

6. 선심성으로 남발된 감세정책으로 국가재정이 악화되고, 모든 국민이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으로 고마워하고 표를 찍어주는 '우민(愚民)'들이 결코 아니다. "세금으로 표를 사려 한다"는 국민적 지탄은 결국 고스란히 '표'로써 돌아갈 것이다. 또한, 정치권의 논리에 스스로 굴복한 재정경제부는 무능과 무소신과 무원칙의 대명사로 낙인찍힐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 그리고 정부가 법인세 인하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다.

참여연대


2001/12/12 16:43 2001/12/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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