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심화와 사회적 파장
세제-세정개혁/과세인프라 구축/개선 :
2002/05/31 15:07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②
(편집자주) 조세일보와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공동기획으로 '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 연재칼럼은 주 1회 게재될 예정이며 조세일보 사이트(www.joseilbo.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세일보 공동기획-공평과세, 이것이 바뀌어야한다
① 공평과세로 가는 길 아직도 멀었다 (05/28)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급진개혁을 주창하는 노무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 바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지긴 하였지만, 여전히 노무현 후보를 지지율 1위로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전혀 예상치 못하였던 노풍의 출현을 학자들은 중대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이를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노무현 후보는 서민을 대변하는 후보로서 급진개혁을 표방한 바 있다. 반면 야당의 후보인 이회창씨는 성장우선의 공약을 내걸면서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하였다. 20대와 30대는 노무현 후보를, 50대 이후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이들 두 후보는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 그리고 세대간의 갈등을 대변하고 있다.
개혁을 지향하며 ‘국민의 정부’라는 이름까지 내건 DJ정부가 4년 이상을 국정을 운영하였지만, 아직도 중도개혁도 아닌 급진개혁의 바람이 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해답은 소득격차의 심화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1일 발표한 ‘2001년 도시근로자 가계지수동향’에 따르면 근로자가구의 소득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경제고통지수는 대도시일수록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의 소득이 하위 10% 소득의 무려 9.1배나 된다. 이는 지난해 8.47배보다 훨씬 심각해 진 것으로 소득격차가 심각한 양상이다. 상위 10%의 소득이 17.3% 대폭 증가한 반면 하위 10%는 절반 수준인 8.9%밖에 늘지 않았는데 기인한다. 소득증가율뿐만 아니라 주택소유, 저축이자·주식배당 등 재산소득, 자동차보유가구 비율, 소비지출 등에서 격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디지털과 지식기반 경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투입만으로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며, 저소득층의 소득확대가 결코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로소득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카드 빚으로 궁지에 몰린 젊은이들이 범죄를 쉽게 저지르며,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치 않는다.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은 명품에 홀려 번 돈을 핸드백과 구두 사는데 고스란히 다 털어 넣는다. 가계는 빚을 내어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단순히 세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있는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비아냥이 낳은 또 하나의 사회현상이 아닐까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소득재분배 관점에서 분배의 불균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누진적 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의 수평적 비형평성 등 제도적·행정적 문제점으로 인하여 소득 재분배 기능이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도 기득권층은 최근 들어 줄기차게 세율인하를 주장함으로써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감세 주장은 아마도 미국의 감세정책과 맞물려 힘을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의 조세구조는 고소득층의 부담으로 유지되는 구조이므로 국가재정의 잉여분을 돌려줌으로써 그 동안 기여가 많았던 고소득층이나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는 상속세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조세구조는 간접세위주로 되어 있어 고소득층의 희생이 별로 없었다. 뿐만 아니라 상장주식 양도차익의 과세도 되지 않고, 자영업자의 탈세도 심한 편이다. 기득권층의 부의 축적도 투명하지 않았다. IMF이후부터는 정부조차도 세외수입을 제외한다면 균형재정기조를 이룩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가의 이재용씨 경우만 보더라도 에스원주식의 양도차익을 시작해서 삼성SDS 신주인수건부사채 저가인수에 이르기까지 수건의 변칙증여로 천억원대의 소득을 쉽게 올렸다. 또한 최근에 보도되는 각종게이트 사건은 벤처기업의 주식거래를 통한 부의 부당한 이전이 얼마나 횡행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게이트 이름조차 기억하기 어려워 신문에서도 도표를 그려가며 설명을 해야 할 정도이다. 드러난 사건들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므로 실상은 얼마나 심각한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변칙증여를 방지할 세법적 장치에 대한 시비가 끊임이 없고,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문제는 아예 거론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세금을 많이 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조세형평을 고려한 합리적인 세부담의 조율이 우리나라에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본다. 2002년은 선거의 해이다.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등이 기다리고 있다. 이 들 후보 중에서 세금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높은 신분에 따르는 의무 (Noblesse Oblige)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신용카드 활성화로 세원이 노출된 자영업자들이 종합소득세 신고에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2001년 5월의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가 작년보다 33.1% 늘어났으며, 2002년 5월의 경우 또 다시 12.2%가 증가하여 과세인프라 정책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과세인프라 구축은 그동안 도입된 조세행정중 잘 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신용카드 인프라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는 감세 혜택을, 자영업자에게는 세원노출을 자연스럽게 유도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점에 이것보다 좋은 갈등해결 방안이 있겠는가? 과세인프라 제도는 이제 확대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울러 카드사용 권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다음 편에는 과세인프라의 확대 시행방안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겠다.
더 나아가 계속되는 편에서 상장주식양도차익의 과세방안, 변칙 상속·증여 근절방안, 선진형 세무조사 도입방안 등 우리나라 세제·세정의 핵심 현안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부적절한 감세논쟁에 대하여 입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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