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8월 16일에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재경부는 2000년 7월 1일부터 과세특례제를 폐지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영세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과세특례제도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의 도구로 변질된 현실에서 과세특례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재경부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은 비록 늦은 감이 있으나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2. 그런데, 정치권의 반대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권이 반대하는 이유는 과세특례폐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여 자영업자의 반발이 우려되니, 시행시기를 늦추거나 시행을 아예 유보하여 홍보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보할 시간이 부족하다니? 재경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시행시기는 2000년 7월 1일부터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개정안에 의해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시기는 2001년 1월이 된다. 개정안에 따라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기까지 앞으로 1년 4개월이나 남았는데 홍보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과세특례제도의 보호아래 그동안 탈세의 특혜를 누려온 자영업자들에게 과세특례제도의 폐지는 근본적으로 달가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과세특례폐지에 대하여 100년을 홍보한다고 해도 이들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홍보의 부족이 아니라, 정치권과 일부 자영업자들의 집단이기주의이다.

3.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원의 대다수는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봉급생활자에 비하여 시간적, 공간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영업자들이 과세특례제도의 폐지에 대하여 강력히 항의를 하니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국회의원에 재당선되기 위해서는 쓸개라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는 그들에게 조세부담의 형평성이니 경제정의니 하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따라서, 홍보부족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세워 조세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4. 지난 7월 참여연대가 여론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세전문가의 90%가 과세특례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납세현실을 가장 잘 아는 세무사의 경우 100%가 과세특례제도의 폐지에 찬성하였다. 이는 과세특례제도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의 경우 62.5%가 과세특례제도의 폐지에 찬성하였으며, 자민련 소속 국회의원의 경우 56.3%가 폐지에 찬성하였다. 즉 여당소속 국회의원의 대다수가 과세특례제도의 폐지에 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표가 많은 일부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조세개혁의 핵심사항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5. 이제 정치권에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야 할 때이다. 일부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개혁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개혁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진정한 표를 얻을 것인지---. 과세특례제도를 폐지하지 않을 경우, 현정권은 더 이상 조세개혁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에, 참여연대는 노동단체 및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납세자운동본부
1999/09/06 00:00 1999/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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