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①



(편집자주) 조세일보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공동기획으로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칼럼은 주 1회 게재될 예정이며 조세일보 사이트(www.joseilbo.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23일 국세청 14층 회의실. 공평과세추진평가위원회가 열렸다. 선진세정을 기치로 공평과세를 세정의 목표로 하고있는 국세청의 청장이하 전 간부가 시민단체와 직능단체, 학계에서 추천한 외부위원 17명을 '모시고' 그동안 국세청이 진행해온 공평과세추진실적을 보고하였다. 이날 회의자료에는 국세청이 그동안 공평과세를 위하여 얼마나 노력해왔고 가시적인 성과가 어떠했는 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위원추천된 지 6개월여 만에 열리는 이날 위원회에 참석한 시민단체와 직능단체의 추천인사 대부분은 1년에 딱 두 번만 열린다는 이 위원회에 참석하면서 관계자가 "그냥 와서 인사만 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에 빈손으로 와서 결국 국세청의 공평과세노력에 동감을 표시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어떤 분은 공평과세라는 취지도 망각한 채 자신의 단체의 표준소득율을 내려달라, 세무조사를 중지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하였다.

과연 왜 국세청은 외부인사들을 위원으로 하는 공평과세추진평가위원회를 개최해야 했을까? 예상대로 이날 보도자료에는 공평과세취약분야 중점관리대상자 5만2천명을 특별관리하기로 하였으며 공평과세상황을 점검하기 위하여 각계인사로 구성된 공평과세추진평가위원회가 상설 운영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날 회의가 끝나갈 무렵 그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 이방인 한사람이 있었다. 그는 앞으로 공평과세추진평가위원회는 회의를 최소한 분기 1회이상 하여 공평과세방안을 내놓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실무팀(Task force)을 구성하는 등 '국세청만의 공평과세'아닌 '국민이 주도하는 공평과세'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위원회도 국세청이 공평과세를 추진하고 이를 추인받는 자리가 아닌 대안을 내놓고 점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안도하던 관계자들은 속내를 들킨 듯 긴장하였고 그의 지적에 '앞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주고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

국세청은 쉴새없이 바쁘다. 사회적 병폐인 부동산투기혐의자를 잡기위한 특별세무조사와 세부담불균형의 대표격인 의료기관이나 학원사업자 등 상습적인 불성실신고혐의자에 특별세무조사에 매달리는 등 정기세무조사 등 상시적인 업무보다도 수시로 많은 '특별한' 임무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세청은 개청이래 수천명이 넘는 불성실사업자나 개인에 대하여 매년 강력한 특별세무조사를 거듭해왔고 실제로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추징했음에도 '서슬 퍼런' 조사이후 해당업종의 납세성실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 또 이상하게도 매년 2∼3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세무조사 추징실적을 발표하고 부도덕하기까지한 불성실납세자의 탈세행태까지 공개하면서도 그들에게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하지않고 세금만 매긴 채 다해봐야 매년 총 60∼70명만 조세범으로 고발하였을 뿐이다.

세무조사가 탈루된 세금을 일부 거둬들이고 국세청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기는 되었을지언정 세무조사가 납세자에게 성실납세의 유인이 되지 못한지 오래다. 최근에 와서야 신용카드의 확산으로 과세인프라의 구축이 되면서 불성실신고자의 대표격인 음식숙박업소의 납세성실도가 크게 향상되었으며, 그토록 엄청났던 세무조사의 혁혁한 성과는 결국 조세당국이 강력한 세무조사보다도 앞서 이뤘어야 할 과세인프라의 구축을 지연시킨 주범이 되고 말았다. 물론 과세인프라가 완전하지 않는 현재로서는 세무조사가 약효있을 진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세무조사가 공평과세를 전적으로 담당할 수 없으며, 우선 물샐틈없는 과세인프라의 구축 후 세원관리 차원에서 보완적으로만 수행되면 족할 것이다.

요즘 왠만한 사람들은 주식시세에 민감하다. 은행은 저금리에 금융종합과세가 실시되고 있고 비과세상품도 지속적으로 축소되어가고 있으며 신용카드사용확대로 사업소득은 전반적으로 세금이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세금없는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찾기 힘든 데 아무리 이익을 보아도 모두 '비과세상품'뿐인 주식시장은 더 세금에 관한 한 카지노보다도 더 무법천지가 되었다. 하루동안에도 수십차례 차익을 좇아 사고파는 '데이트레이딩'이나 주가를 임의로 조작하기까지 하는 '작전'이라는 말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1년이상만 보유하면 얼마가 이익이든지 간에 공시지가 같은 기준시가에 의하여 양도세를 계산하므로 수억원의 매매차익이 있어도 양도세는 단돈 몇십만원인 경우가 허다하다. 단기양도인 경우에도 아무 꺼리낌없이 이중계약서를 작성하여 세무신고를 해도 거래당사자간 입만 맞추면 세금을 추징당할 우려는 거의 없다. 자산가들과 상습적인 부동산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세금없는 제도의 절대적인 수혜자다.

당국은 공평과세가 제1의 과제이고 국민적 요구라고 하면서도 제도상 맹점에 대하여는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나 공평과세를 하겠다고 한다면 소득의 일부를 누락하는 것만 잡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득이 있음에도 세금없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시기적으로도 사회적 요구와 국민의식을 감안할 때 공평과세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보완이 이제는 결코 '시기상조'가 아니다. 지금부터 하더라도 오히려 그것은 '뒤늦은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결국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공평과세의 원칙은 언제나 누구에게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당국의 공평과세노력은 과거에 비해 많은 진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공평과세방안을 찾는 노력은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인사까지 참여시킨 공평과세추진평가위원회를 단순히 행정의 객관성과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한 절차로만 인식했다면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토록 엄청난 탈세를 한 그룹에게 특별한 과세자료 제출의무를 부여하는 등 과세인프라 구축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특별세무조사로 세금만 추징하여 면죄부를 계속 부여한다면 국세행정은 언제까지나 후진성을 면치못할 것이며 결국 공평과세의 기반을 오히려 흔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 지금은 가장 큰 문제로 보이는 자영업자 과표의 양성화가 달성되어도 세금없는 소득이 가능한 제도를 남겨놓는 한 공평과세는 결국 소득종류간 형평문제로 국민적 협조를 얻지 못할 것이며 또다른 난관에 봉착할 지도 모른다.

"공평과세는 정부가 알아서 하겠다"라는 배타적인 사고보다는 이른바 공평과세취약업종에 대한 최선의 과세인프라 구축방안을 국민들로 하여금 내게 하는 등 성실한 납세자의 참여와 협조속에 그들의 힘을 응집시켜 공평과세운동의 추진력으로 삼는 동시에 좀 더 넓고 열린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봄으로써 공평과세를 저해하는 근본요인을 냉정히 수술해 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이버참여연대
2002/05/28 16:56 2002/05/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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